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술 분야는 아무리 AI라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명령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AI의 예술로 봐 주지 않았죠. 그런데 깜짝 놀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가 주최한 미술대회에서 1등을 한 그림이 알고보니 AI가 그린 작품이었던 거예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은 이 대회에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란 작품을 출품했고, 디지털 아트·디지털 합성사진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AI 이미지 생성기 미드저니(Midjourney)에 텍스트 명령어를 입력해 나온 이미지라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1등을 한 그림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복을 입은 인물들이 거대한 원형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를 두고 르네상스 예술 같다며 극찬했고요. 앨런은 출품 당시에도 미드저니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는 이들은 AI의 작품임을 몰랐을 정도로 정교했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여러 쟁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기존에 나온 이미지들을 학습한 AI가 그린 그림의 표절 여부가 거론됩니다. 또 인간이 한 일은 명령어 입력 밖에 없는데 이걸 예술로 부를 수 있는지의 문제도 논쟁을 유발하고 있죠. 인간이 디지털 플랫폼에 직접 그린 작품이면 몰라도,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창작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대회 측은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 행위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작품에 부여되는 것이 '기술적 가치'인지 '예술적 가치'인지는 여전히 갑론을박의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