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차혜민
INTERVIEWEE 류가영

차혜민이 입은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Levi’s. 데님 셔츠와 부츠는 모두 Zara. 류가영이 입은 프린트 톱은 Wild Donkey by Beaker. 팬츠는 Arket. 실버 링은 모두 Coldframe.
Q1. 경영학도에서 소방관으로 진로를 결심하게 된 경위는
원래 꿈은 피아노 교사였다. 그런데 고3때 음악교육과 실기시험을 1주일 앞두고 갑자기 진로에 대한 확신이 흐려졌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나중에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겠다 싶어 재수를 결심했다. 적성과 전공을 놓고 고민하던 끝에 결국 직업 선택의 폭이 넓은 경영학과를 선택했고, 사회복지사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다가 소방관인 몇몇 지인의 조언에 용기를 얻어 도전하게 됐다.
Q2. 남다른 정의감과 사명감이 필요할 것 같은 직업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일의 보람은
불을 끄고, 긴급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데서 즉각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현장직과 달리 2년 전 행정직인 지금의 소방안전특별점검단 사법 팀으로 옮기고 나서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확실히 힘들어졌다. 그런 불만이 슬럼프로 이어지려는 찰나 ‘작은 것에 감사하라’는 엄마의 말이 큰 도움이 됐다. 1주일에 5일 근무하고, 어쩌면 일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부분인데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내 작은 역할이 다른 누군가에게,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더 하려고 했다. 지금은 민원과 예방 업무에 주력하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롭게 배우는 것과 동기부여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다.
Q3. 롤 모델 혹은 추구하는 여성상을 그려본 적 있는지
어릴 때부터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이 훌륭한 동기부여가 돼 주기도 했고. 특히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Q4. 기독교 모태 신앙이다. 성장하면서 느낀 거부감 혹은 반항심은 없었나
내 주관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격도 아니고, 살면서 크게 반항해 본 적도 없다. 신앙생활은 인생에서 내가 가장 꾸준하고 성실하게 몰두했던 일로, 내 의지로 교회에 안 간 적이 딱 한 번밖에 없다. 대학교 때 걷기 동아리를 하면서 주말 일정이 포함된 캠프를 가느라 주일 기도를 빠지게 된 건데, 당시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펑펑 울면서 내가 왜 교회를 빠져야 하는지에 대한 긴 편지를 써서 건넸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귀여울 뿐이다(웃음).
Q5. 29세에 지금 남편과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항상 서로에게 다정한 엄마와 아빠를 보고 자라며 결혼도 하고, 나만의 가족을 이루는 것을 행복한 삶의 조건처럼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나 자체를 이해해주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그 앞에서 지극히 편안함을 느끼는 내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남편과 함께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해 먹고, 카페에도 가는 일상이 행복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산 계획도 세우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세명을 낳고 싶은데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Q6. 올해 서른이다. 30대에 대한 개인적 로망이 있다면
결혼을 해서인지 30대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도전도 많이 하면서 최대한 의미 있게 시간을 쓰고 싶다. 남편과 해외여행도 가고, 테니스나 복싱처럼 안 해본 운동에 도전하면서. 임신과 출산, 승진과 아직은 먼 미래인 은퇴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Q1. 지금처럼 매달 낯선 사람과 낯선 세계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일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인사이트가 ‘굴러들어온다’는 것. 연차가 쌓이며 느끼는 것은 마음을 열면 열수록 그 덩어리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성별과 나이, 성장 환경과 지금 처한 상황에 개의치 않고 여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도 생긴 느낌! 때론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많은데, 의외로 편하고 상대의 무심한 말 한 마디에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때도 많다.
Q2. 자유로운 사람처럼 보이는 당신이 책임감에 사로잡히는 때가 있다면
내 무심함이 가까운 사람에게 불편함을 끼칠 때가 있다는 걸 느끼고는 관계에서 책임감을 의식하게 됐다. 야근하는 날엔 함께 사는 부모님께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는다’고 말하는 것, 연인에게 일과를 미리 공유하고, 친한 친구에게 지나치게 기쁘거나 슬픈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 사소하지만 전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