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 2018년 생으로 추정되는 ‘누룽이’는 친언니와 형부가 입양한 선물 같은 아이! 나는 ‘대모님’을 자처하고 있다. ‘누룽이’는 언니 꿈에 나온 이름이다. 꿈속에서 언니 품에 안긴 강아지를 보고 누군가 이름을 물어봤을 때 언니가 ‘누룽이에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꿈에서 깬 후에도 선명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누르스름한 털 색과도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은 모두 ‘룽이’라 부르는 누룽이는 매우 사랑스러운 강아지다. ‘최애’는 형부.
미강 언니와 나는 평소에도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공고를 본 형부가 먼저 제안을 했고, 임시보호(이하 임보)를 결심하고 갔던 보호소에서 운명처럼 룽이와 마주했다. 보호소 시절 룽이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은 ‘미강’이라는 것도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1년이 넘도록 입양은커녕 임보 문의도 없어서 해외 입양을 모색 중이던 룽이는 심장사상충이 발견되면서 그마저도 무한 연기된 상태였다. 그러나 16년을 함께한 강아지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는 우리 자매에게 입양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특히 조심스러웠던 언니의 의견을 존중했고, 6개월 넘는 임보 끝에 지난해 12월, 마침내 진짜 가족이 됐다! 언니는 입양신청서를 쓰고 나니 오히려 후련하다고 했다. ‘룽이를 무조건 행복하게 해줘야지!’ 보다 끝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며.
한국의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
미정 ‘종’을 떠나 버려지거나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처음 남편과 보호소에 갔을 때, 몇 백 마리의 개들이 동시에 짖으며 우리를 쳐다보던 눈을 잊지 못한다. 적대시하는 눈, 도움을 바라는 눈, 애정을 갈구하는 눈…. 수백 마리의 생명들이 인간의 잘못으로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룽이’ 임보 경험을 통해 한 생명이 입양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지도 알았다. 유기동물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 없이 해결되기 불가능한 구조다. 보다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길!
미강 품종견묘들이 비윤리적 방식으로 ‘생산’되는 과정부터 장난감처럼 쉽게 버려지는 일들을 목격할 때 고통스럽다. 동물이 내게 줄 즐거움만 기대하지 말길,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가족의 역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당연해지길 바란다. 어떤 아이든지 그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세상의 전부다.
미정 원 앤 온리! 어떤 범주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않는 독특함과 개성. 유기 동물은 키우기 어렵다는 것은 편견이다.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줄 줄 아는 룽이를 만난 건 우리 가족에게도 큰 행운이니까.
미정 인간이 동물에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폭력이 많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다른 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식탁에 결과물로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잔인한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종은 없다는 걸 깨닫고 지금과 같은 육류 생산과 소비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한다.
미강 윤리적인 공생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언니의 권유에 따라 비건 음식과 제품에 관심을 기울인다.
태어날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키운 여덟 살 신싱이는 새침데기다. 그 다음 우리 집에 온 열 살 뽀송이는 그런 신싱이를 나와 함께 돌보며 장남 본능을 장착하게 됐다. 나대신 신싱이 그루밍도 해주고, 배변 훈련도 시켜주면서. 소금이는 언니 오빠 눈치 안 보고 온몸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애교 많은 막내딸이다.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김’씨 성을 붙여 키우고 있다.
삼색 냥이 신싱이를 처음 만난 건 2014년. 회사 선배가 임신한 줄 모르고 키우기 시작한 길고양이의 다섯 자식 중 한 마리로 탄생부터 함께했다. 신싱이가 외롭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우연히 고양이 입양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았는데 원래 주인이 떠넘기듯 두고 간 아이가 뽀송이다. 소금이는 회사 뒤 주차장에서 만났다. 한동안 안 보여 걱정하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능이 ‘살짝’ 떨어진다는 걸 알고도 덥석 데려왔다. 퇴근 후 서로의 몸을 맞대고 아이들의 작은 콧구멍으로 나오는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행복하다.
