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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대한항공이 로랑 페리에를 기내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한 지 벌써 1년. 하얏트 리젠시 인천에서는 로랑 페리에 회장의 장녀인 알렉산드라 이사가 참가한 축하연이 열렸다.

프로필 by ELLE 2010.07.13


1 로랑 페리에 이사, 알렉산드라 페레예레 드 노난코우어.
2 이날 디너의 하이라이트는 알렉산드라 로제 1998년이었다. 

 
우리나라에는 돔 페리뇽, 뵈브 클리코, 크리스탈, 모엣 샹동 같은 샴페인이 유명하지만 샹파뉴 지방에서는 그 외에도 수많은 샴페인이 생산된다. 로랑 페리에는 아직 우리에게 친밀하진 않지만 매출 순위 5위, 그리고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최정상급 샴페인 명가다.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작년부터 대한항공이 기내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 알려진 로랑 페리에에 대해 알렉산드라 페레예레 드 노난코우어 로랑 페리에 이사는 자신의 자태만큼 우아하게 프레젠테이션했다.
200여 년 전부터 존재해온 로랑 페리에가 부흥하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후 알렉산드라 이사의 아버지 베르나르 드 노난코우어 회장이 로랑 페리에를 인수한 다음부터였다. 그는 당시 식후주로 마시던 샴페인을 식전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일반적인 샴페인과 차별화하기 위해 베르나르 회장은 샤르도네에 집중하기로 했다(로랑 페리에의 상쾌함은 여기서 나온다). 그는 로제 샴페인 양조에도 힘을 썼다. 당시 대부분의 로제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블렌딩해서 만들었지만 그는 피노 누아의 모든 특징을 뽑아내기 위해 피노 누아를 침용시켜 양조했다. 59년도에 처음 만들어진 로랑 페리에의 최고봉 그랑 시에클은 프리미엄 샴페인으로는 드물게 단일 빈티지가 아닌, 작황이 좋았던 세 개의 빈티지 원액을 블렌딩하는 방식을 택했다. 순수, 상쾌, 우아. 로랑 페리에가 추구하는 샴페인 스타일은 그런 선택과 집중의 산물이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의 총주방장 미르코 아고스티니가 각각의 로랑 페리에에 어울리는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디너가 시작되었다. 태안 꽃게, 랍스터 수프, 금귤 셔벗과 매칭된 그랑 시에클은 우선 우아하게 올라오는 기포가 인상적이었다. 맛과 향은 ‘압도적인 상쾌함과 섬세하고 고운 질감’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메인 요리인 제동 소등심 구이와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 케이크에는 알렉산드라 로제 1998년이 곁들여졌다. 알렉산드라는 베르나르 회장이 이날의 호스트였던 자신의 맏딸 알렉산드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로제 샴페인이다. 피노 누아 80%, 샤르도네 20%의 블렌딩으로 만든 이 샴페인은 로랑 페리에의 가치와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그랑 시에클보다 더 낫다고 느꼈다. 아버지의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냉면 전쟁

평양냉면,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서울냉면을 맛볼 수 있는 청담면옥에서 딱 두 그릇 비우고 왔다.
냉면은 흔히 여름철 대표 음식으로 꼽히지만 사실 냉면의 태생은 겨울이다. 한반도 북쪽 지역에서 겨울철에 즐겨 먹던 냉면이 한국전쟁 이후 남쪽으로 전파되어 여름의 별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그렇게 알려졌다. 지금은 사라진 대치동의 그랜드백화점 지하의 산봉냉면. 약 25년 전부터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아성에 도전하며 서울식 냉면만을 고집하던 산봉냉면은 냉면 그릇 하나로 강남 미식가를 사로잡아왔다. 비결은 바로 가늘고 쫄깃한 면발. 이 비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청담면옥의 자랑 물냉면은 역시 모습부터 사뭇 달랐다. 맑은 육수에 담긴 하얀 면발이 마치 잔치국수를 연상하게 했다. 달콤한 맛이 가미된 육수는 냉면의 시원함을 더했고, 주문이 들어간 후 뽑아내는 실처럼 가는 면발은 엉겨 붙지 않고 쫄깃했다. 씹는 맛을 더하는 고명은 조금 아쉬웠다. 고기가 얇고 작았다. 일본식 라멘의 두툼한 고기가 그리워지는 대목이었다.
물냉면의 감칠맛은 비빔냉면에서도 이어진다. 적당히 매운 양념에 가미된 단맛 덕분에 입 안 가득 침이 절로 고였다. 서울냉면에는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달콤함이 있었다. 냉면으로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부드러운 육질의 보쌈이나 속이 꽉 들어찬 왕만두를 곁들이면 된다.
문의 02-545-0415




