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지'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우주는 풀리지 않는 인류의 호기심이 가 닿는 마지막 공간입니다. 지금 그리로 로켓을 날린다고 해서 당장 우리의 생활에 체감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인류가 우주로 떼어 놓는 발걸음들은 전부 미래를 향한 것입니다. 혹시 모르죠. SF소설 속 이야기처럼 기후 변화로 인류가 멸종되기 전 노아의 방주 같은 우주선을 타고 어느 행성에 가서 정착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누리호의 다음 타자는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 한국의 첫 달 궤도 탐사선입니다. 달의 궤도를 돌며 그곳에 있는 자원을 탐사하고, 지질을 연구하며, 자기장 지도 등의 정보를 확보할 예정이죠. 지구와 달의 거리는 고작 38만km지만, 달 탐사 성공은 좀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을 부여하는 디딤돌 같은 사건으로 기록될 겁니다.

다누리에는 5m급 고해상도 카메라와 광시야 편광 카메라, 영구음영지역 카메라 등 촬영 장비와 우주인터넷 탑재체, 감마선 분광기, 자기장 측정기 등이 실렸습니다. 특히 영구음영지역 카메라는 '과연 달에는 물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풀어줄 탑재체입니다. 지구에서 바라본 달 표면의 그림자에 물 분자가 있는지를 탐지해 줄 거예요. 대부분 한국 기술로 만든 과학장비들이죠.
한미우주협력협정에 따라 미 항공우주국(NASA)로부터 지원을 받은 다누리는 5일 오전 8시8분(한국시각)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됐습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블록5 로켓의 등에 업혀서요. 이후 위성체가 발사체로부터 성공적으로 분리돼 현재 자력 비행 중입니다. 이제 다누리는 약 5개월 동안 혼자 힘으로 달의 궤도까지 우주를 유영하게 됐습니다.

달 궤도 안착 목표 시점은 올해 12월인데요. 성공적으로 도착할 시 1달 정도 시운전을 한 뒤 내년 2월부터 임무 수행에 돌입합니다. 자력 비행이라는 1차 관문은 수월히 통과했지만, 9차례 추력기를 작동시켜 방향을 조정해 궤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까다로운 항행 과정을 거쳐 달 궤도에 접어드는 데 성공한다면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에 이어 달 탐사가 가능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