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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 얼마를 써야 할까? #돈쓸신잡 137

프로필 by 박지우 2024.02.15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올해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의 제목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전작들처럼 이 작품에도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보고 꽤 오래전 봤던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또 다른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를 다시 봤다.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신의 은총은 하늘에 있고, 인간은 지상에서 서로 돕고 살아야죠" 그의 작품엔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에게 손을 건넨다. 냉소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웃고 노래를 부른다. 보헤미안적인 낙관이 넘실거린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가 떠올랐다. 실제로 카우리스마키와 짐 자무쉬는 꽤 친한 예술적 동료다. 영화 스타일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사랑은 낙엽을 타고>, <과거가 없는 남자>를 감상한 나는 짐 자무쉬의 대표작 <천국보다 낯선>을 봤다. 20대 초반에 봤던 영화다. 10년이 훌쩍 지난 후 두 번째 감상이다. 지금 이 글은 영화나 예술에 대한 글이 아니라 돈에 대한 글이다. 그래서 영화 이야기는 여기서 멈춘다. 이제 돈 이야기를 해보자.
 

취미가 특별 대우를 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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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지만, 확실히 지금은 그 어떤 시대보다 취미가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만큼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해진 시대다. 물론, 밥벌이도 중요하고 취미도 중요한 건 맞다. 인간에겐 빵과 장미가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는 없다. 취미엔 돈이 든다. 고급 취미로 불리는 것들엔 더 많은 돈이 든다. 소주, 맥주보다 위스키와 와인이 비싼 법이다.
인간에게 취미, 취향이 필요한 이유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만약 취미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으면 어떻게 될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 취미에 돈을 많이 쓰는 건 사치가 아니다. 하지만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할 정도로 취미에 돈을 쓰는 건 위험하다. 만약 빚을 내거나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까지 이용해서 취미를 즐긴다면, 이건 경제적 자해 행위다. 취미 역시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 위에서 누릴 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다들 이 정도는 하고 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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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나칠 정도로 취미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빚까지 내서 당장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다들 이 정도는 하고 산다'라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회가 문제가 본질이다. 인스타그램 속 누군가의 인생 하이라이트를 보다 보면 없던 물욕도 올라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당연히 우리에게 취미는 중요하다. 하지만 취미의 레벨이 꼭 가격과 비례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서두에서 영화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영화야말로 돈을 그다지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무한하게 취향을 가꿀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만 제대로 파도 몇 달은 풍성한 취미 생활이 가능하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다. 책이라는 영역도 파고들기 시작하면 사실상 평생을 다 바쳐도 모자랄 정도로 무한하다. 부지런하게 동네 도서관을 이용하면 돈도 들지도 않는다.
 

그것은 취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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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드는 가성비 취미를 가지세요!'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꼭 돈을 많이 쓰고,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줄 수 있는 취미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취미는 밥벌이에 지친 우리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어떤 시원한 바람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취미가 나의 밥벌이에 타격을 주는 건 슬픈 일이다. 취미마저 남들과 경쟁하며 과시의 수단으로 삼기 시작하며 그것은 과연 취미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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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조성준
  • 사진 Unsplash/왓챠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