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디자이너들의 최애 작품은 뭘까?
회화와 사진, 조각품을 수집해 온 다섯 명의 실내 건축가. 예술을 향한 그들의 사적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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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요바노비치 뒤에 전시된 그림은 유디트 레이글(Judit Reigl)의 1991년 작품 ‘복수형 속의 신체(Un Corps au pluriel)’. 카멜 메누르 갤러리(Kamel Mennour Gallery)에서 만났다.
피에르 요바노비치
첫 소장품은
예전에는 고전 회화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현대미술로 취향이 바뀌었어요. 진지하게 구입한 작품은 얀 페이밍(Yan Pei-Ming)의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그린 초상화였어요. 결코 쉬운 작품은 아니었죠.
작품을 구매할 때 충동형인가요, 계획형인가요
충동구매 스타일입니다. 눈앞에서 작품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결정해요.
작품을 볼 때 감동 포인트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에 잘 꽂히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제 컬렉션에 즐거움을 주는 유희적 요소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예민한 감수성이겠죠. 제 안에도 그런 면이 있거든요.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울컥해요.
컬렉션의 목표는
특별한 목적은 없어요. 소유자인 제 개성을 잘 드러낸다면 그걸로 충분하죠.
가장 인상 깊은 발견은
클레르 타부레의 초기 작품이요. 제가 그녀에게 샤토 드 파브레그(Cha^teau de Fabre‵gues) 예배당에 프레스코화를 그려달라고 의뢰한 적 있거든요. 그 그림에 우리가 쌓아온 따뜻하고 강렬한 우정이 담겨 있어요.
작품 위치는 어떻게 정하나요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계속 이리저리 옮겨요. 작품이 집 안에서 건축학적 의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기억에 남는 배치는
솔직히 저는 관습을 따르는 정통파예요. 하지만 예술가를 고를 때만큼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편이죠. 미리암 칸(Miriam Cahn)의 그림이 이탈리아의 전통 태피스트리 위에 걸려 있는 집에 간 적 있는데, 과감한 조합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에 반한 작품
한스 요제프존(Hans Josephsohn)의 조각품이요. 작가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져요.
당신이 작품이 될 수 있다면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자연 풍경이 되고 싶어요. 저에게는 자연과 그 속의 에너지, 평온함 그리고 야생이 필요해요.
초상화를 의뢰하고 싶은 작가
클레르 타부레는 이미 다섯 번이나 제 초상화를 그려줬어요. 또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도 좋아요. 그의 감각적인 선도 마음에 들고, 인물을 흥미롭게 그리거든요.
거장 vs. 신인 작가
집 안에 있는 작품을 보고 작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챈다면 재미없죠. 놀람과 낯선 이미지, 애매모호함도 필요한 것 같아요.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의 작품도 선호하지만, 신인 작가의 재능을 발굴하는 것도 흥미로워요.
소액 예산 수집가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먼저 드로잉 작품부터 구매해 보세요. 회화보다 훨씬 저렴해요. 소형 갤러리를 자주 방문하면서 작품을 보는 눈을 길러보세요. 위대한 작가들도 데뷔는 그곳에서 하니까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
작가 이름만 보고 작품을 사지 마세요. 중요한 건 작품 그 자체입니다.
수집가의 안목이란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취향이겠죠.

인디아 마다비의 뒤편에 전시된 그림은 이디르 다바인(Idir Davaine)의 2022년 작품 ‘교통 체증과 연쇄 추돌, 이상적인 도시 5편 (Ambouteillages Et Carambolages, La Cite´ Ide´ale 5)’이다. 케타비 부르데 갤러리 소장.
인디아 마다비
첫 소장품은
알렉스 프레이저(Alex Prager)의 초기 사진이요. 경마장에서 찍은 작품인데, 분위기가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어요.
작품을 볼 때 감동하는 포인트는
그 작품이 내면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이요. 예를 들어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Françoise Pe`trovitch)의 작품 중에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을 담은 그림과 한국 작가 박상숙(Sang Sook Park)의 강철로 만든 집이 떠오르네요.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과 감수성이요.
컬렉션의 목표가 있다면
보는 이에게 기쁨을 주는 것.
가장 흥미로웠던 발견은
릴라 타바소(Lilla Tabasso)의 작품이요. 유리병에 시든 꽃이 담겨 있는데, 연약함과 영원성이 공존하는 게 마음에 들어요.
작품 위치는 어떻게 정하나요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여기저기 옮겨보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딱 맞는 자리가 나타나요! 작품이 차지하는 자리보다 그 주변에 비어 있는 여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자 숨 쉴 공간이 필요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옆에 동반자가 있어야 하는 작품도 있거든요. 벽에 걸지 않은 작품도 있는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럴 땐 예술가의 작업실처럼 바닥에 놓아둔답니다.
