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왜 한국을 혐오하세요?”_라파엘의 한국살이 #27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무조건 K-팝, K-패션, K-드라마, K-뷰티, K-푸드에 감탄하고 탄복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K-러브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즉시 “왜 한국을 싫어하세요?” “한국에서 떠나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나처럼.

BY양윤경2020.07.31
“한국에서 나가라!”
“영국이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하잖아!”
“왜 한국을 싫어하세요?”
“라파엘 라시드는 한국 혐오하는 사람이다.”
“외국인은 한국에 대해 비판할 자격 없어.”
 
이게 뭐냐고? 내 기사와 트윗에 달리는 댓글이다. 한국의 온라인 문화는 참 흥미롭다. 기사나 SNS를 통해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순간 이런 비난의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그 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이메일로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욕설을 일방적으로 쏟아낸다. 나의 주장을 캡쳐하거나 해당 링크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럼에 공유해서 집단적으로 손가락질 하는 경우도 있다. 뭐 예상 못한 반응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무척 간단하다.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국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앞섰는지, K-문화가 얼마나 유니크하고 쿨한지, 한국 김치와 비빔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한국 사람들의 정이 얼마나 따뜻하고 깊은 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된다.
 
사실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미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 않나. 한국 관련 콘텐츠로 소위 잘나가는 외국인 유튜버들이 K- 패션, K-뷰티, K-푸드, K-팝, K-드라마, K-문화, K-‘어머 이런 거 신기해’에 대해 침이 마를 정도로 다루고 있다. 유튜브에서 ‘외국인 반응’ 키워드로 검색하면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콘텐츠들로 넘쳐나는지를 생각해 보라.
 
한국의 TV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나오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나 역시 그간 K-방역이 코로나 사태 극복에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여러 매체를 통해 설명하곤 했다. 물론 그런 방송 전에 받아 본 대본은 모두가 긍정적인 내용 일색이었고 말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 무한 긍정과 칭찬뿐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6년간의 한국학 학사와 석사과정을 통해 배운 한국은 김치나 K-팝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난 9년간 일상에서 경험한 한국은 명암이 엇갈리는 사회다. 한국에 대해 좋아하는 부분도 많지만 반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많은 문제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나의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 한국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 흥미로운 것은 긍정적인 이슈를 이야기하면 나의 ‘외국인’ 시선은 한국인 보다 더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부정적인 이슈를 제기하면 나의 ‘외국인’시선은 해당 주제에 무지한 이방인의 시각으로 비판의 자격조차 의심받는다. 나는 한순간에 한국을 싫어하고 심지어 혐오하는 사람이 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사회는 없다. 내가 영국, 프랑스, 방글라데시 사람이고 그 나라들이 한국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해서 내가 숨 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사회 문제에 대해 외면해야 하는가? 나의 일상은 내 주변의 사람들의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지 못한다면 나의 한국 살이는 빈 껍데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은 일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한국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외국인’이 지적하는 것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의 법규와 규범을 따르며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의 의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가끔은 나의 부족한 점을 확인하는 두려움이 따르지만 나는 비난이 아닌 비판에 언제든지 열려 있다. 왜냐하면 건설적인 비판은 나를 현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한국살이 9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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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라파엘 라시드
  • 번역 허원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