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즈 러블리!” 〈윤스테이〉 속 외국인 투숙객들이 입을 모아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주인공, 윤여정이다. 센스 있게 영어를 구사하고, 말끝마다 위트를 발사하는데, 성실하기까지 한 윤여정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오징어 먹물로 저희를 독살하는 건 아니죠?”라는 투숙객의 농담에 “오늘밤은 아니고. 뭐 봐서 내일이나”라고 받아치는 순발력은 또 어떤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윤여정은 온몸으로 시연한다. “예순이 돼도 인생을 몰라.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세가 처음이야”(〈꽃보다 누나〉)라고 말하는 윤여정에겐 물리적 나이를 분해하는 힘이 있다. 인생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화녀〉에서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로 사회 통념에 도전하고, 〈장희빈〉으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후, 결혼과 도피와 이혼이 안긴 13년의 공백기를 지나 젊은이들이 따르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까지 삶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그를 지켜낸 건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 무언가를 원망하거나 강요하지 않겠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최고의 연기는 돈 필요할 때 나온다”는 말로 뼈를 때리고, ‘쿨병’ 걸린 세상에서 진정한 ‘쿨’이 뭔지 보여주며, 수많은 ‘꼰대’ 속에서 어른의 이미지를 재정의하는 윤여정에게 청춘들은 그렇게 매료됐다. 〈미나리〉로 미국 내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그가 오스카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인가는 부차적일 뿐, 윤여정은 이미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영화 칼럼니스트, 정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