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펜디, 랄프 로렌이 제안한 가구 조명 트렌드

2025 밀란 디자인 위크 하이라이트.

프로필 by 이경진 2025.06.04

FENDI CASA

펜디 카사는 브랜드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학과 조형적 균형을 탐색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영국 디자이너 루이스 케메노(Lewis Kemmenoe)가 연출한 밀란 스칼라 광장의 부티크는 금속과 자연 소재가 어우러진 미감이 돋보이며, 이곳에 체리아니 쇼스타크(Ceriani Szostak)의 ‘레이터(Later)’ 소파와 리 브룸(Lee Broom)과 협업한 ‘펜디 아이돌(Idol)’ 샹들리에 등 브랜드의 상징성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공간을 채웠다.



RALPH LAUREN

미국 서부의 바람이 밀란에 불었다. 랄프 로렌의 ‘캐니언 로드(Canyon Road)’ 컬렉션은 미국 서부의 장대한 자연과 고유한 문화유산, 수세기 동안 땅과 전통을 지켜온 원주민 공동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7대째 직조 전통을 이어온 나바호족 아티스트 나이오미(Naiomi)와 타일러 글래시스(Tyler Glasses)와의 협업은 랄프 로렌의 세 번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이자 홈 컬렉션으로는 첫 사례. 나바호 직조의 상징을 담은 텍스타일 제품을 통해 서부 감성을 전했다.



ETRO HOME

에트로 홈 컬렉션은 브랜드 특유의 장식성과 풍부한 소재감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대담한 패턴과 고풍스러운 디테일, 풍부한 색감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며 에트로만의 믹스매치 미학을 완성한 것. 컬러와 패브릭은 여전히 디자인의 중심에 있고, 각 오브제는 진열장 속의 보물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BOCCI

보찌의 상징적인 첫 조명 시리즈 ‘14’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14 지오메트릭(Geometric)’은 기존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확장해,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간과 형태의 관계를 근본부터 다시 질문하는 실험이자, 조명의 미래를 향한 상상력 있는 제안.



MINOTTI

모더니즘 미학의 정수 미노티는 예술과 건축, 디자인에서 받은 영감을 동시대 언어로 풀어냈다. 스튜디오 MK27, 넨도, 감프라테시 등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실험성과 지속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미노띠만의 조형미와 감각을 깊이 있게 드러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제품으로는 ‘베지에(Be′zier)’ 소파. 유기적이고 무한히 조합 가능한 이 제품은 정제된 선과 비례, 곡선의 유연함이 특징이다.



FORNASETTI × POLTRONA FRAU

두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정수들이 만났다. 폴트로나 프라우의 100년 넘게 사랑받아온 '1919' 암체어와 ‘이시도로(Isidoro)’ 트렁크 바가 포르나세티의 아카이브 패턴을 입었다. 1950년 피에로 포르나세티가 디자인한 패턴 ‘얼타임 노티지에(Ultime Notizie)’는 신문 기사와 나비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비주얼로 우아한 두 가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FLOS

플로스는 빛을 따라가는 창작의 여정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포르마판타스마가 연출한 ‘더 라이트 오브 더 마인드(The Light of the mind)’는 플로스의 신작 조명 일곱 점을 만든 디자이너들, 콘스탄틴 그리치치, 피에로 리소니, 에르완 부홀렉 등의 창작 과정을 담은 비디오 시리즈로 구성됐다. 이 설치는 전시 공간을 명상적인 분위기로 전환시키며 관람자들이 제품의 이면에 담긴 창의적 에너지와 사고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KNOLL

현대적 삶과 미래의 방향성을 반영한 신제품을 선보인 놀은 디자이너 윌로 페론(Willo Perron)과 협업한 ‘페론 번(Perron Bun)’ 라운지 체어와 오토만으로 눈길을 끌었다. 구름처럼 부드러운 형태는 시각적인 유쾌함과 깊은 안락함을 동시에 제공하며, 여유롭고 차분한 미학을 지향하는 오늘날의 공간에 이상적인 선택이 된다.



B&B ITALIA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의 진수를 또 한 번 선보인 B&B 이탈리아. ‘더 컬렉션 앰플리파이드(The Collection Amplified)’라는 주제 아래 실내외를 아우르는 타임리스 컬렉션을 발표했다.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의 포근하게 감싸는 형태의 모듈형 소파 ‘코쿤(Cocu‵n)’ 등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성을 드러냈다. 한편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터프티-타임(Tufty-Time)’ 등 기존 제품도 동시대 감각으로 재정비했다.