원점으로 돌아가자

얼마 전 한국의 츠지원에서 강의를 마친 코이케 코지는 일본 츠지조 그룹교의 새로운 스타다. 프랑스 요리를 사랑하는 이 섬세한 셰프는 ‘원점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셰프가 되고 싶었나?
어릴 땐 가정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엄마를 도와 부엌일하는 것도 좋아했고, 츠지조 그룹교에서 만드는 TV 프로그램 <요리 천국>도 즐겨 보았다.
그렇다면 츠지조 그룹교에 입학한 것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선배들이 업장에 남으라고 했지만 나는 학교에서 차근차근 배우면서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셰프로 일하거나 오너 셰프가 되는 것보다 지금처럼 요리를 가르치는 게 더 즐거운가?
처음에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지만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 최근 내 또래 셰프들이 오너가 되고 있어서 자극받는다.
좋아하는 한국 요리는?
부대찌개, 삼계탕, 순두부, 막걸리. 한식은 매운맛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김치도 식당마다 맛이 다 다르고.
부대찌개? 개인적으로 여러 재료를 넣고 팔팔 끓이는 찌개는 섬세함이 부족한 한식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에도 여러 재료를 넣고 졸여서 만드는 음식이 많다. 양파, 당근, 고기 등을 넣고 졸이는 레드 와인 쇠고기 조림 같은. 한식에는 설탕이나 매운 고춧가루도 많이 들어가지만 삼계탕처럼 섬세한 요리도 있다.
요즘 프랑스 요리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몇 년 전부터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가정식과 지방 요리를 재발견, 재해석하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비스트로와 레스토랑 사이에 있는 ‘비스트로노미’도 늘고 있다. 
당신도 가정식, 지방 요리를 좋아하나?
굉장히 좋아한다.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 지역 요리 맛보는 걸 좋아한다. 알자스 가정식도 맛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리옹 지역 요리다. 리옹은 소시지, 살라미를 사용한 돼지고기 요리로 유명하다. 큰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도 유명하다. 한국의 츠지원에서도 지방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코스 요리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왜 츠지조 그룹교 프랑스교는 파리가 아니라 리옹에 있나?

리옹은 프랑스의 미식 도시다. 프랑스 국토의 중심부에 있고 부르고뉴도 가깝고 맛있는 치즈도 많이 나온다.
리옹에 있는 폴 보퀴즈 레스토랑을 즐겨 가나?
거기 가면 무얼 먹어보는 게 좋은가? 농어를 파이에 싸서 그대로 구워내고 쇼롱 소스를 사용하는 농어 파이 구이를 먹어보라. 정말 맛있다.
일본은 외국 문물을 자기 식으로 변형해 수용한다. 프랑스 요리는 어떤 식으로 수용했나?
최근 일본에서는 ‘이건 프랑스 요리’, ‘이건 이탈리아 요리’ 하는 식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하나의 ‘서양 요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통 요리를 하면서도 탐구심 강하고 도전을 즐기는 셰프도 많다.
좋아하는 셰프는 누구인가?
폴 보퀴즈. 지금의 프랑스 요리를 구축한 셰프니까. 그의 요리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역시 전통을 훌륭하게 지켜간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할 수 있다. 40년 넘게 미슐랭 스리 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곧 G20 서밋을 주최한다. G8 오키나와의 만찬을 준비했던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20개국 정상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
일단 격식 있는 프랑스 요리를 준비했고, 거기에 오키나와라는 지역성을 살리기 위해 재료는 오키나와 것을 쓰다 보니 ‘오키나와의 색깔을 살린 프랑스 요리’가 되었다. 한국도 자국 식문화를 잘 융화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당당한 편견

클라우디 베이 탄생 25주년 기념 런치가 그랜드 하얏트의 파리스 그릴에서 열렸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와인 클라우디 베이는 특별한 데가 있다. 에디터는 지금껏 클라우디 베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25주년 기념 런치는 마치 끝까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영화와 같았다. 이미 마셔본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외에도 테 코코, 피노 누아, 리슬링이 서빙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소비뇽 블랑 먼저. “밭의 맛을 그대로 옮기려고 했다”는 와인메이커 닉 레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지금까지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을 마시면서 느꼈던 기분이 한 번에 정리되었다. 테 코코(Te Koko)는 마찬가지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지만 소비뇽 블랑이 스테인리스통에서 찬 온도로 숙성되는 데 비해 오래된 오크통에서 생효모로 발효된다. 그 결과 소비뇽 블랑이 산뜻한 열대과일 향이 두드러지는 데 비해 테 코코는 좀 더 복합적이고 풍부하며 잘 익은 과일 향을 낸다. 이어서 서빙된 클라우디 베이 피노 누아는 에디터를 잠시 생각에 빠지게 했다. ‘역시 토양은 품종에 우선하는가?’ 피노 누아는 가장 섬세하고 우아한 품종이지만 신대륙인 뉴질랜드에서 자라서인지 구대륙 피노 누아에 비해 좀 더 힘이 세고 튼튼하며 향도 짙었다. 마지막으로, 리슬링. 역시 클라우디 베이는 화이트 와인이다. 이렇게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피니시를 가진 리슬링은 처음이었다. 편견을 더욱 고착화한 디너였다. ‘맛있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싶은데 잘 모르겠으면 클라우디 베이를 마시면 돼.’



*자세한 내용은 루엘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송원석
  • 김선일 포토 최미경
  • 정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