한국의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
특정 종을 ‘산다’는 행위 자체는 이해하기 힘들다가도 그렇게 함께하게 된 반려동물과 진정한 가족이 된 경우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펫 숍과 가정 분양의 실태를 몰라 그랬을 것이라고, 알았다면 구매를 망설이거나 유기동물보호소를 한 번쯤 방문했을 거라고 믿어본다. 강경한 법과 제도가 갖춰지기 전까지 미디어와 매체가 펫 숍의 폐해를 더 많이, 의무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알리길 바란다.
독보적인 매력의 소유자라는 것. 비슷한 삼색 고양이 1만 마리가 있어도 나는 우리 신싱이를 찾을 자신이 있다!
비윤리적 사육 환경에서 길러지는 소와 양, 돼지가 우리 집 고양이와 강아지, 햄스터와 다른 게 뭘까? 우리 안에 있으면 가축이고, 집에 있으면 반려동물인 건 이상하지 않나?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줄이고 동물복지를 확대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육류 섭취를 억제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그 다음은 일주일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채식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라르장 15세. 장수 9세. 수세미 3세. 첫째 라르장은 2007년 동물구조협회에서, 장수와 수세미는 길에서 만났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늦은 밤 고양이 울음 소리나 눈빛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교환 학생으로 미국에서 살았던 17살 때 비로소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인식하게 됐고, 서울에 살게 된 이후 대도시에서 사람과 공존하는 생명들의 문제에 새롭게 눈떴다. 이처럼 동물에 대한 인식은 문화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
초등학생이었던 1990년대 중반, 반려견이 있는 주변인의 대부분은 요크셔테리어를 키웠다. 중학생 때, 개의 발육을 막기 위해 사료를 제한한다는 티컵푸들 이야기를 듣고 의문을 가졌고, 더 나중에는 극도로 짧거나 긴 다리, 눌린 코, 잘라낸 귀 등 종의 ‘특성’이라며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개별 생명체의 건강과 삶의 질에 절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턱시도 고양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지금 나는 치즈냥이, 고등어냥이, 삼색냥이와 산다. 포메라니안이나 콜리가 좋지만 교외 부모님 댁에는 사람들이 두고 간 진도와 코카 스패니얼이 있다. 정말 신기한 건, 내 ‘새끼’가 되면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보인다는 것! 그래서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동물들이 이토록 많은데 큰 돈을 내면서까지 원하는 ‘디자인'의 동물을 구매하겠다는 마음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 가정 분양도 펫 숍에 비해 모체가 처한 환경과 임출산의 반복 횟수만 다를 뿐 결국은 특정 품종에게서 새끼들을 억지로 계속 떼어 놓는 것 아닌가? 예전과 달리 분양 산업에 대한 진실이 충분히 공유되고, 다양한 입양 방식에 접근하기 쉬워졌음에도 더 특이한, 더 순종의 동물을 여전히 사는 이들에게 인간적 거리감을 느낀다. 마트에서 파는 소동물을 비롯 생명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길.
봐도 봐도 새롭고 재밌다. 여전히 다른 고등어에게는 시큰둥하지만 우리 장수의 네 발 중 어디에만 점이 있는지, 꼬리의 줄무늬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다른지, 가슴의 하얀 털은 어떤 모양인지, 나는 안다.
묘생 2년 7개월 차. ‘굴러들어온 복’이라 생각해 복이라 이름 짓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무릎에 올라오기는 커녕 안기는 것도 싫은 천상 고양이지만 종종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반전 매력으로 사람을 홀린다.
