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웰니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BEAUTY

뉴 웰니스

미국의 헐버트 L. 던(Halbert L. Dunn) 의사가 만든 ‘웰니스’라는 개념은 ‘빛나듯 생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빛나고 있을까?

김선영 BY 김선영 2022.12.11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가 각자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언제쯤이면 감정적 · 심리적 · 사회적으로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인간의 뇌는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성을 지녀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시각각 변한다. 이에 대해 스탠퍼드 대학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맨(David Eagleman) 박사는 “인간 뇌의 회로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반영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곧 뇌를 변화시키며, 우리가 소화하는 정보가 곧 우리 자신이 된다”고 말한다. 댈러스의 소통 병리학자이자 인지신경과학자 캐롤라인 리프(Caroline Leaf) 박사는 “마음을 다스리면 신경가소성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세 가지 희망적인 생각에 집중해 뇌에 건강한 에너지 흐름을 발생시키고, 힐링 부스터 역할을 하는 세타파를 증대시켜 뇌의 화학작용에 변화를 일으켜 몸에 메시지를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녀가 진행한 임상 시험에 따르면 마음에 작은 희망을 품는 것만으로 우리 몸은 놀랄 만큼 잘 반응하며, 변화하는 마음과 뇌를 관리하고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그것에 끌려가며 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팬데믹으로 2년 동안 피로한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는 또 다른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일상에서도 언제나 죽음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면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살고 싶다’ 는 생각과 함께 ‘내 삶에 정말 가치 있는 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 건 비단 에디터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삶의 가치를 재정비하는 방식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웰니스’다. 단어의 어원으로 살펴보면 ‘웰빙’과 ‘피트니스’의 결합이며, 2015년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신체적 · 정신적 ·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를 뜻한다. 몇 년 전에 이 단어를 들었다면 안락한 공간과 맛있는 음식, 럭셔리 스파 등 남에게 보이는 화려한 것 혹은 SNS에 찍어 올릴 만한 멋들어진 것들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했고, 웰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소비자들은 기존 엘리트주의 웰니스와 과대한 소비지상주의에 질렸어요. 신체적인 것보다 정서적 건강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완벽한 외모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기존의 웰니스에 대한 거부가 일어나고 있어요.”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 연구책임자 베스 맥그로티(Beth McGroarty)의 설명처럼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건 무엇일까?’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소프트 리빙’ 운동이 대표적. 이들은 회사와 직업, 커리어가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고, 업무 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더 나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며, 계획한 일정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하지도 않는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새해, 새로운 다짐’ ‘최고의 모습’ 등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이미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외에도 새로운 버전의 웰니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수면의 질을 심도 깊게 이야기하며, 자신이 처한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상황에 만족하는 자기만족이야말로 완전히 새로워진 웰니스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인 셈. 엔데믹 시대의 ‘뉴 노멀’이 될 ‘뉴 웰니스’의 경향을 살펴보자.
 
 

Self-settling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 중 하나는 ‘자기만족’이다. 그렇다고 꾸준한 자기계발과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결국 올해도 작심삼일로 끝났지 뭐’라고 자책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핵심.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많은 이의 삶이 바뀌었어요. 직장인은 힘들게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덜 벌어도 덜 힘들게 일하며 나를 위한 일에 작게나마 소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죠. 뉴스에서 경제사회적 위기 내용을 많이 접하면서 현실적인 박탈감을 많이 느끼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현실에서의 만족을 더 크게 추구하는 걸로 보입니다.” 메타미술치료연구소 김선주 대표의 설명도 궤를 같이한다.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주도산 감태 추출물과 16시간 추출한 감태 원물을 농축한 디엑콜을 넣어 스트레스로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사람은 물론, 오랜 시간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은 이들의 수면 질을 케어한다. 60정 7만5천원, Slowglow.식약처에서 수면 질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 ‘L- 글루탐산 발효 가바 분말’과 ‘나이아신’을 함유한 수면 건강기능식품. 하루 한 번, 자기 전 2정을 섭취하면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굿슬립가바 365, 60정 3만7천원, Vitalbeautie.수면 건강기능식품은 아니지만 잠들기 1시간 전에 마시고 자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다는 입소문이 가득한 이너 뷰티 제품. 나이트 하이드라 부스트, 30개입 18만원, Barneys New York Beauty.

Quiet quitting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방식’을 의미하는 신조어. 지난 7월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IT 엔지니어 자이들 펠린(Zaidle Ppelin)이 틱톡에 올린 17초짜리 영상이 진원지로, 영상엔 ‘일이 곧 삶이 아니고, 당신의 가치가 업무 성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순식간에 350만을 기록하며,  많은 직장인이 #QuietQuitting을 해시태그로 단 영상을 올리고, 〈워싱턴 포스트〉 등의 외신에서도 이를 다루며 이슈가 확산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시간 외 근무는 기본이고 추가 수당도 없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마인드 컨트롤했던 과거와 달리 사람들은 이런 행위가 나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거부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많은 이의 태도는 변화했고,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나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직장 내 웰니스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Reality check

왜곡된 신체상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탓에 광고와 소셜 미디어 속 보정을 거친 이미지를 경계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의회의 보건 및 특별 위원회는 〈신체상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고, 이 안에 ‘가짜 이미지 관련법’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을 포함했다. 노르웨이는 인플루언서들이 이미지를 수정할 경우 법적으로 이를 밝혀야 한다고 명시한 보정 사진법을 시행했고, 프랑스도 이 문제에 대해 얼마간의 법령을 마련했다. ‘보디 포지티브’를 바탕으로 가짜 필터에 작별을 고할 시점인 셈.
 

