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할 때 긴 소매의 뻣뻣한 셔츠를 입는 것이 관행이었던 1920년대, 르네 라코스테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직접 디자인해서 입기 시작했는데 그 옷이 훗날 피케 폴로 셔츠의 원형이 된다. 통기성과 신축성이 좋은 피케(pique) 소재를 사용하고, 소매는 짧게, 뒷목을 가리는 칼라는 부드럽게 만든 셔츠. 경기 중에 팬츠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뒤판을 길게 디자인한 테니스 테일(tennis tail)이 달린 셔츠였다. 르네 라코스테는 미국 챔피언십이 열린 1926년에 이 셔츠를 입었고, 그의 스타일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피케 폴로 셔츠는 라코스테의 DNA와도 같은 아이템이다. 작은 악어 그림이 그려진 짧은 소매의 셔츠가 훗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 것. 그렇다면 라코스테의 심볼인 '악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923년 보스톤에서 감독과 함께 가죽제품 상점을 지나던 르네 라코스테는 가죽가방을 걸고 그 날 오후 경기의 승리에 대해 내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날의 경기는 패했지만 그 경기를 취재하던 기자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고 ‘한번 먹이를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 악어(The Crocodile)’ 같다고 칭했다. 이후 라코스테의 친구인 로베르조르주는 라코스테가 경기장에서 걸치는 블레이저에 악어 그림을 자수로 수놓아주었고, 그는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1927년부터 라코스테는 악어 심벌을 가슴에 달고 코트에 올랐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 뒤인 1933년, 트로이 출신 기업인 앙드레 길레가피케셔츠 개발에 합류하면서 비로소 '라코스테'라는 브랜드가 설립되었다.


내가 이 악어 모양 로고를 전보다 유심히 보게 된 건 2001년 영화 〈로열 테넌바움〉 이후의 일이다. 이전에도 라코스테의 폴로 피케 셔츠는 많은 스포츠 영화에 등장했지만 〈로열 테넌바움〉의 마고 테넌바움만큼 강렬했던 매치는 없었다. 기네스 펠트로가 연기한 천재적인 극작가 마고 테넌바움의 패션은 단발머리와 머리핀, 스모키 메이크업, 퍼 코트, 페니 로퍼 슈즈, 그리고 라코스테의 미니드레스로 표현되었다. 그녀의 옷장에 빼곡하게 걸려 있던 다양한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의 피케 폴로 미니드레스는 그저 테니스 치는 남자들을 위한 옷이라고 여겼던 아이템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요즘 라코스테에 새롭게 주목하게 하는 또 한명의 여성이 있다. 2019 F/W 컬렉션부터 지금까지 세 시즌의 컬렉션을 선보인 라코스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 컬러 블록과 파이핑, 피케 소재 등 라코스테라는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유산에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는 그녀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자신이 열광하는 스포츠 스타를 모방하기 위해 라코스테를 입던 1920-30년대 사람들이 있었다. 테니스와 폴로, 골프라는 스포츠가 가진 상류층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라코스테를 즐겨 입던 1940-50년대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테니스에 뿌리를 둔 헤리티지 브랜드가 가진 그 절제된 우아함 때문에 라코스테를 입는다. 그 옷을 입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코트 위에서나 사무실에서나 세대를 초월해 아름다운 스타일은 가치 있는 것이니까. ‘스타일 없는 경기와 승리는 충분하지 않아(Without Style, Winning and playing are not enough)’라던 르네 라코스테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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