기억에 남는 특이한 배치는
주방 찬장에 회화를 넣은 설치미술 작품을 바젤(Basel) 전시장에서 봤어요. 언젠가 저도 꼭 따라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반한 작가
마르셀라 바르셀로(Marcella Barcelo`)의 몽환적인 세계와 로낭 부홀렉(Ronan Bouroullec)의 세라믹 소재 풍경은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어요.
당신이 작품이 될 수 있다면
칼더(Calder)의 모빌이고 싶어요. 바람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는 거죠.
초상화를 의뢰하고 싶은 작가는
엘리자베스 페이턴(Elizabeth Peyton)이요. 본질을 포착할 줄 아는 화가죠.
예술 탐구의 노하우가 있다면
갤러리스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자서전 <진행 중인 삶 Une vie in progress>과 그가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꼭 읽어보세요.
거장 vs. 신인 작가
둘 다 중요하죠. 중요한 건 자신의 시선을 믿는 거예요.
낮은 예산과 컬렉션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면
세미오스(Semiose), 케타비 부르데(Ketabi Bourdet), 상 티트르(Sans Titre) 같은 신진 갤러리들을 잘 물색해 보세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
실수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실수 아닌가요!
인생 최고의 조언은
유명 작가의 소소한 작품을 사는 것보다 무명 작가의 주요 작품을 사는 것이 더 낫다!
수집가의 안목이란
항상 자신이 아마추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단어에 애호가의 ‘영혼’이 들어 있으니까요.

산드라 벤하무 뒤에 있는 그림은 기드온 루빈 (Gideon Rubin)이 2019년 리넨 캔버스에 그린 유화 ‘선물 가게 옆에서(Next to the Gift Shop)’.
산드라 벤하무
첫 소장품은
낸 골딘(Nan Goldin)의 사진. 1998년, 뉴욕에 도착했을 때 저는 25세였어요. 1980년대 미국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예술에 눈을 떴죠.
작품을 구매할 때 충동형인가요, 계획형인가요
첫눈에 반하는 걸 신뢰하는 편이에요. 그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져요.
당신만의 감동 포인트는
형태와 기법, 색감, 빛깔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말로 설명이 안 돼요. 그냥 ‘느낌’이죠.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감수성 그리고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이요.
컬렉션의 목표는
순수한 기쁨을 얻는 거겠죠.
가장 인상 깊었던 발견은
크레오(Kreo) 갤러리에서 구입한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사진인데요. 그의 연인이 그리스 유적지 앞에서 등을 돌린 채 나체로 서 있는 장면인데, 유머러스함이 물씬 풍겨요.
작품 위치는 어떻게 정하나요
작품은 스스로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아는 것 같아요. 또 어떤 작품은 다른 것들 사이에서 더 빛을 발하기도 해요. 확실성과 의외의 낯선 조합이 적절하게 섞여야 멋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특이한 배치는
거대한 흰색 벽에 실라 힉스(Sheila Hicks)의 소형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눈에 띄더라고요.
최근에 반한 작가는
화가 나타넬 에르블랭(Nathanae¨lle Herbelin)이 떠오르네요. 그녀의 그림엔 멜랑콜리함과 부드러움, 여운 있는 여성성이 담겨 있어 왠지 친밀함이 느껴져요.
당신이 작품이 될 수 있다면
세라믹 도자기. 감각적이면서도 깨지기 쉬운 연약함이 공존하는 작품이 되고 싶어요.
초상화를 의뢰하고 싶은 작가는
누가 제 얼굴을 그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싫어요.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기드온 루빈(Gideon Rubin)이요. 그는 인물화(왼쪽 사진)를 그릴 때 얼굴 디테일을 그리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거든요.
예술 탐구의 노하우가 있다면
아트 페어나 갤러리를 자주 방문하고, 인스타그램도 자주 이용하는 걸 추천해요. 그곳에서 의외의 보물을 발견하기도 하거든요.
거장 vs. 신인 작가
둘 다 필요해요. 신인을 발견하는 기쁨도 크지만 자코메티(Giacometti) 같은 거장의 작품도 언젠가는 꼭 소장하고 싶어요.
소액 예산 수집가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서두르지 말고 한 작품씩 심사숙고해서 수집하길 권해요.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단계를 밟는 게 중요해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그냥 사는 것! 첫눈에 반해 산 작품은 절대 질리는 법이 없어요.
인생 최고의 조언은
보고 또 보고, 계속 봐라. 작품을 보는 눈은 그렇게 길러집니다.
수집가의 안목이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하고, 무엇보다 열정이 있어야 해요.

알린 아스마르 다만 뒤에 있는 조각 작품은 이반 아르고테가 2017년에 목재와 콘크리트, 금속, 페인트로 제작한 ‘우리 사이, 역사를 넘어, 세계를 가로질러(Among us. - Across History Across Worlds Across History)’이다.
알린 아스마르 다만
첫 소장품은
레바논에서 보낸 어린 시절, 제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여 있던 조각품이요. 석재로 된 페니키아 여신의 얼굴을 조각한 고대 예술품이었어요. 고대와 현대의 절묘한 만남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적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구매할 때 충동형인가요, 계획형인가요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강렬한 끌림이 느껴지면 충동구매를 하는 편이에요.
