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웨스 앤더슨의 정수가 담긴 짧은 필름들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만큼이나 흥미로운, 웨스 앤더슨의 엑기스가 담긴 패션필름과 상업광고들을 소개한다.

프로필 by ELLE 2014.04.02

 

웨스 앤더슨은 사막의 촬영장에서도 수트를 입는 감독이다. 스웨이드 소재의 브라운 컬러 수트, 벨벳 소재의 퍼플 컬러 수트, 울 소재의 화이트 수트, 코튼 소재의 그린 수트 등 각양각색의 수트를 입고 촬영장, 파티장, 레드 카펫을 누빈다. 물론 블랙 수트도, 턱시도도 입는다. 때론 핏하게, 때론 후줄근하게, 어쨌든 고집스럽게 수트를 주로 입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그런 웨스 앤더슨이 ‘프라다’의 패션필름을 찍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게다. 어쩌면 이제서야 찍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패션 브랜드 프라다는 2008년부터 급진적인 최고 경영자인 미우치아 프라다의 지휘 아래 아트, 건축, 영화 등의 예술분야를 조명하는 ‘프라다 클래식’을 기획해왔다. 지난해에 공개된, 웨스 앤더슨이 완성한 8분여의 단편 영화 <카스텔로 카발칸티 Castello Cavalcanti>(클릭)는 프라다 클래식의 세 번째 프로젝트다. 1955년 9월의 어느 날,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 ‘카스텔로 카발칸티’를 배경으로 둔 이 작품은 F1 포뮬라 레이싱 경기 중에 실수로 마을의 석상을 들이받아 버린 한 남자로부터 입을 떼기 시작한다. 그 인물을 연기하는 건 웨스 앤더슨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이다. 로마의 세트장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난생 처음으로 당도한 마을에 체류하게 된 인물 주변부를 조망하게 되는데 소소한 분위기와 선명한 색감이 공존하는 카메라 너머의 풍경에선 프라다라는 브랜드의 흔적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저 그 인물이 입은 레이싱 재킷의 뒷면에서 단 한 컷으로 무신경하게 드러나는 ‘프라다’ 로고가 전부다. 인물 혹은 어떤 사물을 쇼트의 중심에 두고 좌우로 움직이는 특유의 카메라 워크와 다채로운 색감의 미장센엔 웨스 앤더슨의 인장이 확실하게 박혀있지만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심도 있는 영상이 극적인 깊이를 더한다.

 

 

 

 

사실 웨스 앤더슨과 ‘프라다’의 인연은 그보다 일찍 시작됐다. 2013년 초에 공개된 프라다의 향수 ‘캔디 로(Candy L’eau)’의 광고 영상(클릭)이 바로 그것. 3부작으로 구성된 이 광고 영상은 웨스 앤더슨이 연출한 <다즐링 주식회사><문라이즈 킹덤>에 참여했던 로만 코폴라가 함께 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는 이들도 있겠지만 로만 코폴라소피아 코폴라의 친오빠다. 캔디라는 여성을 연기하는 레아 세이두를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는 두 남자와의 삼각관계를 간단명료하게 연출해낸다. 한 여인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는 두 남자의 모습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줄 앤 짐>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이 광고 속에 등장하는 두 남성의 이름이 줄리우스(Julius)와 진(Gene)이란 점은 우연이 아닐 것만 같다. 로맨틱하게 연상되는 파리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가운데 귀엽고 발랄한 여인 캔디를 주로 중심에 둔 앵글 너머를 ‘깨알 같이’ 채운 파스텔톤 소품들은 키치한 감각을 ‘달달하게’ 전한다.

 

 

 

 

한편 웨스 앤더슨은 이전부터 수많은 상업 광고를 연출해왔다. 참고로 웨스 앤더슨의 아버지인 멜버 앤더슨은 광고회사 운영자이기도 했다. 어쨌든 웨스 앤더슨은 상업광고에서도 어김 없이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프랑스에서 로만 코폴라와 함께 작업한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 광고(클릭)는 웨스 앤더슨의 특유의 인위적인 세트 활용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남자친구의 집을 방문한 여인이 남자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버튼에 손을 댔다가 낭패를 당하는 소동극을 그리는데 이 과정의 주인공은 이 공간 자체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소품 활용 방식과 공간 구성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사라진 여자친구보다도 바 위에 차려진 맥주 한 잔에 시선을 고정시킨 남자의 미소가 전하는 유머 감각은 웨스 앤더슨의 세계관에 즐비했던 키덜트들을 연상시킨다. 한편 웨스 앤더슨 본인이 직접 출연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광고(클릭)는 자신의 영화 촬영장을 패러디하는 가운데서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 감각과 수평과 수직으로 이동하는 카메라 이동을 활용하고 있으며 브래드 피트의 익살 맞은 행동을 원테이크로 촬영해낸 ‘소프트뱅크’ 광고(클릭)나 세트를 활용한 공간 이동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AT & T’ 광고(클릭) 시리즈와 무대 연극적인 아이디어가 위트 있게 발휘된 ‘이케아’ 광고(클릭) 또한 웨스 앤더슨의 정수를 담고 있다.

Credit

  • EDITOR 민용준
  • PHOTO PRADA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