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올려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올해는 올려줘!

임금 인상? 존재감 확보? 협상 스킬 업그레이드? 뭐라도 얻을 수 있는 연봉협상의 기술.

류가영 BY 류가영 2022.12.29
 
연봉 협상을 제대로 해본 적 있는지 모르겠어요.
밴쿠버에서 커뮤니케이션 일을 하는 26세의 에밀리가 말한다. 최근 그는 첫 승진을 했으나 연봉 인상 폭은 실망스러웠다. 인사 담당자는 에밀리에게 먼저 새 직책에 ‘걸맞은’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길 요구했고, 6개월 뒤 다시 연봉 인상 논의를 약속하며 대화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1년이 다 되도록 회사에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사이 다른 회사로부터 이직을 제안받은 에밀리는 다시 한 번 연봉 인상을 요구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직에 대한 확신은 없었는데 오히려 마음이 정리되더군요. 나를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가려는 회사도 있는데 충분히 대우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에밀리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났다.
 
캐나다의 일이지만 한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팬데믹 시기, ‘사상 최저 실업률 돌파’와 ‘성장 없는 고용’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았지만 기업은 임금 인상과 승진 요구에 한결같이 소극적이다. 이에 글로벌 HR 기업 랜드스타드는 기업에게 “결국 급여 경쟁력이 없다면 새 직원을 고용하고 인재 유출을 막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라며 보상 제도 현황을 분석하고 벤치마킹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물론 근로자 역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초인플레이션으로 질주하는 2023년, 직원에게 돌아갈 돈은 결코 여유롭지 않을 전망이다(2022년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7% 상승한 반면, 평균 연봉은 고작 2.5% 인상했을 뿐이다). 회사의 암울한 미래에 발목 잡히기 전, 연봉 인상 ‘막차’에 탑승하기 위해 두 명의 인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협상의 물꼬를 트는 방법부터 협상 과정에서 갖춰야 할 톤 앤 매너와 체크리스트까지, 현실적인 가이드와 통찰력으로 가득한 이들의 답변에서 희망을 붙잡아보자.
 

STEP 1 아는 것이 힘이다

커리어 및 연봉 협상 코치 캐스린 마이스너(Kathryn Meisner)는 지금 당장 회사의 급여 체계부터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직급별로 급여가 달라지는 호봉제인지, 개인의 성과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는 (성과)연봉제인지,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 맡은 역할에 따라 급여가 제각각인 직무급제인지 확인해야 연봉 협상의 가능성과 공략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임금 체계에 따라 연봉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고정급 이외의 성과급에 한해서만 협상이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인사평가 제도와 평가 항목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그에 맞춰 목표 성과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원하는 성과와 역량을 갖췄을 때 연봉 협상 가능성은 높아진다. 인사평가 절차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면 해당 직무에 대한 회사의 채용 조건으로 평가 기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마이스너는 동료들과 각자가 생각하는 적정 임금 구간과 연봉 협상 경험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연봉 액수를 밝히지 않더라도 말이다. “특히 당신이 여자라면 남자 동료와도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남자 동료들이 돈을 얼마나 더 많이 받고 있고, 그들에게 연봉 협상 과정이 얼마나 수월하게 진행되는지 알면 용기가 생길지도 모르거든요.”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무턱대고 연봉 인상을 요구한다면? ‘뭘 모르는 소리’라는 인사 담당자의 냉소적인 반응과 함께 다음 번 연봉 협상의 가능성은 급격히 하락할 것이다.
 

STEP 2 그래서 얼마를 불러야 하죠?

