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한 대화 #샤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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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한 대화 #샤넬

가브리엘 샤넬과 버지니 비아르의 교감으로 완성한 샤넬의 2022-23 F/W 시즌 컬렉션은 '역시 샤넬'이다.

손다예 BY 손다예 2022.03.15
샤넬의 패션쇼는 항상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항상 화려한 볼거리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4대 패션 위크를 마무리하는 방점을 찍어 왔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해 줄지 호기심이 피어오를 무렵, 샤넬이 보낸 초대장이 도착했다. 트위드 원단으로 감싼 어마어마한 크기의 상자를 열어 보니 마찬가지로 트위드 소재를 입힌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샤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트위드가 이번 컬렉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힌트를 포착한 순간이었다. 이윽고 샤넬 패션쇼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듀오 사진작가 이네즈와 비누드가 촬영한 영상에는 아침의 옅은 안개 속에서 춤추는 모델 비비언 로너가 등장했다. 에이팩스 트윈(Aphex Twin)의 음악이 배경에 흘렀는데, 이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티저 영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촬영 장소. 스코틀랜드 지역의 리버 트위드(River Tweed) 강변이 등장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처음 트위드 소재를 발견한 장소이자 샤넬과 트위드의 역사가 시작된 상징적인 현장인 리버 트위드. 그 곳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마드모아젤 샤넬과 트위드의 첫만남을 되짚으며, 강처럼 흐르는 트위드의 향연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겼다.
 
샤넬 패션쇼에 참석한 제니캐롤린 드 메그레그레타 페르난데즈수주
 
대망의 날, 샤넬은 파리 7구로 잠시 자리를 옮긴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ephémère)에서 2022-23 F/W 컬렉션을 공개했다.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한 검은색 트위드 패턴의 벽으로 사방을 둘러싸고, 큼지막한 파스텔 색상의 ‘CHANEL’ 로고로 장식한 공간이 사람들을 반겼다. 하우스의 앰배서더 제니를 비롯해 캐롤린 드 메그레, 그레타 페르난데즈, 수주 등 샤넬과 각별한 애정을 주고받는 셀러브리티들의 모습도 보였다. 각각의 게스트를 위해 준비된 트위드 스툴 위에는 이네즈와 비누드가 스코틀랜드에서 촬영한 룩 북이 놓여 있었다.
 
오프닝을 장식한 클래식한 트위드 코트 룩. 빈티지한 핑크와 퍼플 컬러를 배색한 트위드 룩. 1960년대 레코드 커버에서 영감을 얻은 레더 미니 드레스.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한 트위드 룩.바이닐의 비닐 커버처럼 매끈한 광택이 나는 실크 드레스.
 
2022-23 F/W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의 70가지 실루엣은 하우스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기념비 적인 룩으로 가득했다. 핑크와 빨간색, 블루와 퍼플 컬러가 뒤섞인 트위드 소재의 롱 코트를 입은 모델 비비안 로너가 런웨이를 걸어 나오며 쇼의 시작을 알렸고 그 뒤로 클래식 재킷을 비롯한 트위드 룩이 줄지어 등장했다. 블루와 퍼플이 섞인 핑크색 가운 코트, 스코틀랜드에서 영감 받은 격자 무늬 스커트와 타탄 체크 스커트, 클래식 백을 비롯해 다양한 컬러의 트위드로 제작한 백 등이 주목을 받았다. 우아한 올리브 그린 컬러의 레인코트와 흠잡을 데 없이 간결한 실루엣의 양 가죽 드레스, 스톤 주얼리 버튼이 달린 가죽 트렌치코트와 벨티드 가죽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멋진 레더 룩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랙 팬 벨벳(Panne Velvet)으로 만든 트라우저, 긴 양말에 매치한 타이트한 스커트, 블랙 또는 베이지 컬러의 러버 부츠 및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하이 부츠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농부와 어부를 떠올리게 했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번 쇼를 두고 “트위드에 바친 일종의 헌정”이라고 말했다. “리버 트위드(River Tweed)를 따라 가브리엘 샤넬의 발자취를 좇으며, 그 풍경 속 컬러로 트위드를 구상했다. 블루와 퍼플이 살짝 들어간 롱 핑크 코트나 섬세한 골드빛이 반짝이는 버건디 수트가 특히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가브리엘 샤넬이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재킷을 변형해 샤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야기도 추가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옷을 입는 것보다 섹시한 것은 없다.”라고 버지니 비아르는 말을 이었는데  “물론 나 자신도 지금 까지도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제스처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이 트위드를 여성적으로 만들어 주는 건 샤넬이다.”라고 하우스의 역할을 되새겼다. 
 
 
버지니 비아르는 트위드를 통해 가브리엘 샤넬과 샤넬 하우스의 헤리티지에 헌사를 바치는 한편, 자신만의 트위스트를 가미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1960년대 영국 뮤지션들이 선보인 레코드의 컬러풀한 커버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파우더리 핑크, 그윽한 무드의 버건디, 당대에 자주 사용된 청색 빛을 띄는 보라 등의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고, 대부분의 룩에 빈티지 스타일의 긴 울 삭스와 낮은 굽의 슬링 백 슈즈를 매치해 1960년대의 무드를 표현했다. 특히 쇼의 막바지에서 6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 비틀스의 ‘A Day in the Life’가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거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매 시즌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을 재정의하며 새로운 클래식을 개척해 나가는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은 이번 시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감동을 선사했다. 하우스의 오랜 유산인 트위드 소재와 1960년대의 레트로 스타일을 결합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비틀어 완성한 새 컬렉션은 샤넬의 헤리티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동시에 하우스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쇼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을 비롯해 전 세계의 여성들,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 역시 만족했을 만한 컬렉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글 김이지은 
에디터 손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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