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망의 날, 샤넬은 파리 7구로 잠시 자리를 옮긴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ephémère)에서 2022-23 F/W 컬렉션을 공개했다.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한 검은색 트위드 패턴의 벽으로 사방을 둘러싸고, 큼지막한 파스텔 색상의 ‘CHANEL’ 로고로 장식한 공간이 사람들을 반겼다. 하우스의 앰배서더 제니를 비롯해 캐롤린 드 메그레, 그레타 페르난데즈, 수주 등 샤넬과 각별한 애정을 주고받는 셀러브리티들의 모습도 보였다. 각각의 게스트를 위해 준비된 트위드 스툴 위에는 이네즈와 비누드가 스코틀랜드에서 촬영한 룩 북이 놓여 있었다.





2022-23 F/W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의 70가지 실루엣은 하우스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기념비 적인 룩으로 가득했다. 핑크와 빨간색, 블루와 퍼플 컬러가 뒤섞인 트위드 소재의 롱 코트를 입은 모델 비비안 로너가 런웨이를 걸어 나오며 쇼의 시작을 알렸고 그 뒤로 클래식 재킷을 비롯한 트위드 룩이 줄지어 등장했다. 블루와 퍼플이 섞인 핑크색 가운 코트, 스코틀랜드에서 영감 받은 격자 무늬 스커트와 타탄 체크 스커트, 클래식 백을 비롯해 다양한 컬러의 트위드로 제작한 백 등이 주목을 받았다. 우아한 올리브 그린 컬러의 레인코트와 흠잡을 데 없이 간결한 실루엣의 양 가죽 드레스, 스톤 주얼리 버튼이 달린 가죽 트렌치코트와 벨티드 가죽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멋진 레더 룩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랙 팬 벨벳(Panne Velvet)으로 만든 트라우저, 긴 양말에 매치한 타이트한 스커트, 블랙 또는 베이지 컬러의 러버 부츠 및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하이 부츠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농부와 어부를 떠올리게 했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번 쇼를 두고 “트위드에 바친 일종의 헌정”이라고 말했다. “리버 트위드(River Tweed)를 따라 가브리엘 샤넬의 발자취를 좇으며, 그 풍경 속 컬러로 트위드를 구상했다. 블루와 퍼플이 살짝 들어간 롱 핑크 코트나 섬세한 골드빛이 반짝이는 버건디 수트가 특히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가브리엘 샤넬이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재킷을 변형해 샤넬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야기도 추가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옷을 입는 것보다 섹시한 것은 없다.”라고 버지니 비아르는 말을 이었는데 “물론 나 자신도 지금 까지도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제스처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이 트위드를 여성적으로 만들어 주는 건 샤넬이다.”라고 하우스의 역할을 되새겼다.



버지니 비아르는 트위드를 통해 가브리엘 샤넬과 샤넬 하우스의 헤리티지에 헌사를 바치는 한편, 자신만의 트위스트를 가미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1960년대 영국 뮤지션들이 선보인 레코드의 컬러풀한 커버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파우더리 핑크, 그윽한 무드의 버건디, 당대에 자주 사용된 청색 빛을 띄는 보라 등의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고, 대부분의 룩에 빈티지 스타일의 긴 울 삭스와 낮은 굽의 슬링 백 슈즈를 매치해 1960년대의 무드를 표현했다. 특히 쇼의 막바지에서 6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 비틀스의 ‘A Day in the Life’가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거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매 시즌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을 재정의하며 새로운 클래식을 개척해 나가는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은 이번 시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감동을 선사했다. 하우스의 오랜 유산인 트위드 소재와 1960년대의 레트로 스타일을 결합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비틀어 완성한 새 컬렉션은 샤넬의 헤리티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동시에 하우스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쇼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을 비롯해 전 세계의 여성들,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 역시 만족했을 만한 컬렉션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글 김이지은
에디터 손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