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한국에서 12월31일이 생일인 사람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두 살이 됐습니다. 탄생과 동시에 나이 한 살을 먹고 시작하기 때문이죠. 이른바 '세는 나이'로 불리는 이 나이 셈법은 현대에 들어 점점 사라지는 추세를 보이더니, 이제는 한국에서만 쓴다고 해서 'Korean Age'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사실 이 셈법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한국인들은 '만 나이'나 '연 나이'보다 '세는 나이'를 익숙하게 여깁니다. 나이를 계산할 때 계산 시점의 연도에서 생년을 뺀 후 1을 더하는 식이 자연스럽죠.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만 나이', '연 나이'와 '세는 나이'는 최대 2살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간극에서 오는 사회적 혼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어요. 지금은 폐지됐지만 1~2월 출생자가 초등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가는 '빠른 연생'도 있었으니 나이 계산이 복잡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한국도 나이 셈법을 국제표준인 '만 나이'로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내년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해요. '만 나이'가 공식 계산법으로 채택되면 '세는 나이'와 비교해 최대 두 살까지 어려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민방위기본법, 병역법 등에 사용되는 '연 나이'도 '만 나이'로 통일됩니다. '연 나이'는 쉽게 말해 계산 시점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방식으로 계산하는 겁니다. '만 나이'의 경우 셈을 할 때 개개인의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경우 생기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연 나이'를 썼죠. 하지만 '연 나이'도 '만 나이' 셈법에 기반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법 적용시 '만 나이 n세가 되는 해의 1월1일' 같은 단서가 붙거든요. 예를 들어 병역법 제2조 제2항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라고 나오는데요. 여기서 '18세'는 연 나이입니다.

다만 너무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굳어진 '세는 나이' 셈법이 정착되긴 쉽지 않을 거란 의견도 나와요. 특히 한국은 나이에 따른 상하관계가 비교적 강하게 형성되는 편이고, 나이에 따라 타인을 지칭하는 용어도 분명하니까요. '세는 나이'에서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이 완전히 통일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언니, 누나, 오빠, 형 같은 호칭이 없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을텐데요. 한국에서는 92년 5월생인 A씨와 같은 해 8월에 태어난 B씨는 1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3개월 동안 서로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애매한 거죠.
하지만 나이 셈법이 세 개나 있는 바람에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불편을 겪던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이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세는 나이' 폐지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러 번 올라올 만큼 가시화된 상태죠.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가장 환영받은 것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착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관계 맺기 방식이 나이가 아닌 친밀도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은 긍정적으로 다가오네요. 법적으로도 오해와 다툼의 여지가 줄어들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