GERVASONI

제르바소니의 2025 컬렉션은 소재의 혼합과 에클레틱한 감각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주물 알루미늄, 스톤웨어 등 다양한 재료가 예상 밖의 조화를 이루며, 균형 잡힌 볼륨과 텍스처를 완성했다. 이를 대표하는 파올라 나보네의 ‘브릭(Brick)’ 테이블은 정제된 형태와 세련된 마감, 손으로 조각된 도자 링을 겹쳐 쌓은 러프한 다리 구조로 시각적 반전을 만들어냈다.



CC-TAPIS x KWANGHO LEE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총 네 개의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위해 밀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씨씨-타피스와 함께 아이코닉한 적동 시리즈를 러그로 펼쳐냈는데 어떻게 탄생한 프로젝트인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어느날 갑자기 씨씨-타피스에서 연락이 왔다. 첫 미팅이 2024년 1월이었다. 협업을 하고 싶다고 했고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자유롭게 제안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됐다.


작업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전형적으로 따르는 과정이 있고, 작업에 따라 변주되는 포인트가 있을 텐데, 이번 프로젝트에선 어땠나

씨씨-타피스에서 처음 나에게 연락했을 때는 아마 내가 손으로 형태를 짜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그런 연결고리로 기대감을 가졌던 것 같다. 짜임 작업을 적용하기엔 너무 전형적이고 쉽게 가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손으로 짜는 작업으로 제안하지 않고 금속 작업인 적동 시리즈를 제안했다. 신선하게 느끼더라. 어떤 식으로 재료가 섞여 적동 시리즈의 색이 표현될 수 있는지 나도 궁금했다.


씨씨-타피스가 가진 정체성을 이광호의 디자인 언어로 번역하며 경험한 즐거움은 무엇이었나

씨씨-타피스가 갖고 있는 기술을 통해 이번 작업이 구현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새롭고 즐겁게 다가왔다. 내 제안은 이미지로 편집된 아이디어였는데, 그런 데이터를 실물화 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적동 시리즈를 완전히 다른 머티리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 같다. 작업을 변주해 본 소회는

완전히 다른 물성이나 다른 색채로 구현되는 작업이다 보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과정을 지켜봤다. 그런데 실제로 기대한 것보다 더 구현이 잘됐다.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러그의 색상 표현에 동원된 텍스타일 재료들이 다양했는데 부드럽게 그러데이션돼야 하는 부분에선 실크처럼 가늘고 보드라운 재료가 활용되는가 하면, 또 어떤 부분에선 훨씬 거친 재료로 표현하더라. 시간을 들여 꼼꼼하고 촘촘하게 만들어낸 결과였고, 디자이너 입장에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협업 러그는 다양한 색상 옵션으로 전개된다. 더 좋아하는 피스가 있는지

핑크빛이 많이 들어간 작업을 좋아한다. 드라마틱하고 오묘한 감각이 극대화된 피스인 것 같다. 실제로 적동 시리즈를 작업할 때도 그 색을 내려면 추가적인 용접을 하고 가마에서 특정 온도로 구워야 하는데 그 부분이 러그로 잘 표현된 것 같다.



MUTINA

창립 20주년을 맞은 무티나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진화를 한 편의 시처럼 풀어낸 <빙 무티나 Being Mutina>전을 선보였다. 세계적 포토그래퍼 브리짓 니더마이르(Brigitte Niedermair)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전시는 무티나의 대표 타일 컬렉션을 공간의 주인공으로 배치하고, 총 24점의 사진과 그에 상응하는 설치미술 작업으로 세라믹 소재의 본질을 탐구했다.



YVES SALOMON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까를로 부가티(Carlo Bugatti)를 위하여! 이브 살로몬은 디모레스튜디오와 함께 까를로 부가티의 독창적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다섯 가지 의자 디자인을 공개했다. 금속, 가죽, 시어링, 리사이클 퍼 등 다양한 소재 대비를 통해 부가티가 사랑한 장식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다가오는10월, 새로운 디자인을 추가하며 창의적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USM HALLER

끝없이 확장되는 모듈처럼 USM의 디자인 여정은 오늘도 이어진다. USM은 미국 디자인 에이전시 ‘조바 스튜디오(Joba Studio)’의 디자이너 케빈 존스(Kevin Jones)와 함께 몰입형 설치미술 작업 ‘커넥티드 바이 아워 드림스(Connected By Our Dreams)’를 열었다. 이 전시는 USM의 대표 시스템인 ‘USM Haller’의 새로운 확장 제품 ‘소프트 패널(Soft Panel)’의 첫 공개 무대이기도 했다. 소프트 패널은 재활용 해양 플라스틱을 40%나 사용한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자석 연결 방식이 특징이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권아름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