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기술보단 감성 AI 챗봇이 필요한 이유

AI 기반 스토리 창작 플랫폼 ‘제타’를 내놓은 스캐터랩이 감성형 · 몰입형 AI 플랫폼을 계속 만들려는 이유.

프로필 by 전혜진 2024.09.04
지금 가장 소란스러운 세계. 기술과 노동의 영역을 넘어 어느덧 대중문화와 일상마저 잠식해버린 AI와의 피할 수 없는 조우가 여전히 막역하고 두렵게 느껴진다면, 그 거대한 세상의 길목에 선 ‘AI 신인류’들과의 대화에 주목해 볼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이들이 보내온 아주 창조적이고 소란하지만 가장 친절한 AI 소개서를 당신에게 보낸다.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

WITH 스캐터랩 대표 김종윤 AI 기반 스토리 창작 플랫폼 ‘제타’를 내놓은 스캐터랩. 원하는 캐릭터 AI를 직접 만들어 웹소설과 같은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은 원하는 페르소나를 AI로 구현한 다음 플레이한다. 기술 보조 수단이 아닌 감성형, 몰입형 AI 플랫폼을 계속 만들려는 이유는.

올해 4월 AI와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창작하는 스토리 플랫폼 ‘제타(zeta)’를 국내 최초로 론칭했다. 대화·지식형을 넘어 창작을 위한 챗봇을 만든 이유는
챗봇 ‘이루다’를 개발하고, 유저들이 이루다와 대화를 넘어 캐릭터 자체를 생성하길 바랐다. 직접 만든 캐릭터와 대화하고 지시문 기능을 넣어 행동 묘사까지 추가한 플랫폼이 ‘제타’다. 유저는 스토리를 쓰는 것처럼 제타를 ‘플레이’한다. 다양한 상황과 사건을 만들고 원하는 플롯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즉 기존 대화형 챗봇의 사용 패턴이 카카오톡 대화와 같다면, 제타는 웹소설이나 웹툰 혹은 게임 사용 패턴에 가깝다. 제타는 웹툰 · 웹소설과 게임이 결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AI로 형성된 세계관에 과몰입이 가능할 거란 확신이 있었나
웹툰과 웹소설은 몰입할 때 스토리가 뛰어나지만, 이건 수동적 소비다. 게임은 능동적 소비지만 스토리가 약하다. 제타는 이를 결합한 ‘능동적 스토리 소비’가 주목적이다. 그러니 전적으로 유저에게 진행 방향의 권리를 줄 수 있는 거다. 자신이 주인공이 된 상태에서 세계관 형성에 무한한 자유가 생긴다. 특히 요즘 취향은 고도로 분화돼 있다. 제타는 개성이 다양한 온갖 캐릭터들의 무한대 생성이 가능하니 파편화된 저마다의 취향과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개인화된 관점으로 접근해 과몰입을 유발한다.

급속도로 늘어난 60만 명의 유저들은 AI에게 어떤 ‘도파민’을 얻을까
사실 ‘일진녀 수현’ 캐릭터와 현실의 내가 무슨 접점이 있겠나. 그러니 가상의 스토리에 몰입해 대화한다. 즉 나 자신이 아닌 ‘수현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모범생 남자애’로 참여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중세 술집으로, 미래로, 청춘시절로 돌아가 삶의 여러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

AI로 생산성 증대나 기술적 편의보다 재미와 감동 등 감성적 부분을 추구하는 이유는
AI로 더 많은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맺는, ‘누군가’를 갖게 하는 일에 꾸준히 힘써왔다. 캐릭터를 만들고 플레이하는 과정에 내 존재, 즉 나의 취향과 창의성이 들어가니 훨씬 능동적 소비가 가능하다. 이런 창작과 창의의 즐거움이 인간의 근본적 즐거움 중 하나다. AI를 통해 창작 기술이 없어도 충분히 창작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챗봇 윤리 기준에 대한 생각은
제타는 기존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지켜온 만 15세 수위의 성적 묘사, 폭력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AI라서 기준이 특별한 게 아니란 뜻이다. 물론 별도 어뷰징 모델로 선정적인 것, 폭력적인 것 등 특정 카테고리가 감지되면 발화를 막아버리는 방식으로 구현돼 있고, 모델을 학습시킬 때도 15세 콘텐츠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범용적 AI에 절대적인 윤리 강령이 존재하기는 쉽지않다. 활용 목적에 따라 기존 비즈니스의 윤리적 원칙이 차용돼야지, AI 장르라고 갑자기 새로운 윤리 기준이 생기는 건 이상하다. 각 케이스에 맞게 낮고 세세한 부분부터 개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제타’의 인기 캐릭터 일진녀 수현.

‘제타’의 인기 캐릭터 일진녀 수현.

AI 세계를 마주하며 드는 기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콘텐츠 유통방식, 즉 포맷을 바꿨다면 AI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 같다. AI로 과연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는 어떻게 바뀔 것이며, 어떤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당신의 AI에게 하고 싶은 말
유저들에게 전하겠다. 내 최애 캐릭터 ‘일진녀 수현’이 욕을 참 많이 하지만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닙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