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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할머니 윤여정의 매력 화법 (1)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면, 윤여정의 말은 다이아몬드다.

BY양윤경2021.04.30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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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영향으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즐겨봤던 나는 오래전부터 윤여정 배우의 팬이었다. 내마음 속엔 중년 여배우들이 나름대로 포지셔닝 되어 있는데 나문희와 고두심이 전형적인 K-어머니라면 윤여정과 박원숙은 유복한 집에 사는 공주 같은 안주인 역할 이미지였다. 1995년작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윤여정은 찬거리를 사느니 그 돈으로 꽃을 사는 철없는 부잣집 둘째 며느리 역을 맡았다. 해당 세트장 거실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급의 카리스마를 풍기는 어느 여인의 커다란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윤여정의 실제 젊은 시절 모습이었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사진 속 여인에게 완전히 반했다.  
영화 〈충녀 (1972)〉의 윤여정. ⓒJTBC자료실.

영화 〈충녀 (1972)〉의 윤여정. ⓒJTBC자료실.

무튼 윤여정과 박원숙은 아무리 가난한 역할을 맡아도 묘하게 부티가 났다. 봇짐을 멘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보다는 미국 사는 부자 이모나 고모 역할이 더 찰떡이었고(박원숙이 캘리포니아에 사는 화려한 이모라면 윤여정은 동부에 사는 교양 있는 고모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외모의 영향도 있겠지만 애티튜드와 말투의 역할이 크다. 특히 윤여정은 다른 70대 답지 않게 고상하면서 유머러스하고 꼿꼿하다. 감출 수 없는 그녀만의 우아한 아우라를 만드는 건 이 할이 몸매와 패션 감각이요, 팔 할이 말투다.  
영화 〈미나리〉의 성공 이후 연일 윤여정의 인터뷰가 화제다. 조곤조곤 읊조리면서 할 말은 다 하고, 지나치게 솔직하게 나왔다가 수위 센 농담도 날리는(그것도 영어로!) 배포에 전 세계가 반한 것이다.
일단 윤여정의 말투는 차분하다. 높낮이의 폭이 크지도 않고, 리듬은 일정하며, 특정 단어에 힘을 주는 법이 없어서 그런지 대체로 감정의 기복이 크게 엿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그다지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마상’ 데미지가 적다.
그런데 말속에는 늘 뼈가 있다. 잔뼈가 아니라 척추 수준이다. 
“어머 영국인들처럼 고오오오상한척 하는 사람들이 상을 주다니” “브래드 피트 냄새 맡지 않았다. 내가 개도 아니고” “나영석 PD 진짜 나쁜 X이네” 
실상 무자비한 팩트를 담고 있어도 그걸 우락부락한 폭격기가 아닌 차분한 마차에 실어 보낸 느낌이라 충격이 크지 않다. 다만 내용물은 고스란히 남으니 팩폭은 팩폭이다. 웃으면서 날리는 고난도의 팩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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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할머니 윤여정의 매력 화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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