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앙점이 약 18km 밖에 되지 않는 얕은 지진이어서 건물이 입은 타격은 더 컸습니다. 곤히 잠들었을 새벽 4시 시민들은 대피할 틈도 없이 고스란히 지진의 피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나온 사망자 수는 3700명 이상까지 집계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아직까지 여진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더 두려운 건 이 참사를 수습할 환경도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근 공항이 문을 닫아 구조 인력과 물자 전달이 어렵고, 영하의 날씨에 주요 피해 지역과 이어진 도로는 얼어 있습니다. 가까스로 생존한 시민들 가운데도 추위를 막을 의복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아요. 머물 집이 남은 사람들도 건물 안에 있을 수 없어 노숙을 해야 할 판입니다. 눈이나 비가 오는 곳도 있습니다. 시리아는 내전 중인 분쟁 지역도 있어 구조하러 들어가기도 곤란합니다.
강진 이후 나타나는 현상인 지반 액상화도 우려됩니다. 강한 지진으로 지반이 흔들리면 땅을 이루고 있는 흙이 지하수와 섞이며 액체처럼 변할 수 있는데요. 지반이 액상화하면 땅이 꺼지거나 건물이 기울게 되는 거예요. 2017년 경상북도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지반 액상화가 관찰됐습니다. 국토의 40% 이상이 지진대에 해당하는 튀르키예 위치 상 연쇄 대지진이 예고된 터라, 부디 이번으로 끝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동서양의 연결점에서 오랫동안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던 튀르키예의 유적들도 다수 파괴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지안테프 성입니다. 시리아의 문화유산들도 상황은 같습니다. 또한 튀르키예 남부의 항구가 가동 중단되며 인근국의 원유 수출입도 멈췄습니다. 하지만 가장 막심한 건 인명 피해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일주일 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튀르키예나 시리아와 척을 지고 있던 국가들도 일제히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튀르키예와 갈등이 있던 인도 외교부는 요원 100명과 장비, 의료진 및 구급대원들을 급히 보내기로 했어요. 시리아와 전쟁 중이라 봐도 무방한 이스라엘도 지원을 결심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심지어는 러시아에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마저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튀르키예와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 불러왔는데요. 우리 정부도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인력과 물자를 튀르키예로 보낼 예정입니다. 수송기로 튀르키예까지 기착 없이 한번에 도착 가능한 KC-330이 거론되고 있네요. 이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튀르키예와 시리아 및 인근 지진 피해국 희생자들과 유가족에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