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해 1월, 크루파는 왼쪽 유두 아래에 단단한 부분을 발견했다. 7년 동안 아이들에게 모유 수유를 한 덕에 당황하지 않고 잠시 유관이 막힌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2월에도 그 자리는 여전히 단단했다. 걱정된 크루파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의사는 3월에 유방조영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 코로나19가 찾아왔다. 크루파는 사업장 문을 닫았고, 당시 네 살과 열 살이던 자녀들은 온종일 집에 있었다. 유방조영술 일정을 잡기로 한 병원에선 연락이 없었다. 몇 주면 잡을 수 있던 검진 일정이 몇 달이나 걸렸다. 드디어 7월 유방조영술과 조직검사를 받았고, 의료진은 크루파가 침습성 유방암에 걸렸다고 말했다. 암이 오랫동안 자라 림프절까지 번졌다는 청천벽력과 함께. 팬데믹이 이어지는 동안 크루파는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에스트로겐을 연료 삼아 증식하는 암으로 향후 5~10년 동안 호르몬 치료도 받아야 했다. 지난해 각종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우고 바이러스에 노출될 일을 줄이기 위해 검진이 지연돼 많은 여성이 크루파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종양 전문의 레나 캘러한 박사는 팬데믹 전에 유방조영술 결과가 비정상으로 나와 3~6개월 뒤 한 차례 더 검사하라고 권고했던 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3개월이 코로나19 때문에 1년이 됐어요. 환자 역시 크루파처럼 유방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죠. 진단이 빨랐다면 항암 치료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어쩌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고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 영국에서만 13만7000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암 진단과 암 치료를 몇 개월 동안 중단하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일종의 자연 실험이 됐다고 미국 국립암학회(American National Cancer Institute) 고문이자 암 예방 부문 이사인 바네트 크래머 박사는 말한다. 유방암 연구재단(Breast Cancer Research Foundation) 최고과학책임자 도라야 엘 아쉬리 박사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 검진이 지연된 결과 몇 년 안에 높은 기수의 유방암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7월 〈랜싯 종양학지 The Lancet Onc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 역시 영국에서 유방암 사망률이 향후 5년 내 최대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학술지 〈사이언스 Science〉도 유방암과 직장암으로 2030년까지 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사망하는 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캘러한은 자신이 치료하던 유방암 환자가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했다. 환자는 입원 후 바이러스 치료를 무사히 받았지만, 그동안 암 치료를 중단한 탓에 결국 사망했다는 것. 이는 4개월 정도의 지연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팬데믹이 앞으로 수년간 유방암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전문가들 또한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한다. 따라서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전에 없던 증상이 생기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설마 유방암은 아니겠지’ 하는 근거 없는 낙관에 방심하지 말고 자가 검진을 습관화해야 한다. 설상가상 오미크론 확산으로 병상 가동률 지수가 한계치에 달했다. 그 누구도 우릴 지켜줄 수 없기에 자가 검진을 포함한 건강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 유방암의 조기진단이 예후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021년 봄이 되자, 항암 치료로 모두 빠졌던 크루파의 머리는 까맣게 자라나고 있었다. 백신도 맞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모두 어둠에서 나와 달라진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죠. 하지만 가슴을 잃고 헛헛한 마음과 탈모, 불임, 조기 노화까지 암 환자 낙인이 찍힌 우리에겐 복귀가 훨씬 힘겨운 일이죠.” 크루파는 역경을 딛고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진단을 좀 더 일찍 받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종양 크기가 더 작지 않았을까? 생존율이 높아졌을까? 크루파는 늘 곱씹을 것이다.

유방암 예방의 첫걸음, 자가 검진
」만 30세 이상 매달 자가 검진
만 35세 이상 매달 자가 검진 + 2년마다 의사 진찰
만 40세 이상 매달 자가 검진 + 1년마다 의사 진찰과 유방 영상 촬영
1단계 거울 앞에 서서 육안으로 관찰하기. 특히 유방에 작은 덩어리가 보이거나 유두가 함몰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2단계 유방 쪽의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반대편 손의 두 번째 · 세번째 손가락을 이용해 원을 그리며 촉진한다. 이때 보디로션을 발라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면 좀 더 쉽게 촉진할 수 있다.
병원 진찰이 필요한 이상 증세
」√ 겨드랑이에서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
√ 유방 피부에 주름이 생긴 경우
√ 이전 자가 검진과 달리 유두가 함몰된 경우
√ 유두를 짰을 때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 이전 자가 검진과 달리 한쪽 유방이 커지거나 아래로 처진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