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판매했다. 가격은 20억 원. 이 가격을 두고 대체로 "싸게 샀네"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채널을 구입한 사람은 디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전업 투자자다. 디피는 "만약 신사임당이 30억을 제안했어도 구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디피에게도 20억 원에 180만 구독자 채널을 사는 건 매력적인 거래였다.
물론,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신사임당이 빠진 신사임당 채널이 의미가 있을까?"라며 의아해한다. 그럼에도 이 채널을 매수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신사임당 채널은 이제 개인의 채널을 뛰어넘어 하나의 경제 관련 플랫폼이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플랫폼 경제'라는 개념은 전 세계를 휩쓴 지 오래됐고, 이젠 많은 기업이 플랫폼이 되기를 꿈꾸는 시대다. 개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어떨까? 당연히 개인에게도 플랫폼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어디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라는 메가 플랫폼 안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고, 글을 쓰고, 장사를 하고, 광고를 하고, 영화를 보고, 만화를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맛집 예약을 한다. 이 밖에도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네이버라는 생태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플랫폼의 위력은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 어떤 사업도 시작할 수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한 미국 기업은 어떤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역시 플랫폼 기업이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 역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꿈꾼다.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들이 결국 승리한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플랫폼 보유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중요하다.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플랫폼은 대표적으로 유튜브,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 등이 있다. 당연히 잘 키운 플랫폼은 돈이 된다. 실제로 현재 유튜브 채널 판매는 꽤 활발하다. 구독자 1만 명 미만의 채널은 대부분 100만 원 이하래 거래된다. 구독자 5만 명 채널은 300만 원 안팎이다. 전문적으로 유튜브 채널 거래를 돕는 중개거래 사이트도 나왔다. 유튜브에 비하면 단가는 낮지만 블로그 역시 아직도 거래된다. 주로 중소기업체에서 홍보 플랫폼 수단으로 방문자가 많은 블로그를 구입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튜브나 블로그처럼 개인 채널이 아니라 네이버 카페와 같은 방문자가 많은 커뮤니티로 넘어가면 스케일은 더 커진다. 회원 수 60만 명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시크먼트'는 명품 관련 국내 최대 커뮤니티다. 시크먼트는 최근 네이버 자회사인 크림으로부터 100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았고, 30억 원 투자까지 받았다. 또 다른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는 80억 원에 팔렸다. 잘 키운 플랫폼 하나가 100억 원이 되는 시대다.
신사임당 채널만큼 영향력이 큰 경제 유튜버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이미 유튜브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얻고 있지만, 결코 유튜브에만 매달리진 않는다. 블로그, 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도 진출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 계속 전진한다. 또한 그렇게 안 할 이유도 없다. 한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그 자산 덕분에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도 금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생태계를 최대한 다양한 곳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경제 유튜버라면 대부분 책도 한 권씩은 꼭 출간한다. 이 책들 상당수는 웬만하면 곧장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다. 본인이 보유한 다양한 채널을 적극 활용해 책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책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사람은 그 어떤 새로운 사업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팍팍 올라간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페를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무기다. 자본주의라는 전쟁터에서 크게 승리하기 위해선 기업이든 개인이든 플랫폼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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