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서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 상당수는 제각각 주변 사람 누군가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내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염시키는 사람이 언젠간 내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런 케이스가 없진 않겠지만, 좀처럼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을 고치려고 노력할 바엔 차라리 나와 잘 맞는 사람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편이 좋다.
그런데, 머리로는 위와 같은 논리에 동의하면서도 실제론 이걸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을 고치려는 노력이 대부분 헛된 노력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절해야 할 사람을 손절하지 못한다. 계속 부정적인 관계에 질질 끌려다니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 그럴까? 지금이라도 멀어져야 할 사람을 계속 곁에 두는 이유는 이 사람과 지금까지 함께 했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제학 용어로 이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매몰 비용의 오류' 케이스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한 기업에서 A라는 프로젝트를 위해서 예산 100억을 책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예산 가운데 80억을 이미 지출했고 프로젝트 완성이 코앞에 다가온 순간, 큰 문제가 발생했다. 프로젝트 자체에 치명적인 결점이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프로젝트 자체를 중단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기업은 여기서 중단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투자한 80억이 아까워서라도 나머지 20억을 투입해 일단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과연 옳은 선택일까? 당연히 아니다. 80억을 지출했을 때 프로젝트를 중단하면 나머지 20억이라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중단하지 않고 20억마저 활활 태우는 것이다.
‘매몰 비용의 오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케이스는 '콩고드 여객기'다. 콩고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했던 초음속 여객기다. 두 나라는 콩고드가 항공 산업 전체를 뒤흔들 혁신이라고 치켜세우며 막대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 상태에서 결정적인 단점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콩고드는 승객을 조금만 태울 수 있었고, 소음도 컸으며, 유지비용도 막대했다. 여러모로 경제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상태라서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못했다. 그렇게 콩고드는 1976년 처음으로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적자가 막대하게 쌓였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콩고드는 2003년 운행을 중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개인 차원에서도 ‘매몰 비용의 오류’를 생각해보는 건 중요하다. 돈과 관련한 영역이라면 더 그렇다. 주식 투자를 예로 들어 보자. A라는 주식과 B라는 주식이 있다고 치자. 각각 주가는 똑같이 5만 원이다. A주식과 B주식에 각각 똑같은 금액을 투자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A주식의 주가는 10만 원으로 올랐다. 반면 B주식 주가는 반토막이 나서 2만5000원이 됐다. 그런데,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서 주식을 조금 팔아야 한다. 그럼 A와 B 중에서 뭘 파는 게 좋을까? 상당수는 주가가 많이 오른 A주식을 선택한다. "익절은 늘 옳지"라고 생각하며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을 파는 것이다. 반면 주가가 반 토막 난 B주식은 그걸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된다고 여기며 가급적 팔지 않는다. 본전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형적인 ‘매몰 비용의 오류’다.
1년 만에 주가가 2배로 올랐다는 건 그 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주가가 반 토막 난 기업은 그 기업 자체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선택은 좋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좋은 주식을 팔고, 문제가 있는 주식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다.
손절해야 할 사람을 손절하지 못하고, 지금이라도 털어야 할 주식을 털지 못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해 행위다. 정 때문에, 추억 때문에, 본전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투입한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손절을 못 하면 더더욱 큰 손실로 이어진다. 어떤 손절은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익절이다.
'돈 되는 쓸모 있는 잡학 사전' #돈쓸신잡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