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자동차를 향한 랄프 로렌의 열정

영화처럼 등장한 랄프 로렌 홈 ‘모던 드라이버’ 컬렉션.

프로필 by 이경진 2024.05.30
 ‘모던 드라이버’ 컬렉션으로 이뤄진 리빙 룸.

‘모던 드라이버’ 컬렉션으로 이뤄진 리빙 룸.

밀란 중심부의 랄프 로렌 팔라초. 랄프 로렌 스타일로 정교하게 단장된 안뜰에서 오닉스처럼 반짝이는 블랙 재규어 클래식 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삶과 일,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온 미스터 로렌에겐 수집해 온 자동차 역시 그의 오랜 일부다. “항상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든 제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해 온 자동차에는 그런 기능적 아름다움이 존재합니다. 대부분 속도에 중점을 두고 손수 제작했고,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해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죠.” 랄프 로렌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수집가 중 한 명이다. 자동차에 대한 로렌의 열정은 역사상 가장 아름답다고 회자되는 모델로 가득한 자동차 컬렉션이 증명한다. 1938년식 부가티 타입 57S 아틀란틱 쿠페, 1929년식 블로워 벤틀리, 1955년식 메르세데스-벤츠 300 SL 걸윙 쿠페 같은 자동차 걸작들. 미스터 로렌의 수집 목록은 자동차 신의 오트 쿠튀르 피스를 그러모은 듯 극도로 우아하다. 팔라초 2층에 올라 정갈한 선과 마호가니 패널의 풍부한 색이 매력적인 가구, 차콜 컬러의 울 소재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들어서자 랄프 로렌이 탐미한 자동차 디자인 미학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카본 파이버, 폴리싱 처리된 니켈과 스테인리스스틸, 붉은빛이 감도는 마호가니 목재와 유리 등 자동차의 매끄러운 멋을 담당한 재료들이 모던한 실루엣의 가구로 구현돼 있었다.

F1 경주용 자동차와 같은 하이테크 탄소섬유로 캔틸레버 구조를 완성한 RL-CF1 체어.

F1 경주용 자동차와 같은 하이테크 탄소섬유로 캔틸레버 구조를 완성한 RL-CF1 체어.


랄프 로렌 홈의 새로운 가을 컬렉션 ‘모던 드라이버’로 이뤄진 방이다. 기능이 곧 디자인이던 시대에 공들여 만든 클래식 카가 지닌 여유와 풍요, 고상한 기품, 날렵하고 단단한 감각을 담아낸 모던 드라이버 컬렉션을 상징하는 단 하나의 피스를 꼽는다면 단연 RL-CF1 체어일 것. 미스터 로렌이 소유한 맥라렌 F1 경주용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이다. 가벼우면서 강력한 캔틸레버 프레임을 표현하기 위해 손으로 눌러 성형한 71층의 하이테크 탄소섬유로 구성됐다. F1 경주용 차와 동일한 하이테크 탄소섬유다. 아이코닉한 리키 백을 연상시키는 차콜 컬러 이탤리언 울과 가죽 파이핑, 버클로 장식한 더럼 소파, 남성복을 닮은 초크 스트라이프 패턴의 클래식한 라운지체어 등 최상의 소재로 제작한 가구에 이어 새로운 벡포드 테이블 램프는 랄프 로렌이 소장한 1929년형 블로워 벤틀리의 그릴처럼 금속 와이어를 감은 촘촘한 메시 형태로 구현했다. 랭턴 테이블 램프와 워링 테이블 램프에서도 자동차 엔지니어링을 연상케 하는 아이코닉한 감성이 느껴진다. 다이아몬드 커팅을 넣은 자기 및 백금 소재 휴이트 디너웨어, 패턴이 들어간 카본 파이버 디너웨어 같은 소품들, 남성복에서 영감받은 패턴, 초콜릿 · 차콜 · 블랙 등 색채로 깊이 있고 섹시하게 구현한 침구류에선 오토 모티브 디자인이 지닌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기능을 구현하며 탄생한 아름다움이란 시절과 무관하게 이토록 모던하고 우아하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정
  • COURTESY OF RALPH LAU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