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얼죽코’가 코트 고르는 법_선배's 어드바이스 #36

얼어 죽어도 코트인 그들이 우수에 잠길 계절이다.

BY송예인2020.10.26
 ‘얼죽코’는 ‘얼죽아’처럼 널리 퍼진 줄임말로 ‘얼어 죽어도 코트’인 사람들을 말한다. 
 영화〈 세브린느〉속 문제의 여자, 카트린느 드뇌브

영화〈 세브린느〉속 문제의 여자, 카트린느 드뇌브

 
1967년의 문제작, 영화 〈세브린느(Belle de Jour)〉(1967)에서 카트린느 드뇌브는 바깥세상으로 나올 때면 이브 생 로랑이 특별히 만든 빨강 코트를 입었다. 만약 패딩 재킷을 입었다면? 영화는 그녀의 권태와 욕망에 대해 운이라도 뗄 수 있었을까? 상상력을 동원해도 왠지 파트 타임 일자리를 찾는다거나 하는 건전한 목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추워도 꿋꿋하게 코트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비의 모직 코트 소재, 어떤 게 좋을까?

인간이 방한용으로 코트를 입은 이래 소재는 모(wool)였다. 털가죽을 그대로 입느냐 털만 모아 짜서 입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동물을 키울 순 있어도 모 섬유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순 없어서 아직도 겨울 코트는 상당 부분 소재에 품질과 가격이 달렸다.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 화려한 패턴과 디자인으로 찬사받는 코트들을 잘 살펴보면 의외로 소재는 울 100% 또는 울에 합성섬유 혼방 등 평범한 경우가 많다. 자원을 디자인에 거의 다 써서 소재까지 최상급으로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대신 가격도 브랜드 네임에 비해선 합리적인 편이다. 반면 오래도록 품질로 승부했던 브랜드 코트들은 디자인이 딱히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도 없는데 가격은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조차 입이 떡 벌어지게 한다.
 
언스플래시

언스플래시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낙타과 동물 비쿠냐는 멸종 위기 동물로 잉카 시대부터 생산량과 공급 대상을 엄격히 관리해 왔다. 현재도 비쿠냐는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털을 채집하는 시기와 양, 원단 생산 업체가 제한돼 있어 고가일 수밖에 없다. ‘섬유의 보석’으로 불리는 캐시미어는 중국에서 대량생산 후 가격대가 많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길고 빽빽한 어린 캐시미어 염소 솜털을 빗어서 모으고 주의 깊게 짜 염색하는 최상급 캐시미어는 여전히 희귀하고 비싸다. 비쿠냐와 캐시미어는 극히 가볍고 부피에 비해 따뜻하며 자르르한 광택이 나 겨울 코트여도 우아한 실루엣을 구현할 수 있다. 생산량 때문에도 비쿠냐 100%는 존재하기가 어렵고, 캐시미어는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100%에 가까울수록 짜기도 어렵고 내구성이 약해서 활동량 자체가 적고 옷을 곱게 입는 사람만이 가질 자격이 있다. 캐시미어 혼방이라고 하려면 정말 많이 양보해서 10%는 들어가야 한다. ‘캐시미어 터치’는 촉감을 말할 뿐 캐시미어 소재가 아니다.
 
티벳 영양의 솜털로 짠 섬유 샤투슈(shahtoosh)는 1975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교역에 대한 협약’(CITES)에 의해 아예 거래가 금지됐다. 2018년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도에서 샤투슈 숄 15개를 반출하려다 적발됐는데 이들이 사들인 금액은 약 6억 5천만 원에 달했다. 그러니 여행 가서라도 샤투슈라고 주장하는 웬만한 가격 제품은 가짜일 확률이 높고 멸종 위기 동물 보호 차원에서 사지도 말아야 한다. 단, 과거 만들어진 샤투슈 옷이나 숄은 빈티지로 존재한다.
 
이름처럼 100% 낙타 털 소재인 막스마라의 캐멀 코트

이름처럼 100% 낙타 털 소재인 막스마라의 캐멀 코트

 
‘캐멀 코트’의 캐멀(carmel)은 진짜 낙타 솜털과 그걸로 짠 직물을 말한다. 염색하지 않으면 당연히 낙타색이 된다. 20세기 초부터 유럽 귀족들이 캐멀 코트를 입었는데 1990년대 세계적으로 유행해 디자이너들이 앞다투어 내놓았지만 이젠 진짜 낙타 털 소재를 쓰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 낙타처럼 두툼하고 우직한 느낌 코트가 나와서 커리어 우먼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알파카 역시 낙타과 동물인데 조금 거칠면서 봉제 인형 느낌 직물을 생산할 수 있다. 수리(Suri) 알파카 털은 직모에 길고, 후아카야(Huacaya) 알파카는 곱슬에 좀 더 짧다. 알파카 코트라고 자신하는 제품은 대개 그 종류도 표기한다.  
이런 호사스러운 섬유 속에서 울은 비교적 소박한 편인데 최근엔 울 함량이 많은 코트조차 흔치 않을 만큼 소재가 하향 평준화된 게 안타깝다. 울과 아크릴, 나일론 등 합성섬유와 혼방 소재면 가능한 울 함량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울 함량이 많더라도 직조가 아닌 펠트(섬유를 짜지 않고 눌러 만든 원단, 부직포다 대표적)면 가격대가 조금 저렴하다. 대신 뻣뻣한 감이 있다.
 
