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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려면 대출과 친해져야 합니다_빚동산 가이드 #5

착한 빚 vs. 나쁜 빚.

BY김초혜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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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전성시대

요즘에는 기성 언론에서도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표준어처럼 사용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받은 대출로 집을 산다는 의미다. 현재 서울 아파트는 집값의 40%까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즉, 6억 원짜리 집을 사려면 은행에서 2억4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적어도 3억6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5년 정도 지나서 제힘으로 3억6000만원을 모아놓은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5년이 아니라 10년을 모아도 3억6000만원을 현금으로 보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너도나도 ‘영끌’을 한다. 은행에서 받는 주택담보대출은 기본이다.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는다. 끝이 아니다. 대기업은 복지 차원으로 직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대출 한도는 기업마다 다르다. 당연히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대출 복지가 잘 갖춰져 있다.
 

나쁜 빚과 착한 빚 구분하기  

물론, 선택은 자유다. 누군가는 ‘영끌’을 해서 실거주용 1주택을 마련한다. 누군가는 ‘영끌’을 두려워해서 집 구매를 미룬다. 대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영끌’을 하면 충분히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되는데도, 빚을 내길 꺼리며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빚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의 자산을 불려주는 착한 빚이 있고, 오히려 자산을 계속 갉아먹는 나쁜 빚이 있다. 나쁜 빚은 두려워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착한 빚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다.
 
일단, 나쁜 빚부터 보자. 여윳돈 3000만원이 있는데, 자동차를 사고 싶다면 상식적으로 3000만원이 넘지 않는 차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욕심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누군가는 빚을 3000만원 더 내서 6000만원 짜리 차를 사기도 한다. 이럴 때 내는 빚이 나쁜 빚이다. 자산 증식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빚이기 때문이다. 6000만원 짜리 새 차는 첫날부터 꾸준히 값어치가 떨어진다. 빚은 빚대로 대출이자가 붙고, 그 빚으로 산 자산의 가치도 급격하게 깎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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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산을 늘려주는 빚

착한 빚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올라가는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낸 빚이 착한 빚이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은 조금은 용기를 내도 괜찮다. 2억원, 3억원, 4억원 대출을 생각하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심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1억원을 모으는 일도 정말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내 집이 없더라도 어딘가에서 전세로든 월세로든 계속 살긴 살아야 한다. 모두가 집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굳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내 몸이 쉬어야 할 공간은 죽기 직전까지 필요하다. 즉,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은 우리 삶에 주거 안정성이라는 선물을 주는 고마운 친구다. ‘나는 대출을 더 내기가 싫은데, 그냥 계속 전세에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꽤 많다. 잘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서울 웬만한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2년 전 매매가 보다 비싸다. 즉, 2년 전에 5억원이면 살 수 있었던 아파트가 현재는 전세 보증금만 5억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이 무서워서 무주택자 포지션을 계속 유지해봤자, 결국 대출을 더 내야 한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려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게 싫으면 현재 보증금 수준으로 갈 수 있는 집을 골라 이사 가야 한다. 당연히 주거 환경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에 현금 쌓아두지 마세요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30년 만기로 빌린다. 현재 금리를 감안하면 2억 정도 빌렸을 때 원리금으로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한 달에 최소 100만원을 저금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돈을 은행에 쌓아둘 필요는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 집을 구하고, 다달이 100만원을 갚아나가는 게 낫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은 사실상 최고의 저축이자, 가장 안정적인 재테크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다른 선진국 수도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메트로폴리스다. 교통, 일자리, 문화 인프라가 이렇게 집약적으로 투입된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도시에 있는 집을 빚 내서 사는 건 당연한 거다. 빚 없이 현금을 모아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언젠간 올까? 나는 그런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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