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게는 기원전 1700년 경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기록된 '요즘 것들' 타령. 21세기에는 밀레니얼이라 이름 붙은 이들이 수메르인들처럼 'Z세대'라는 구획을 긋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X세대를 규정하고, 또 X세대가 밀레니얼을 만들었듯 말이죠. 이러한 역사적 경향성의 다른 이름은 '세대론'입니다.
세대론은 가끔 세계 각국 비슷한 나이대의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려는 부질 없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세대론이 활용되는 모습만 봐도 긍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죠. 몇 년 전만 해도 정치판에선 20대가 왜 정치에 흥미를 잃었는지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그들을 타깃 삼아 회초리를 치기 바빴고, 기업들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겉핥기로 베끼거나 그저 가볍고 유쾌한 것으로 치부한 전략을 세우다가 싸늘한 반응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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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세대론이 의미를 갖는 건 각자 다른 시대적 경향을 공유하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일 겁니다. IMF 시대에 대학생이던 X세대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대학생 때 겪은 밀레니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고 있는 Z세대 대학생의 경험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젠Z식노트]는 밀레니얼이 Z세대와 Z세대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기획입니다.
[젠Z식노트]는 Z세대의 목소리만을 담습니다. Z세대의 유행어 '어쩔티비'의 '티비'가 기성세대를 상징한다는 따위의 과도한 의미 부여를 지양합니다. '어쩔티비'가 Z세대 사이에서 '어쩌라고 티비나 봐'라는 뜻으로 탄생했다면 그냥 그렇다고 소개할 겁니다. 밀레니얼 삼촌과 이모들이 굳이 자신들과 Z세대를 'MZ'라 묶어 부르는 식의 파렴치한(?)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Z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말들을 하는지 듣고, 직접 만나 보겠습니다.
갓생 (God生)
」Z세대가 강조를 위해 쓰는 여러 접두어 중 '갓(God)'과 삶을 뜻하는 한자 '생(生)'을 접붙여 만든 신조어 '갓생'. 단어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각자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들이 꽉 찬, '멋진 인생'을 뜻하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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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가 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건 '갓생'을 만드는 과정 때문인데요. 그 과정을 포괄적으로 보자면 기성세대가 말하는 '자기계발'과 매우 가깝습니다. 새벽에야 눈을 붙인 다음날, 끝의 끝까지 침대에 누워 있다가 허겁지겁 씻고 밖으로 나와 이동하는 사이 꾸벅꾸벅 조는 건 가장 보편적인 일상이지만 역사상 그 어느 때도 이런 상황을 '멋지다'라고 부르진 않았어요. 아무나 못 하는 일인 만큼,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빡빡하게 느껴지도록 할 일을 집어 넣고 이를 완수하는 걸 멋지다고 봤으니까요.
그렇게 '빡센' 삶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알려진 후엔 오히려 '될 대로 돼라' 식의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Z세대는 자기계발로 꽉 찬 삶을 갓생이라 부르고, 또 추구하고 있어요. 닮은 듯 다른 기성세대의 자기계발과 Z세대의 갓생을 구분하는 건 '방향성'입니다. 베이비붐, X, 밀레니얼이 자기계발을 통해 얻고자 한 건 거대하고 눈에 띄는 성취이고, 거기서 말미암은 사회적 인정이었죠. 하지만 Z세대는 자기 만족을 위해 갓생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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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Z식노트 SUMMARY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는 #갓생루틴(갓생을 보내는 각자의 하루 습관)에 포함된 할 일들을 살펴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영양제 매일 제때 챙겨 먹기', '지하철 안에서 경제 뉴스 보기', '하루 한 번 하늘 보기'……. '이게 자기계발이야?' 싶겠지만, 이런 작고 건강한 습관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하면 #갓생살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이름이 생긴 시간이 길어질 수록 하루의 주도권을 외부에 넘겨주게 됩니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 난이도도 높아지며, 들어가는 시간도 자연히 늘어나니까요. 갓생은 내 삶의 주도권을 나에게로 옮겨오는 작업입니다. 지킬 수 있는 범위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고 실천해서 얻는 성취감이 물리적 성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목표가 '성취'인지 '성취감'인지가 기성세대와 Z세대의 생활 방식을 결정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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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과 갓생의 차이점이 하나 또 있어요. 기성세대는 자기계발을 윗 세대에게 배워 왔습니다. 조부모와 부모가 풀뿌리와 나무 껍질을 먹으며 일군 거대한 성취들을 동경하고, 그들이 쓴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삶에 열정을 주입했죠. 밀레니얼이 '라떼는 말이야'에 학을 떼면서도 '젊은 꼰대'가 돼 가는 이유이기도 해요. 하지만 Z세대가 #갓생시간표 검사를 맡는 건 또래의 #갓생러입니다. '지금도 잘 하고 있어요' 같이 알맹이 없는 이모 삼촌들의 답변은 필요가 없으니 아예 거부하기도 하고요. Z세대는 자진해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만의 #갓생사는법을 올리고, 다른 Z세대가 이를 참고하거든요.
Z세대의 갓생 문화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셨나요? 다음 [젠Z식노트]에서는 Z세대와 직접 만나 갓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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