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육아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무려 4160만 개에 달합니다. '#육아'는 4400만 개, '#육아소통'은 3912만 개가 나와요. 베이비 부머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낳아 키울 때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앨범에 끼워 보관했지만, 밀레니얼과 젠Z는 다릅니다. 금쪽 같은 내 새끼가 자라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고, 비슷한 상황의 부모들과 공감을 나누며,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로부터 아기의 예쁜 성장을 칭찬받죠. 이는 부모들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이자 애정의 발로입니다. 아기가 컸을 때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전해 줄 수도 있죠. 취지 자체는 나쁠 리가 없습니다.

육아와 무관한 이들도 귀여운 아기의 재롱을 보면 대부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셰어런팅은 때론 하나의 콘텐츠로 작동하죠. 그런데, 혹시 SNS에 게재'당하는' 아기의 기분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언급했듯 셰어런팅은 불특정 다수의 SNS 이용자들에게 아기를 노출하는 행위입니다. 좋은 말, 축복만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오버 아니냐고요? 우린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와 부모에게 전문가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송을 보면서도 악성 댓글을 퍼붓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어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셰어런팅으로 좋지 않은 말들을 듣게 됩니다. 또 어떤 아기들은 배변이나 목욕 등 원초적인(?) 모습들을 노출당하죠. 유치원이나 집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배경, 출생 카드, 주민등록등본 등 여러 개인 정보들이 육아스타그램에 올라옵니다. 이미 12년 전인 2010년, 2세 미만의 어린이 중 92%가 소셜미디어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클리즈 PLC는 2030년이 되면 갓 성인이 된 사람들이 당할 신분 도용 범죄의 2/3은 셰어런팅 탓일 것이라고 예측했고요.
천만다행으로 부모의 셰어런팅이 자녀에게 어떤 직접적 악영향도 끼치지 못했다고 해도, 후일 성장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온라인 상에 게재된 사진이나 영상을 본 이들은 충격을 받을지도 몰라요. 물 속을 알몸으로 헤엄치는 생후 4개월 아기 사진이 깊은 인상을 남긴 록 밴드 너바나의 명반 'Nevermind' 재킷의 주인공은 지난해 밴드 멤버들을 아동 포르노 판매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어요. 그냥, 본인이 싫을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최근엔 셰어런팅으로 기본권을 침해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보호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1일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제도적 정비를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우선 2023년부터는 아동·청소년 본인이 온라인에 올린 개인정보를 지우거나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 이듬해엔 제3자가 올린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역시 그 주인이 원한다면 정부가 삭제 및 숨김 처리를 지원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사이버 학교폭력을 당할 때의 대응책도 생기는 거죠.
개인정보 삭제권은 이미 법에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 권리 행사가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 부분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해요. 또 부모를 대상으로 셰어런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도록 하는 교육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빨리 세상에 노출되는 요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 그들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른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할 때인 듯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부모를 위한 '셰어런팅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했는데요. 부모들에게 아이의 미래에 대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줄 것을 당부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올릴 때는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싫다"라고 말할 기회를 주라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