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올가을엔 치마 밑에 '이것'을 껴입는 게 유행입니다

기어코 돌아온 충격적인 치마 레깅스 패션!

프로필 by 박지우 2025.09.25

패션 트렌드는 돌고 돕니다. 한 번 지난 유행이 약 20년 주기로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2005년을 풍미한 아이템이 다시금 등장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고요. 그 시절은 유튜브가 막 시작되고, 악틱 몽키즈가 첫 싱글을 발표했으며, 톰 크루즈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소파 위를 뛰어다니던 때였죠. 치마와 레깅스 조합이 하나의 스타일 공식처럼 통용되던 시절이기도 하고요.


레깅스는 사라진 적이 없다

몰리 고다드

몰리 고다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많은 트렌드와 달리, 레깅스는 한 번도 완전히 물러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팬데믹 이후 애슬레저 룩이 대세로 떠오르며 더욱 확고한 입지를 점했죠. 러닝이나 요가 할 때나 입던 레깅스는 이제 일상을 상징하는 패션으로 거듭났습니다. 좋든 싫든, 현대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논할 때 레깅스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죠.


밀레니얼 세대의 복귀 신호

몰리 고다드

몰리 고다드

다만 치마와 레깅스 조합이 다시금 떠오른다는 사실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약 20년 전, 질풍노도의 10대 시절을 통과하던 그때 그 시절의 우리가 퍼뜩 생각날 테니까요.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2005년을 휩쓴 레깅스도 사실은 1985년 마돈나가 주연을 맡은 영화 <마돈나의 수잔을 찾아서>에서 시작됐습니다. 1980년대의 유행이 2000년대로, 다시 20년의 시차를 넘어 지금의 우리를 찾아온 셈이죠. 결국 레깅스는 세대마다 다채롭게 모습을 바꿨을 뿐, 한 번도 우릴 떠난 적은 없습니다.


런웨이로 복귀한 레깅스

샌디 리앙 2025 F/W 컬렉션

샌디 리앙 2025 F/W 컬렉션

샌디 리앙 2025 F/W 컬렉션

샌디 리앙 2025 F/W 컬렉션

그리고 2025년, 치마와 레깅스 조합의 귀환을 주장하는 디자이너들은 다름 아닌 그 시절을 몸소 경험했던 밀레니얼 여성들이었죠. 몰리 고다드는 최근 도버 스트리트 마켓 익스클루시브 룩북에서 풍성한 튤 드레스에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레깅스를 매치했습니다. 몰리 고다드 특유의 몽환적이고 소녀스러운 실루엣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아이템을 더한 셈이죠. 뉴욕 기반 디자이너 샌디 리앙 역시 사랑스러운 색감으로 수 놓인 컬렉션에 레깅스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스커트와 패턴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섬세한 소녀 감성과 애슬레저 룩의 절묘한 조화를 새롭게 풀어냈죠.


루실라 사프디 2025 F/W 컬렉션

루실라 사프디 2025 F/W 컬렉션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 루실라 사프디는 레깅스를 브랜드의 미학 한가운데에 배치했습니다. “레깅스는 다양한 색상, 프린팅, 소재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레스나 스커트, 심지어 쇼츠와도 잘 어울리죠. 그게 바로 레깅스만이 선사하는 재미예요.” 그는 시스루 드레스와 프린팅 레깅스의 조합을 가장 애정한다고 말하며 사랑스러움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사랑스러움과 우아함 그 사이 어딘가

16Arlington 2025 F/W 컬렉션

16Arlington 2025 F/W 컬렉션

16Arlington 2025 F/W 컬렉션

16Arlington 2025 F/W 컬렉션

물론 모두가 귀여움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16Arlington의 마르코 카팔도는 블랙 레깅스를 볼륨감 있는 이브닝웨어와 함께 스타일링해 세련된 무드를 완성했습니다. 누구나 옷장에 하나쯤 있는 일상적인 아이템에 쉽게 녹아들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죠. 치마와 레깅스 조합은 이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이미 대부분의 옷장에 하나쯤 자리 잡고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 확산될 일만 남았죠.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파티로, 게다가 당신이 가장 아끼는 드레스와 함께 레깅스를 다시 꺼내 입을 때가 왔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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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NAOMI PIKE
  • 사진 IMAXtree ∙ Instagram ∙ 각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