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여름처럼 햇살이 따가운 것도 아니고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닌다며 말이다. 그때마다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답하는데 사실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자외선의 피부, 안구 등에 대한 악영향은 오랜 세월 세계적으로 연구돼 밝혀진 사실이 많다. 그리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외선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해 그 강도인 자외선 지수에 따라 행동지침까지 분명히 정해 놨다. 국내에서는 기상청이 자외선 A와 B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환산한 ‘총 자외선 지수’를 다시 ‘낮음’(2 이하), ‘보통’(3∼5), ‘높음’(6∼7), ‘매우 높음’(8∼10), ‘위험’(11)으로 나눠 하루 두 번 발표하니 ‘아묻따’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맨눈으로 보는 맑은 날, 흐린 날은 별 의미가 없다. 기상청이 10년간 자외선량을 분석했더니
구름 조금 낀 날과 맑은 날은 거의 비슷했고 부분적으로 구름이 낀 날은 오히려 많았다. 「 시간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자외선 지수
」 지리적 특성상 한국은 여름철에 자외선 지수 ‘위험’과 ‘매우 높음’인 날이 집중되고 겨울엔 ‘낮음’, ‘보통’인 날이 대부분이다. ‘보통’일 땐 2~3시간 이내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데 그럼 햇볕에 그 정도 노출을 안 하는 사람과 종일 ‘낮음’인 경우엔 자외선 차단제를 아예 안 발라도 되는 게 아닐까?
자외선 지수에 따른 행동 요령. 지수는 날씨 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
대체로 그렇다. 자외선 지수는 하루 중에도 시간대마다 달라지는데 겨울 출근 시간엔 낮았다가 정오~오후 1시쯤 피크에 달하고 오후 3시 이후엔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다. 그러니 아침 일찍 출근, 등교해 창가에서 먼 실내에서만 생활하다 저녁때 퇴근, 하교하는 직장인, 학생은 겨울엔 자외선 차단제를 안 발라도 된다. 또, 자외선 지수가 종일 ‘낮음’인 날 역시 야외활동을 하더라도 생략할 수 있다.
같은 한국이라도 시간, 지역에 따라 자외선 지수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기상청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 씨처럼 토를 달자면 자외선 지수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 24일 국토 동쪽 대부분은 자외선 지수가 ‘보통’, 양양, 고성 등 강원도 해안은 ‘낮음’이었던 반면 서울을 포함한 서쪽은 ‘높음’, 해남, 장흥 같은 전라도 최남단 해안은 ‘매우 높음’이었다. 지역에 따라 네 가지 지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자외선 지수는 반드시 자기 지역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 눈이 많이 쌓인 날은 땅이 자외선을 반 이상 반사해 양이 많아진다. 마치 자외선 조명을 비춘 것 같은 상태라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야간 스키 탈 때는 예외. 스키장 인공조명에선 피부에 해를 끼칠 만큼 자외선이 나오지 않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필요가 없다.
「 1~6 중 내 피츠패트릭 피부 유형은?
」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 한민족이라도 피부색에 따라 자외선에 입는 손상 정도가 현격히 다르다.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할 때 환자를 분류하는 피츠패트릭 피부 유형이란 것이 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피부과 의사인 토마스 B. 피츠패트릭(Thomas B. Fitzpatrick)이 자외선에 손상을 입는 정도에 따라 피부를 6가지로 나눈 유형이다.
피츠패트릭 피부 유형 1~2 에 해당하는 사람은 자외선 지수가 낮아도 차단에 유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간단히 말해 1 유형 피부색이 가장 밝고 6 유형이 가장 어두운데 밝을수록 자외선에 약하다. 1 유형은 피부색이 아주 밝으며 여름철 낮에 45~60분간 햇빛에 피부를 노출하고 24시간 후 확인하면 전혀 타지 않고 화상만 입는다,
2 유형은 밝으며 보통 타지 않고 화상을 입는다,
3 유형은 밝은 편이며 때때로 화상을 입고 천천히 탄다,
4 유형은 연한 갈색이며 드물게 화상을 입고 쉽게 탄다,
5 유형은 갈색이며 드물게 화상을 입고 대부분 탄다, 6 유형은 어둡고 전혀 화상을 입지 않으며 항상 탄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한민족은 동양인이라 대부분 3~4 유형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서울대를 위시한 전국 7개 의대 피부과학 교실과 LG 화장품이 조사한〈피츠패트릭 분류법에 따른 한국인의 광피부형 보고서〉(2000)에서
1형이 2.4%, 2형이 8.8%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1~2 유형은 당연히 백인일 거란 편견이 깨진 것이다. 이들은 백인 평균과 비교해도 밝은 편에 속할 만큼 피부색이 밝으며 햇볕을 쬐면 쉽게 화상을 입는다. 즉, 자외선 지수가 낮더라도 차단에 신경을 각별히 신경을 써 줘야 색소 침착, 주름 등 광 노화와 피부암, 백내장 등을 예방할 수 있다. 1 유형으로 추정되는 피부색이 눈 같은 남자 지인은 “난 햇볕 쫴도 안 타서 괜찮아.”라며 자외선 차단을 일절 하지 않고 수시로 피부를 벌겋게 익히곤 하는데 사실은 가장 위험한 입장이다.
1~2 유형은 자외선 지수가 ‘낮음’일 때도 차단에 유의해야 하고 반대로 5~6(5유형도 조사 대상의 17.8%나 된다) 유형은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써도 된다. 그러나 자
외선 지수가 ‘보통’ 이상일 땐 누구나 조심해야 한다. 「 겨울 자외선 차단제는 보습력 좋은 일상용을 선택할 것
」 겨울엔 등산, 스키 등 땀 나는 활동을 하지 않는 한 내수성, 지속내수성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 없다. 세안할 때 쉽게 지워지고 모공을 막을 염려가 적은 일상용이되, 보습 성분이 많이 들어 크림 질감에 가까운 것이 좋다. 흔들어 쓰는 타입 중엔 알코올이 든 것이 많은데 피부 표면 온도를 낮춰 더 추워지니 전성분표를 봐서 무알코올이 낫다. 단, 지성 피부는 여전히 오일 프리 타입을 선택한다.
또 겨울엔 아침부터 바를 필요 없이 자외선 지수 ‘보통’이 되기 전에 바르면 된다. 마스크는 자외선 차단용이 아니어서 얼굴 전체에 발라야 한다. 만약 자외선 지수가 ‘보통’이었다가 두 시간도 안 돼 ‘낮음’으로 떨어진다면? 덧바르지 않아도 된다.
자외선 지수며 피부 유형이며 따지기가 귀찮은 사람은 다 계산해 주는 앱도 있다. 피부암이 사회적 문제인 호주에서 개발된 유브이 렌즈 UV LENS는 실시간 자외선 지수뿐 아니라 각 사람의 피부색, 눈동자 색(은 그다지 신경 쓸 필요 없다), 자외선 차단제 도포 여부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까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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