
나는 앵무새 라리 그리고 반려견 토루와 함께 살고 있다. 라리는 미조였다. 길 잃은 새 말이다. 우연히 아빠의 어깨 위에 사뿐히 앉았던 작은 앵무새는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해 우리 집에 머물게 됐다. 앵무새는 사람에게 껌딱지처럼 붙는 기질이 있어 외출하지 않은 날이면 24시간을 라리와 붙어 있다시피 할 때가 많다. 처음엔 입질이 심했던 라리와 종종 다투기도 했는데 2년을 함께 살면서 이젠 보기만 해도 애틋한 사이가 됐다. 토루는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전 집주인이 키우던 반려견이었다. 그는 이사 갈 곳이 반려동물을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넌지시 내게 반려견을 키울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날부터 토루와 친해지기 위해 1주일에 두세 번씩 인사하러 갔다. 토루는 나를 보고 맹렬히 짖었다. 빨리 친해지긴 어렵겠다 싶어 자포자기할 때쯤 처음으로 내 손길을 허락해 준 날이 바로 시골 집으로 이사하던 첫날이었다. 감격스러웠다. 앵무새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사는 내 시골생활은 단조롭다. 매일 오후 2~3시쯤 토루와 함께 산책을 간다.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마을 끝자락의 소나무 숲에 닿는다. 처음 이 숲을 발견했을 땐 한여름이었다. 탁 트인 뷰를 자랑하는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으면 오직 자연의 소리만 들려온다. 슬그머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배달 앱에 ‘배달 가능한 음식점’이 숫자 0으로 뜨는 곳에 살고 있다. 이따금 너무 외식을 하고 싶은 날이면 시내로 나가서 포장해 오는데, 꽤 번거로운 일이다. 주차하고, 음식을 픽업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만다. 덕분에 나는 예전보다 자주 요리를 한다. 마당 텃밭에 심은 방울토마토, 바질, 애플 민트, 상추도 함께 식탁에 오른다.
시골생활의 80% 정도는 매우 만족스럽다. 그러다가도 불쑥 ‘이렇게 살아도 될까’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막연한 고립감이 느껴질 때면 ‘그래서 다시 도시로 가고 싶어?’ 하고 되묻는다. 내 대답은 ‘아직은 여기가 좋아’다. 사람 속에 섞여 살 때도 외로운 순간이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 울적한 마음도 스스로를 잘 돌볼 때 쓱 지나간다. 어쩌면 토루와 라리가 없었다면 시골생활을 지속하지 못했을 거다. 혼자, 또 함께이기에 외롭거나 무섭지 않다.
나의 직업은 유튜버다. 직업적 필요에 따라 사는 지역을 한정 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가끔 이렇게 시골에서 충분히 살다 뉴욕 같은 대도시로 이사가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반대로 지금 집에서 오랜 시간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햇살 좋은 점심시간에 1인용 소파에 기대 책을 읽거나, 토루와 라리가 잠들어 순식간에 한적해진 저녁 시간의 충만한 행복을 느끼면서.
김갈릭 유튜브 채널 ‘김갈릭’에서 평화로운 시골 브이로그를 연재 중이다. 앵무새 라리, 반려견 토루와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