HR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휴미의 교육사업부 담당 안드레아 바틀렛(Andrea Bartlett)은 회사의 보상 체계를 면밀히 체크할 것을 권한다. 보상은 기본적으로 연봉과 성과금을 합해 계산한 값. 여기에 교육비와 통신비 같은 현금성 복지와 스톡 옵션이 더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나온 액수를 확인한 다음 급여 동향을 살핀다. 현재 몸담은 직무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 협상의 여지도 커진다. “취업 정보 업체나 블로그에 나와 있는 연봉 정보는 값싼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고용주가 당신이 요구하는 액수가 어떻게 산출된 값인지 물었을 때 신뢰감 있는 답변을 내놓기 위해서는 업계 동향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연봉 제시 기준을 정할 차례. 바틀렛은 최소 세 가지 기준 금액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현재 연봉이 4000만 원이라면 흔쾌히 만족할 수 있는 금액(4600만원)과 맨 처음 제안할 금액(5000만원)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연봉의 마지노선(4400만원)을 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나눠 생각하지 않으면 상대의 흐름에 말려 협상 주도권을 잃게 될 수 있다. 숫자로 산정되지 않는 복지 혜택도 중요하다. “급여 외에도 내놓을 협상 카드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숫자에 집착하면 보상 휴가 같은 혜택마저 놓칠 수 있거든요.” 새로운 직함이나 재택 근무, 교육 혜택, 특정 회의나 출장에 참석할 기회 등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연봉 인상이 아니면 퇴사’를 각오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STEP 3 관건은 타이밍

연봉 협상은 대부분 연초에 진행된다. 하지만 그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실상 협상이 아닌 계약이다. 연봉 협상 요구의 적기는 회사가 연말 결산을 시작하고,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 업계가 불황이라거나 회사가 중요한 고객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자. 마이스너는 새로운 직책이나 직무를 수락할 때처럼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타이밍도 노려봄 직하다고 귀띔한다. 업무 평가 결과가 좋고, 회사의 주요 성과에 기여했을 때도 연봉 협상에 관해 자연스럽게 운을 뗄 수 있다. 물론 그렇더라도 인사 담당자가 당신의 요구를 한 번에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이 대안을 제시하는 순발력이다. ‘고민해 보고 이야기해 주겠다’ ‘회사 사정상 당장은 어렵다’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요구를 수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식의 거절 화법에 당신은 다음과 같은 대응방식으로 재협상을 기약해 볼 수 있다. 언제까지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 (내부 연봉 기준을 물어본 다음) 만약 적절한 조건을 갖춘다면 추후 연봉 인상을 해줄 수 있는지 등을 재차 확인하며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연봉 인상이 어려운 경우 복지 혜택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사 담당자의 태도가 완고하다면? 이대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회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 놓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방을 적이 아닌 문제 해결자로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여지를 만들어볼 것. 연봉 협상은 결코 단판에 끝나지 않는다.
 

STEP 4 연봉 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뭔가를 요구하는 일은 귀찮고 껄끄럽다. 하지만 마이스너는 큰 그림을 보라고 조언한다. “연봉 협상은 당장 다음 달부터 통장에 더 많은 돈이 찍히도록 궁리하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 혹은 10년 뒤 당신의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거절당하더라도 부딪혀볼 만한 일이죠. 그 과정에서 터득한 협상 기술로 다음번엔 원하는 것을 보다 쉽게 얻어낼지도 모르고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로부터 듣게 되는 업무 역량과 성과에 대한 피드백도 이력서나 링크드인 프로필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다음 직장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단서다. 현재 프리랜서 헤드 헌터로 일하는 레아는 인턴으로 일하던 첫 직장에 정식 채용될 당시 정규직이라는 사실에 만족해 제시받은 급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취업 후 같은 직무에 몸담은 동료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인사 담당자를 찾아갔다. “이제까지의 성과를 기록한 자료를 보여주며 연봉 인상을 요구했지만 몇 달을 질질 끌더라고요. 끝내 요구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사이 다른 회사에서 제안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었죠.” 결국 레아는 이직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때의 연봉 협상 경험이 거름이 되어, 옮겨간 직장에서는 맨 처음 제시받은 금액보다 약 1만 달러 높은 연봉을 받게 됐다. 성공적인 연봉 협상을 위해서는 업계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전략적인 협상 계획, 완벽한 타이밍을 겨냥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지만 그걸 실패로 볼 수는 없다. 성심성의껏 협상 과정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미래는 한결 밝아질 테니까.

Keyword

Credit

    에디터 류가영
    글 Truc Nguyen
    번역 UNJ
    디자인 김희진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