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컨설팅 업체 브랜드에센스(BrandEssence)에 따르면 재작년 클린 뷰티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으로, 매년 약 12%씩 성장을 거듭해 2027년에는 13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가치에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그린워싱에 속아 제품을 구매했단 걸 알게 되는 순간, 소비자는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뷰티 업계의 그린워싱 사례는 대부분 플라스틱 패키지와 연관돼 있다. 화장품 패키지 중 친환경 플라스틱을 논할 때 보통 ‘산화 생분해성’ ‘생분해성’ 이렇게 두 가지를 떠올린다. 언뜻 봤을 땐 모두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의 천연 물질로 만들어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퇴비화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뿐이다. 반면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은 촉진제가 첨가돼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열과 화학 처리 등 산화 분해 과정이 필요해 환경부로부터 환경 마크조차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오직 ‘생분해’란 단어를 강조하거나 자체 친환경 마크를 붙이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렇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완전한 친환경 패키지일까? 꼭 100%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국내 사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제대로 된 조건만 갖추면 미생물에 의해 6개월 내 90% 이상 분해되나 한국은 전용 퇴비화 시설이 부족해 재활용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기 위해선 섭씨 60℃, 습도 70%의 조건이 필요한데, 국내는 이런 시설이 없어 거의 실효성이 없다. 애초에 퇴비화 시설을 설립하려면 충분한 양의 생분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해야 하는데, 일반 플라스틱보다 약 2~4배 높은 가격이라 사용 비율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해외에선 친환경을 선도할 소재로 이와 관련한 각종 테크놀로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러모로 이를 뒷받침할 설비나 생산 시설이 많이 부족한 상황. 그린워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무분별한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법규를 만드는 중이다. 지난 1월 31일 환경부가 발표한 자원 순환·기후 분야 업무계획에 따르면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을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관계법을 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브랜드도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판매 제품에 대한 친환경 정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컬트 뷰티(Cult Beauty)는 홈페이지에 ‘컬트 컨셔스(Cult Concious)’ 항목을 만들고 약 70개가 넘는 클린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별 우측 상단에 있는 ‘프루프 오브 임팩트(Proof of Impact)’ 배너를 누르면 이 제품의 생산 과정부터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탄소 중립을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타난다. 온라인 투명성을 보장하는 일종의 블록체인 기술로, 그저 클릭 몇 번으로 이 제품이 왜 클린 뷰티 제품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 이에 발맞춰 소비자도 그린워싱에 대한 개념과 사례를 짚어주는 테라초이스(Terrachoice)나 굿가이드(GoodGuide)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스스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엘르〉 에디션은 매년 4월호와 5월호에 걸쳐 그린 이슈를 전하며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진심을 담으려 애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