신진 작가를 알아보는 노하우
자신의 예술에 푹 빠져 몰입하는 작가라면 이미 그 자체로 특별함이 느껴져요. 그런 작가는 몸짓이나 태도에서 열정이 뿜어져 나오죠.
작품을 볼 때 감동하는 포인트
인간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낯선 영역, 깨지고 부서지는 균열을 볼 때 감동받아요. 안정적이고 정갈한 아름다움과는 정반대되는 곳에 때로는 숭고한 미학이 깃들어 있죠.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그들이 가진 과민한 감수성 아닐까요? 프루스트(Proust)는 “지나친 예민함이 가진 고귀함과 장엄함 그리고 비참함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과 같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말하는 모든 것은 어쩌면 이런 신경질적 예민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작품 위치는 어떻게 정하나요
감정적인 접근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초상화를 걸 때도 정석으로 간주되는 높이가 아닌, 제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걸어요.
기억에 남는 특이한 배치는
제 침실에는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이반 아르고테(Iva`n Argote)의 조형 작품이 걸려 있어요. 마치 길거리 담벼락에서 방금 뜯어온 듯 거친 느낌을 갖고 있죠. 그런 긴장감이 마음에 들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발견
이네스 롱주비알(Ine‵s Longevial)의 스케이트보드 3부작. ‘스케이트룸(The Skateroom)’은 소외된 지역에 스케이트 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자금 모으기 캠페인을 위해 제작됐어요. 예술과 사회공헌 활동이 만난, 의미 있는 작품이지요.
초상화를 의뢰하고 싶은 작가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라면 로맨틱한 폭력성을 잘 표현해 줄 것 같아요. 또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의 공허함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제 모습도 그렇게 그려주면 좋겠어요.
예술 탐구의 노하우가 있다면
호기심을 잃지 않고, 갤러리스트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고, 미술관과 경매장을 자주 가세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타인의 취향에 맞추며 사는 것.
수집가의 안목이란
영향력이나 한계 없이, 늘 열정적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안목을 가지는 것.

찰스 자나 뒤에 있는 작품은 마리오 시파노(Mario Schifano)가 1961년에 에나멜과 흑연으로 종이에 그린 콜라주 작품 ‘무제(Sans Titre)’.
찰스 자나
첫 소장품은
프랑수아 라파누르 갤러리에서 구입한 덴마크 화병이요. 스무 살의 건축학도였을 때 제 돈으로 산 첫 작품이었죠.
작품을 구매할 때 충동형인가요, 계획형인가요
충동적이지만, 그래도 한참 고민하고 나서 최종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당신만의 감동 포인트는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그리고 작품이 자리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요.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동시대 감각을 누구보다 먼저 읽을 줄 아는 능력이요. 화려하기만 한 작품은 경계해요. 자칫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하기 쉬우니까요.
컬렉션의 목표는
어느 인터뷰에서 갤러리스트 피에르 슈타우덴마이어(Pierre Staudenmeyer)가 그러더군요. 컬렉터는 마약 중독자, 갤러리스트는 마약 딜러라고요! 어떤 의미에서 수집벽은 고칠 수 없는 병, 멈출 수 없는 여정인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발견은
아이들 학교 바자회에서 우연히 알렉상드르 놀(Alexandre Noll)의 작은 소품함을 발견했지 뭐예요!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죠.
작품 위치는 어떻게 정하는지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예상치 못한 구도와 자유로운 배치를 좋아해요. 파리의 미술학교(Beaux-Arts de Paris)에서 전시하는 것처럼 작품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도 선호해요.
기억에 남는 특이한 배치는
제 침실에 있는 그림이요. 벽의 몰딩 라인보다 훨씬 위에 걸려 있어요. 그림이 있어야 할 자리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요.
최근에 반한 작품은
이탈리아 화가 마리오 시파노(Mario Schifano)의 그림이요. 저는 예술가들이 활동한 모든 시기를 꼼꼼히 살펴보며 비교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장 흥미로운 시기는 언제나 그들이 기존 ‘룰’을 깨트렸을 때 같아요.
당신이 작품이 될 수 있다면
브랑쿠시(Bra^ncus´i)의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이요.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머리는 별을 향해 있는 형체가 되고 싶어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
과감함이 결여되는 것을 조심해야 해요. 의미 있는 작품,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작품,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작품을 항상 찾아다녀야 해요. 작품의 양보다 질적인 가치에 더 집중하고요. 앞으로 저도 더 노력해야겠죠.
인생 최고의 조언은
스스로를 가꿔라. 예술은 한 시대와 그 시대의 음악, 문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문화적 산물이에요.
수집가의 안목이란
일종의 재능이죠.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아버지가 그랬어요. 작가가 누군지 몰라도 좋은 작품이란 건 바로 알아보셨죠.
Credit
- 에디터 SOLINE DELOS · 이경진
- 사진가 PIERRE BAËLEN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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