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울어? '여우주연상 7관왕' 나문희의 생애 첫 노래 무대가 던진 메시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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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울어? '여우주연상 7관왕' 나문희의 생애 첫 노래 무대가 던진 메시지

82세에 느낀 첫 무대의 설렘.

라효진 BY 라효진 2022.03.15
 
아무리 절절한 사연이 있더라도, 음악 예능은 대부분 경쟁으로 점철됩니다.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왕좌에 앉기 위해 나와 싸우고, 경쟁자와 싸울 수밖에 없죠. 하지만 오랜만에 노래와 인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음악 예능이 나왔습니다. JTBC 〈뜨거운 씽어즈〉가 그렇습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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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첫 방송에선 '할미넴' 김영옥을 필두로 한 시니어 배우들이 합창단을 꾸리기 위해 한데 모였습니다. 여기엔 배우 경력 62년차, '여우주연상 7관왕'에 빛나는 나문희도 있었죠. 김영옥의 추천으로 섭외된 그는 〈뜨거운 씽어즈〉 출연을 단번에 수락했다고 해요. 예능에 등장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던 만큼, 그 배경에도 궁금증이 쏠렸는데요.
 
이에 대해 나문희는 "노래라는 건 (그 동안) 내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도전 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출연하기로 했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나와 같은) 할머니들도 집구석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노래도 하고, 우리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무심히 덧붙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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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 정식 합류 전 자기소개를 겸해 한 곡씩 독무대를 하기로 한 출연진. 이날의 첫 타자는 나문희였어요. 그가 준비한 곡은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였는데요. 리듬의 잦은 변주 탓에 부르기 어려운 곡이기도 하죠.
 
가사를 빼곡히 적은 달력을 들고 다니며 노래를 연습했다는 나문희는 이날 씩씩한 발걸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영화 〈하모니〉에서 사형수이자 여자 교도소 합창단의 지휘자 김문옥 역을 맡았던 그였지만, 노래하기 위해 무대에 선 것은 82년 인생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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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하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내가 다시 태어나면 음악을 하려고 했다. 배우가 안됐으면 가수가 됐을 것"이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평생 음악 듣는 걸 좋아했는데 (음악을 전공하는) 큰 아이한테 노래 레슨 두 번 쯤 받은 시점에 〈뜨거운 씽어즈〉 제작진에게 섭외 전화가 왔다"라고 운명 같은 프로그램과의 만남 비화도 소개했죠.
 
이윽고 그는 남편을 생각하며 연습했다는 노래를 조심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생애 첫 무대에 갈 곳을 잃은 손을 앞으로 모은 나문희의 기교 없이 담백한 '나의 옛날 이야기' 첫 소절이 들리자마자 지켜 보던 출연진은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가슴으로 와 닿는 감동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탓일 거예요.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노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음악감독을 맡은 김문정도 "선생님이 쌓아 오신 이야기가 거짓말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감동적이었다"라며 "나의 이야기처럼 와 닿았던 순간도 있었다. 처음부터 울 순 없어 눈물을 참았다"라고 털어놓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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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간들이 두껍게 퇴적돼 갈수록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흐려지고, 그저 살기 위해 살아간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82세의 나문희가 이날 보여준 무대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만으로 꽉 차있었죠. 동세대에는 '우리의 시간', '우리의 세상'이 존재함을 알려 주고 후배 세대에는 '멋진 늙음'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 주는 무대였죠. 또 그건 노래로 빚은 나문희의 자기소개가 준 울림이 아직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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