복이는 인생 첫 반려묘다.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에는 주로 큰 개를 키웠고 이후에는 친구로부터 분양받은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며 좌충우돌을 겪었지만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을 절실히 느낀 건 복이가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복이는 친동생 때문에 만나게 된 아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온 힘을 다해 울던 길냥이에게 밥을 주며 슬금슬금 정을 붙인 동생이 폭풍우 치던 2019년 8월의 어느 날, 덜컥 검은 봉지에 넣어 집으로 데려온 거다. 생명 하나 책임지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따지고 들 새도 없이, 바로 다음날 한쪽 얼굴이 퉁퉁 부운 복이를 데리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볼 안은 고름으로 가득했고 1년 뒤 같은 염증의 재발로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기기까지 함께 전전긍긍하다가 어느새 가족이 됐다.
한국의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
유기동물, 품종 동물을 떠나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선택에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이 어떤 사람이든 우린 결국 받아들이며 살지 않나. 길에서 만난 복이를 지극히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유기동물을 입양해 기르는 주변의 수많은 반려인 덕분이다. 이런 문화가 나와 주변을 넘어 더 멀리멀리 뻗어갔으면!
복이를 만난 후, 다른 길냥이에게 밥과 물을 내주며 생태계에 작은 성의 표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므로. 그 때문에 이웃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의식이 다른 사람 또한 배려하되, 수줍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한다.
2014년 겨울, 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의 입양 캠페인을 통해 만난 숙희. 모색은 시베리안 허스키인데 눈은 말라뮤트를 닮은 갈색이고, 덩치는 또 시바견 정도인 ‘허스키 믹스’로 이미 ‘숙희’라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회사 근처에서 만나, 어느덧 5년째 식구로 주저 앉은 막내 똘복이!
숙희는 포천 애린원 출신이다. 지금도 온순한 트리플 A형의 ‘소심견’ 숙희는 당시에도 밥 그릇을 빼앗긴 채 버려진 무 대가리를 입에 물고 다녔고, 그 모습이 짠했던 한 봉사자에 의해 구조됐다. 똘복이는 회사 옆 부대찌개집 앞에 재킷에 싸여 버려져 있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머리를 쓰다듬으니 눈꼽 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들더라.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도로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주먹 만한 고양이를 그대로 둘 수 없어 곧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결국 가족이 됐다. 개는 좋아했지만 고양이의 손발톱에 긁히는 건 무서워했던 내가 말이다!
서로 다른 두 종이 합사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없다. 어쩌다 눌러앉은 똘복이를 별 탈 없이 식구로 맞이해 주고 오히려 지금은 ‘냥펀치’를 맞고 사는 숙희에게 고마울 뿐이다.
한국의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
어떤 동물과 함께하든 온마음으로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아이들 각자의 행복을 바라는 것과 별개로 유기견묘 중에도 ‘품종’이 수두룩하고, 보호소에서도 소위 ‘순종’ 새끼가 태어난다. 가장 안타까운 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인기를 얻은 품종을 수 년 뒤 유기견묘 목록에서 ‘우루루’ 발견할 때다. 그런 만큼 순종이냐, 믹스냐 하는 문제보다 절대적으로 유기견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게 방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비영리단체 ‘위액트(WeACT)’에서 번식장 아이들을 구조한 것이 화제가 됐듯 ‘강아지 공장 번식견→ 펫숍의 인기→ 사람들의 즉흥적인 펫 쇼핑→유기동물 급증’이라는 악순환이 끊어지길 바란다. 특히 ‘유기견묘’에 대한 잘못된 우려들(남의 손을 탔는데 내 말을 들을까? 훈련에 한계가 있을 거야)이 사라지길 원한다. 버려졌다는 과거의 사실에 연연해 불쌍하다고 여기는 건 지극히 인간의 시각일 뿐, 개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한다. 그러니 나 또한 최선을 다해 지금에 충실하면 된다.
‘소식하되 미식하자’는 주의라 비건으로 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매해 반복되는 가축 감염병과 정부의 살처분 대응방식, 비참하게 서로 뒤엉켜 생매장당하는 소·돼지·닭들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 수요를 줄이고 특히나 탄소배출량이 높은 쇠고기는 식단에서 배제하고 있다. ‘국산’을 포기하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수입된 초지방목육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 계란과 유제품도 반드시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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