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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다 전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_요주의 여성 #8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 디즈니의 새로운 ‘전사’ 프린세스가 등장했다.

BY양윤경2021.03.12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티저 포스터.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티저 포스터.

당신의 디즈니 ‘최애’ 공주는 누구인가요? 엘사? 안나? 모아나? 나날이 더 강인하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디즈니 공주 계보도에 새로운 인물이 추가됐습니다. 바로 지난 3월 4일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라야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라야는 ‘공주’라기보다, ‘전사’에 가깝습니다. “이건 아주 다른 종류의 히어로이자 아주 다른 종류의 프린세스에요.” 라야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의 말입니다. 
필리핀 전통 모자 살라콧을 연상시키는 모자를 쓴 라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필리핀 전통 모자 살라콧을 연상시키는 모자를 쓴 라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반짝이는 물방울과 노을 빛까지, 섬세하게 재현되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반짝이는 물방울과 노을 빛까지, 섬세하게 재현되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멸망 위기에 처한 세상을 재건하기 위해 마법의 구슬 조각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마치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스토리 라인. ‘툭툭’을 타고 황량한 땅 위를 달리는 라야의 모습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싸우고 좌절하고 분노하고 도전하고 성장하는 라야의 여정 속에 (이성과의) 로맨스 따위는 전혀 그려지지 않으며, 라야 외에도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디즈니가 만든 또 하나의 보물 같은 작품,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박수를 보내는 네 가지 이유.    

 

동남아시아의 향기  

작품을 위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을 직접 돌며 리서치 여행을 했다는 제작진은 동남아시아의 문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쿠만드라’라는 가상의 판타지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놀랍도록 섬세하게 펼쳐지는 자연 풍광부터 아시아 전통무예에서 착안한 액션 시퀀스, 인사법과 옷차림 같은 세세한 부분들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 가득 느껴지는 동남아의 향기!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닌 문화를 한 데 담은 것에 대해 ‘정체성’ 논란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지만,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어색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 특히 라야의 아버지가 만든 수프(이야기 속에서 ‘화합’을 상징하기도 하는)를 보노라면, 당장 가까운 태국 음식점으로 달려가 똠양꿍이 먹고 싶어 질지 모릅니다.  
 

여자가 ‘다’ 하는 이야기  

라야의 강력한 라이벌, 나마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라야의 강력한 라이벌, 나마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라야와 나마리의 대결 장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라야와 나마리의 대결 장면.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는 주인공 라야 외에도 주된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여성입니다. 라야와 깊고 진한 애증으로 얽힌 라이벌 ‘나마리’와 족장인 그의 어머니 ‘비라나’를 비롯해 전설 속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 또한 ‘she’로 설정된 것. 각각의 캐릭터는 성별에 상관없이 입체적이고 개성적으로 묘사되며, 이들의 관계는 매우 복합적으로 작품의 주제의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특히 라야와 나마리,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은 극 중 하이라이트.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여자 VS 여자’ 액션신을 본 적 있었던지! 〈모아나〉 〈겨울왕국2〉에 이어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보고 자랄 소녀들에게 ‘모험’은 전혀 먼 단어가 아닐 겁니다.  
 

영혼까지 불어넣은 배우들

라야를 연기한 켈리 마리 트란. “이렇게 다양한 아시아계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Getty Images드래곤 시수 역은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개성적인 배우, 아콰피나가 맡았다. ©Getty Images
이번 작품의 보이스 캐스팅에는 할리우드에서 이름난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먼저 라야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로즈 티코 역할을 맡았던 베트남계 미국인 켈리 마리 트란. 실수하고 고민하고 도전하고 성장하기까지, 라야가 우리에게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건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펼친 켈리 마리 트란의 공이 큽니다. 드래곤 시수 역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법한 ‘핫’한 스타, 아콰피나가 참여했습니다. 특히 아콰피나는 목소리 뿐만 아니라 ‘반전 매력’을 지닌 시수의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여 커다란 재미를 선사합니다(〈왕좌의 게임〉 류에 나오는 크고 근엄함 드래곤이 아닌, 정감 있고 개성 있는 동양의 용에 대한 묘사!). 이 밖에도 나마리 역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젬마 찬, 카리스마 넘치는 ‘송곳니의 땅’ 족장 역에 산드라 오, 라야의 아버지 벤자 역에 대니얼 대 킴 등 캐릭터와 영혼까지 닮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더해졌으니, SNS에서는 보이스 캐스팅 그대로 실사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중!
 

믿음에 관하여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는 건, 영화의 주제의식과도 관련 있습니다. 분열된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건 강력한 힘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화합하는 것 뿐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영화는 말합니다. 코로나19로 디즈니 직원들이 각자 흩어져 재택근무를 하며 완성된 작품의 주제가 ‘연결’을 말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그 어느 때보다 갈기갈기 찢긴 채 점점 나빠지고만 있는 것 같은 세상 속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통해 잠시나마 희망을 느끼고 위안을 얻습니다.  
 
+
①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단편 애니메이션 〈우리 다시 Us Again〉도 놓치지 마세요. 대사 한마디 없이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의 마법 같은 힘!  
②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보고나서 어쩐지 지난 겨울 개봉한 〈원더우먼 1984〉가 생각났어요. 라야와 니즈마의 액션을 보며 〈원더우먼 1984〉 초반부에 나왔던 아마존 전사들의 올림픽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믿음’ ‘회복’에 대한 주제가 겹쳐지기도 하고요. 잘 만든 영화 〈원더우먼 1984〉가 코로나 때문에 더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해 팬으로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VOD를 통해 꼭 만나보세요!
 
*찬양하고 애정하고 소문 내고 싶은 별의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요주의 여성’은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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