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생 CEO와 91년생 에디터, 우리의 공통점은? #타인의삶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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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생 CEO와 91년생 에디터, 우리의 공통점은? #타인의삶

91년생 엘르 에디터 전혜진과 춘천 감자빵을 탄생시킨 CEO 이미소가 서로에 관해 물었다.

이마루 BY 이마루 2022.03.23
 

INTERVIEWEE 이미소

#91년생 #감자빵 #연매출 200억 #농업 #춘천 #결혼
 

INTERVIEWEE 전혜진

#91년생 #덕후 #서울 #고향은 부산
 
이미소가 입은 수트는 Vivienne Westwood. 블라우스는 YCH. 슈즈는 Jimmy Choo. 이어링은 Numbering. 전혜진이 입은 트렌치코트는 Weekend Maxmara. 셔츠는 Max Mara. 니트와 팬츠는 모두 Lauren Ralph Lauren. 슈즈는 Jimmy Choo. 이어링과 링은 모두 & Other Stories.

이미소가 입은 수트는 Vivienne Westwood. 블라우스는 YCH. 슈즈는 Jimmy Choo. 이어링은 Numbering. 전혜진이 입은 트렌치코트는 Weekend Maxmara. 셔츠는 Max Mara. 니트와 팬츠는 모두 Lauren Ralph Lauren. 슈즈는 Jimmy Choo. 이어링과 링은 모두 & Other Stories.

전혜진 ▶ 이미소

Q1. 서울 소재 대학의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해 IT 기업에 취업했지만 “감자를 팔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부름에 춘천으로 내려갔다.
낙오자로 아쉽게 내려간 것도 아니고, 춘천에 자리 잡고 어마어마한 뭔가를 해보자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보단 서울에서 월급 200만 원을 받아 월세에 50만 원을 쓰느니, 부모님 밑에서 집세라도 줄이는 게 학자금 대출을 빨리 갚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거창한 이유보단 단기적 관점에서 한 단계씩 선택한 결과다. 특히 아버지의 감자 품종 개발에 대한 애정은 엄청났고, 여름내 고생하며 키웠지만 제값에 팔지 못한 낯선 품종의 감자를 30톤이나 쌓아둔 상황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감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풀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게 됐고, 그때부터 아버지를 기꺼이 돕기 시작했다.
 
Q2. 아버지의 밭 위에 세운 카페 감자밭의 감자빵이 ‘대박’이 났다. 카페 운영과 식품 개발까지 그간 해오던 일과 전혀 다른 필드로 뛰어드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
20대 초반부터 패션은 진작 포기했다(웃음). ‘열정 페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30만 원을 받고 1~2년씩 일하던 친구들이 주변에 꽤 있었고,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로 살 자신은 없더라. 솔직히 말하면 재능이 없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농업은 아빠가 10년간 해온 일이라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아빠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개발 과정에서 실패도 200번 정도 했지만, 새로운 빵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매일 유튜브에서 베이킹을 검색하고, 요리책 레서피에 따라 만들고, 감자 소를 넣었다 빼며 매일 30개씩 다른 빵을 만들어나가는 일 말이다. 학교에서 디자인적 사고 과정을 배운 게 브랜딩이나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내게 쌓인 역량들이 서로 융합돼 극대화되는 경험이었다. 
 
Q3. 자기 사업을 한다는 건 어떤 경험인지
회사 다닐 때와 마음가짐은 똑같다. 그때도 너무 ‘내 일’처럼 열심히 해서 동료들에게 미움을 받았다(웃음). 새벽에도, 주말에도 출근하고 회사에서 휴가로 여행을 보내준다면 다들 사이판, 괌을 가고 싶어 할 때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일본으로 가려고 했으니까. 오죽하면 동료들이 “미소야, 진짜 미안한데 ‘월급 루팡’ 좀 하면 안 돼?”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월급 루팡’을 검색해 볼 정도였다(웃음). 혼자만 날뛴다고 팀의 일이 잘되는 건 아니다. 지금은 동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여러 이유로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을 내 것처럼 대하는 태도는 같다. CEO든 회사원이든 일에 자신만의 의미를 제대로 찾는다면 일은 ‘내 것’이 된다.
 
Q4. 모든 게 수도권 위주인 한국의 국민으로서 지방에서 사는 삶에 대한 생각
대부분 서울의 삶이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지방에도 기회가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서울 친구들에게 “지방에 이러이러한 기회가 있어”라고 말하면 상상 자체를 못 하고, 그 상상이 어려운 상황과 맞닥뜨리면 ‘실패자’라고 공식화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 물론 서울은 꼭 살아볼 만한 도시고, 20대 시절 그곳에서 받은 영감은 자산이 됐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10년 뒤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더라. 인생에서 작게나마 성취를 느끼는 게 중요한데 서울에서는 기회가 드물다. 1시간이면 비행기로 전국을 도는 나라다. 지역에서 스타트업 성공 가능성이 5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분명 자신만의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 흐름에 일찍 올라탔을 뿐이다.

 
Q5. 매출 200억 원이라는 숫자,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삶’이라는 수식어와 함께하는 기분은
통장에는 500만 원도 없고, 아직도 맥도날드 라지 세트로 사이즈업할지 고민한다. 옆에서 친구가 “200억 벌어서 어디다 쓰냐”고(웃음). 바지도 두 벌이고, 신발도 여섯 켤레뿐이다. 지금 내 목표는 오로지 조직 안정화이고, 그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돈은 법인의 것! “삶이 달라졌냐” “그래서 좀 살 만하냐”고 묻는다면 예전과 너무도 같은 상황이라고 답한다. 서울이나 춘천이나 눈뜨자마자 일하고, 눈 감을 때까지 일하다 자는 건 똑같다.
 
Q6. 청년 농업인 지원 행사에서 만난 최동녘 대표와 서른에 결혼했다. 부부이자 동업자로서 확신이 있었을지
만나고 한 달도 안 돼서 결혼을 확신했다. 대화가 잘 통하고 지향점이나 가치관이 잘 맞았다. 물론 결혼하니 서로 다른 부분도 꽤 많았고, 맞춰가는 중이지만(웃음). 최근 나는 ADHD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남편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기에 우리 자녀도 그럴 거란 예감이 든다. 이제 출산과 육아가 목표인데 엄마가 된다는 건 사업과는 또 다른 문제겠지? 사업은 지금껏 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항해할 일이 남았다.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기대된다.
 
이미소 ▶ 전혜진
Q1. 어릴 적엔 서른둘인 지금의 삶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했나
중학교 때부터 줄곧 드라마 PD가 꿈이었기에 지금쯤이면 입봉작부터 ‘빵빵’ 터지는 한류 드라마 한 편 정도 찍을 줄 알았다. 상상했던 삶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건 분명 성공한 삶이다.
 
Q2.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
반짝반짝한 서울의 풍경 틈새로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강도, 이태원도 이제 가볼 만큼 가봤다. 과연 매일 시간에 쫓기는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점점 더 벌어지는 대기업 친구들과의 생활 격차를 내 ‘멘탈’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사랑하는 ‘엄빠’와 한 끼라도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을 때가 많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웃으며 비위를 맞추면서 공인인증서를 갱신해 달라는 엄마의 전화 한 통에 바쁘다고 짜증 내는 내가 지겨워졌다. 그러다가도 지금 당장 ‘을밀대’가 20분 거리에 없다거나, 주경기장 콘서트를 본 뒤 택시 타고 집에 올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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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이경진/ 전혜진/ 류가영
    사진 이준경
    스타일리스트 유리나/ 이명선/ 손승현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설아
    메이크업 아티스트 심현섭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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