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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2' 천서진의 마력, 김소연 연대기_요주의여성 #9

28 년차 배우 김소연이 '펜트하우스'의 천서진이 되기까지

BY양윤경2021.03.26

오늘 밤 헤라팰리스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천서진.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천서진.
〈펜트하우스2〉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드라마를 ‘즐기는가’ ‘거부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겠지요. 어떤 이들은 ‘김순옥 유니버스’의 거리낌 없는 전개에 쾌감을 느끼며 ‘밈’을 공유하고,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인 이야기에 우려를 표합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력에 있어서는 아무도 이견을 제기하지 못할 겁니다. 예측 불가능한 극적인 스토리 속에서 울고 분노하고 절규하며 무한대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배우들. 특히 ‘천수진’ 역을 맡은 김소연 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집니다. 지난 〈펜트하우스2〉 6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스마트폰 유심칩을 입으로 씹어 먹는 장면을 보고는, 환호성이 나오더군요. ‘메릴 스트립, 제시카 차스테인도 이런 연기는 못할 꺼야!’  
대체불가 캐릭터 천수진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 성실하게 일하며 늘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 28년차 배우 김소연에게 ‘재발견’이란 말은 적합한 단어가 아닐지도. 다만 ‘브라보’라는 찬사가 어울릴 뿐입니다.  
 

#하이틴스타 #악역 #이브의모든것  

김소연은 90년대를 장식한 반짝이는 하이틴 스타 중 한 명입니다. 성숙하고 도회적인 외모로 일찌감치 방송가의 눈에 띈 김소연은 1994년, 15세에 드라마 〈공룡선생〉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10살이 훌쩍 넘는 배역을 맡기도 했던 그는 남녀의 영혼이 뒤바뀌는 소동을 그린 영화 〈체인지〉가 큰 인기를 끌고, 음악방송 MC까지 맡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쳤으나, 당시 아이돌 그룹 팬들의 미움을 받으며 마음 고생하기도 했죠. 화제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브의 모든 것〉(2000)에서 ‘천서진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독한 캐릭터 ‘허영미’를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김소연. 또 다른 대표작 〈아이리스〉(2009)에서는 북한공작원 ‘김선화’ 역을 맡아 강인한 여전사로 열연을 펼치며 다시금 주목받았습니다.      
드라마 〈아이리스〉.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

#천사 #예능우량주 #반전매력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 작품 속 ‘센’ 이미지 때문에 김소연 배우는 오랫동안 ‘오해 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정반대의 ‘순한’ 캐릭터라는 사실이 이제는 많이 알려졌죠. 연예계 동료들이 ‘천사’ ‘선녀’라고 표현할 만큼 깍듯하고 인성 좋기로 소문난 스타. 〈검사 프린세스〉(2010)에서 본연의 모습이 담긴 듯한 사랑스러운 캐릭터 ‘마혜리’를 연기하며 변신을 꾀한 김소연은 이후에 〈우결〉 〈진짜 사나이〉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상냥하고 털털하며 살짝 엉뚱한 면모들이 전해지며 보다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올해 1월에는 〈놀면 뭐 하니?〉에 ‘까놀라유’ 유재석이 점 찍은 ‘예능 우량주’로 등장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필모그래피에서 드러납니다. 〈로맨스가 필요해3〉 〈순정에 반하다〉 〈가화만사성〉 등 맡는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믿음직한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펜트하우스2〉 스틸.

〈펜트하우스2〉 스틸.

 

#천서진 #코리안조커 #펜트하우스  

〈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 만에 배우 김소연이 악역으로 돌아온 작품.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는 상상 그 이상으로 ‘셌’고, 천서진은 강렬했습니다. 욕망에 흔들리고 분노로 폭주했다가 불안에 몸을 떠는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제 몸처럼 연기해낸 김소연. 특히 1시즌 15회에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하고 도주한 천서진이 피 묻는 손으로 피아노를 치던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에 ‘레전드’로 꼽힙니다. 시즌1 당시 〈말레피센트〉의 안젤리나 졸리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는 김소연은 시즌2에서는 〈녹터널 애니멀스〉를 참고했다고 밝혔죠. 이렇듯 배우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뻔한 악역과 ‘급’이 다른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펜트하우스〉 이전에도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재발견’이라 칭송 받은 여러 악녀들이 있었습니다. 여리고 착한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를 확 뛰어넘는 ‘마력’을 발산하는 그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동시에, 이처럼 뛰어나고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담을 작품이 정녕 ‘막드’란 장르밖에 없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도 스쳤지요.    
3년 전,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민용준 기자가 진행한 〈에스콰이어〉 2018년 3월호 인터뷰) 김소연은 “쉬는 동안 〈왕좌의 게임〉을 보며 마음이 용광로처럼 끓었다”라고 고백하며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로 악역 중에 악역인 ‘세르세이 왕비’ 역을 꼽았습니다. 혼신을 다해 캐릭터에 몰입하고 ‘미치고’ 싶은 마음. 지금의 ‘천서진’이 탄생한 데는 김소연 배우의 이런 갈망이 있었던 거겠죠.
과연 천서진은 오윤희, 나애교(혹은 심수련)와 손잡고 ‘나쁜X’ 주단태를 처단하게 될까요? 부디 그 복수가 아주 대담하고 극적이고 처절하길 바랍니다. 천서진의 한을 풀고, 배우 김소연의 갈망을 채울 만큼요.  
 
*찬양하고 애정하고 소문 내고 싶은 별의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요주의 여성’은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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