 

화제의 핸드메이드 코트란 뭘까?

핸드 메이드 코트가 대유행 중이다. 재킷, 코트는 수작업으로 해야만 형태와 품질을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얼마큼 수공이 들어가야 핸드메이드라고 부를 수 있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어도 ‘handmade’ 태그를 붙인다. 그리고 최근 코트 업계에선 원단 두 장을 맞붙여 시접이 안 보이게 손바느질로 처리한 걸 핸드 메이드로 부르기로 거의 대동단결한 상태다. 얇은 원단 두 장이라 따뜻하고 마치 양면 코트처럼 보일 만큼 모든 시접이 깔끔하게 처리돼 있다. 그런데 손바느질처럼 박아주는 특수 재봉틀이 나오는 바람에 사실상 손으로 처리한 부분이 거의 없는 것도 스타일만 비슷하면 핸드메이드를 붙인다. 그러니 핸드메이드 태그 자체에 사활을 걸 필요는 없으며 입어서 따뜻하고 가볍고 실루엣과 색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심지어 수공이 아주 많이 들어간 고급 코트들은 핸드메이드인 게 당연해서 표기를 안 붙이기도 한다.
 
로로피아나의 비쿠냐 50%, 베이비 캐시미어50% 소재 핸드메이드 코트

로로피아나의 비쿠냐 50%, 베이비 캐시미어50% 소재 핸드메이드 코트

부자재로도 코트 품질을 알아볼 수 있다. 좋은 코트는 대개 단추도 플라스틱이 아닌 버팔로나 쇠뿔, 소매를 조이는 비조 장식과 허리 벨트 고리는 가죽 등 천연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금속 부자재는 세공이 섬세하고 광택이 너무 인조적이지 않으며 잘 녹슬지 않는 소재다. 또 안감으로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이 아닌 비스코스(viscos)나 큐프로(cupro), 즉 레이온 소재를, 더 좋은 것은 실크를 많이 쓴다. 좋은 코트일수록 입어 봐서 애초부터 사이즈며 핏이 딱 맞는 게 좋다. 소매나 밑단을 수선하면 전체적인 직조나 봉제의 장점이 사라져 버리며 수선하는 사람 재봉틀로 원래 느낌을 똑같이 만들 수 없다.
 
 

나에게 어울리는 핏, 실루엣은?

코트는 꼭 입어보고 산다.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가 다 편안하되 앞판에 주름이 생기거나, 붕 뜨거나,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허리 벨트가 자기 허리선보다 낮은 건 품이 맞더라도 옷이 큰 것이고 하체도 짧아 보인다. 키가 작을수록 짧은 코트가 어울린다고 하지만 핏이 완벽하게 맞으면 극단적인 맥시 코트가 아닌 한 롱 코트도 오히려 늘씬해 보인다. 
 
 어깨 패드가 들어 처지거나 둥근 어깨를 보완해 주는 알렉산더왕의 코트.

어깨 패드가 들어 처지거나 둥근 어깨를 보완해 주는 알렉산더왕의 코트.

 어깨는 자기 몸과 반대 형태가 좋다. 각진 사람은 래글런 소매처럼 둥글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것이, 어깨에 각이 없거나 처진 사람은 군복처럼 단단하고 패드가 든 것이 좋다.
보스 우먼의 커다란 라펠과 코쿤 실루엣이 특징인 오버사이즈 코트

보스 우먼의 커다란 라펠과 코쿤 실루엣이 특징인 오버사이즈 코트

 코쿤 실루엣(고치형)이나 트라페즈(사다리꼴) 라인처럼 허리가 벙벙한 디자인은 몸통은 굵어도 목, 팔다리가 가늘고 긴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허리를 따라 다트가 들어가 달라붙다가 자연스레 퍼지는 A라인은 골반이 큰 사람의 장점을 끌어낸다.
 
남성복, 군복에서 유래한 브리티시 웜 코트

남성복, 군복에서 유래한 브리티시 웜 코트

 폴로 코트(polo coat), 브리티시 웜(British warm)처럼 남성복에서 넘어와 각이 많고 직선적인 코트는 여성이 입으면 전체적으로 볼륨을 눌러 주는 효과가 있어서 실루엣에 신경 안 쓰고 후디, 청바지 등 캐주얼 웨어와 믹스 앤 매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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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이선배
  • 사진 각 브랜드/게티이미지/언스플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