Good quality sleep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2016년부터 연평균 7.9%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미 70만 명을 넘어섰다. 수면과 관련된 웰니스 트렌드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수면 주기의 모든 단계 동안 어떻게 잠을 자는지 추적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의 온도와 빛에 대한 노출 등 숙면을 위한 여러 가지를 조정하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 트렌드’는 미래의 웰니스 서비스 흐름 중 하나로 개인의 신체와 정신적 상태를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센서 등으로 모니터하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진단이나 조언하는 형태가 두드러질 것이라 예측했다. 이미 오사카 부립 대학 대학원 연구 그룹은 피부 온도와 땀의 pH값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고감도 플렉시블 센서 패치를 개발했는데, 이는 수면 정보를 데이터화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 데이터를 의사에게 제공해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는 서비스의 등장을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수면 건강기능식품’의 출시가 두드러졌는데 아모레퍼시픽 바이탈뷰티 굿슬립가바 365가 대표적이다. “인체 적용 시험 결과 수면 잠복기와 각성, 수면 시간, 효율 등 일곱 가지 지표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고, 국내 수면 질 개선 기능성 원료 중 최초로 깊은 잠을 나타내는 지표인 비렘수면 3단계가 개선됐어요.” 아모레퍼시픽 바이탈뷰티 BM팀 윤아랑의 말처럼 이 정도 개선 수치라면 꽤 신뢰할 만하지 않은가. 이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에서 수면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하는 추세이니 단순히 호르몬 변화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거나, 처방받은 수면제에 대한 부작용이나 내성에 대한 우려로 다른 해결방식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마이크로 머시룸 바이옴과 페퍼민트 오일이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조절하고, 묵은 노폐물을 밀어내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파우더 투 폼 클렌저. 리프레싱 케어 클렌징 파우더, 4만5천원, Mayet.인공 향료 없이 천연 제주 편백수와 오일로 이뤄진 핸드 워시는 기분 좋은 깨끗함만 남긴다. 더 핸드워시, 4만2천원, Hinok. 블론드 우드의 아늑함과 샌들우드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향으로, 공기 중에 퍼지는 향을 통해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룸 스프레이, 피스토크, 150ml 6만5천원, Nonfiction. 히노키와 시나몬, 클로브가 주성분인 제품으로 따스한 온기를 품은 향이 공간 속에 풍성하게 퍼진다. 무라사키 아로마틱 인센스, 4만5천원, Ae¯sop.
 

Mindfulness

정서적 · 신체적 · 정신적 번아웃을 경험한 이들은 점점 ‘마음 챙김’ ‘몰입’ 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져다주었고,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됐다. 현재 우리 감정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세상은 힘들고 불안정한 곳이기에 나만의 정서적 도피처가 필요하다는 의미.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정서적 도피처는 억눌린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자신의 감정을 상대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며, 긴장을 풀고 다시금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면 어디든 된다. 뷰티 업계는 이런 공간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솝의 아로마틱 인센스는 불을 붙인 순간 부드러운 아로마가 공간에 스며 진지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논픽션 룸 스프레이, 피스토크는 아늑한 블론드 우드와 부드러운 샌들우드가 어우러진 향으로 하루의 끝을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마저 든다. ‘마인드풀니스’를 컨셉트로 최근 론칭한 마예트도 눈길을 끈다. ‘보다 본질적인 것, 아끼는 사람들과 나눠 쓰고 싶은 건강하고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랜드로, 손에 닿는 감촉과 거품을 문지르며 느끼는 피부의 온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세안하는 동안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소망을 담았다. “제게 ‘마인드풀니스’란 매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 감정을 인지하고 바라보는 걸 의미해요. 팬데믹 동안 제 안팎의 감각을 일깨우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데 꽤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마예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정애의 이야기다. 희녹은 손을 씻는 아주 기본적인 행위에서부터 깊은 ‘몰입’을 추구하는데, 인위적인 성분을 배제해 시원한 느낌이 드는 편백 향이 지친 마음을 씻어내는 듯하다. 북촌 노스탤지어 블루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는 다양한 감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음악과 책을 비치해 놓고 있었다. 이에 대해 희녹 박소희 대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을 존중할 때 우리 모두 공존할 수 있고, 이번 핸드 워시 또한 사용자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고 싶었어요. 깨끗하게 집중하고 싶은 각각의 시간을 짙은 향으로 침범하고 싶지는 않았죠. 핸드 워시가 사용자에게 주는 궁극적 경험은 손을 씻은 후 맞이하는 ‘깊은 몰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바쁘다 바빠’를 남발하는 현대인에게 신선한 단절과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는 한편, 다양한 창작자들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 물리적 세정을 넘어 관성적 사고를 씻어내는 시간이 되길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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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선영
    사진 TORKIL GUDNASON
    TRUNK ARCHIVE
    조언 김선주(메타미술치료연구소 대표)/박정애(라니앤컴퍼니 대표)
    조언 윤아랑(아모레퍼시픽 바이탈뷰티 BM팀)/박소희(희녹 대표)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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