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네 생명체가 완벽한 가족이 되는 법 #LoveMIX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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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네 생명체가 완벽한 가족이 되는 법 #LoveMIX

뮤지션 오지은·성진환 네 가족의 정체가 궁금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각형.

이마루 BY 이마루 2022.01.31
 
이번 ‘Love, Mix!’ 기부 프로젝트에 윤예지 작가가 두 분의 반려동물, 흑당이와 꼬마의 그림으로 참여했어요. 흔쾌히 모델을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지은(이하 오) 완성된 그림을 보니 정말 귀엽습니다.
성진환(이하 성) 크게 고해상으로 프린트해 집에 장식해 두고 싶어요.
2018년 가족이 된 흑당이는 두 분의 첫 반려동물이에요. 보호소의 유기동물과 사람을 이어주는 앱 ‘포인핸드’를 통해 만나게 됐다고요. 처음부터  유기견을 입양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어,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아지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어요. 언젠가 개와 함께 살고 싶은데 어떤 개들이 우리 동네에 있을지, 내가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만 생각했죠. ‘포인핸드’만 둘러봐도 색과 나이, 크기, 성격과는 관계없이 정말 많은 개가 있었거든요.
 
촬영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 꼬마.

촬영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 꼬마.

흑당이를 만난 이야기는 성진환 씨가 만화를 그리고, 오지은 씨가 글을 쓴 에세이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에도 나와 있습니다. 원래는 누렁이 자매를 보러 갔다가 만났다니, 까만 강아지가 ‘로망’이었던 건 아니었군요
딱히 ‘로망견’이라는 게 없었어요. 번번이 무산됐지만 강아지와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찾아온 시기, 당시 만나려고 했던 개들을 돌아봐도 외적인 공통점은 없네요.
내 이상형이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봤을 때 시선이 조금 더 가고 두근거릴 수는 있겠죠. 하지만 평생 살 가족과 사랑에 빠지는 데는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보자마자 설명할 수 없는 마음으로 ‘그래서 이름은 뭐로 지을까?’로 넘어가는 거죠. 나중에 검은 개나 고양이는 문화적 인식 때문에 입양이 잘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의아하긴 했어요. 턱시도 고양이인 꼬마가 가족이 돼 본의 아니게 지금은 ‘깔맞춤’이 되긴 했지만요(웃음).
고양이 꼬마는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두 마리의 합사 문제도 걱정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준비하고 데려온 게 아니라 꼬마가 저희를 따라왔죠. 한파 예보가 있던 날, 길 위의 아기 고양이를 두고 갈 수는 없었어요. 집에 가는 3분 동안 엄청 많은 생각을 했어요. 평생 둘을 분리해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럼 이 고양이에게 어떤 방을 내줄까.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꼬마가 흑당이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눕고, 흑당이도 냄새를 맡더니 금방 꼬마를 식구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원래 흑당이는 산책하다가 고양이를 만나면 싫어했거든요. 신기했죠.
아침에 둘이 만나면 코 뽀뽀를 한 번 해요. 볼 때마다 기쁜 장면이죠.
유기견은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어요
트라우마의 유무에 대해 답한다면, 흑당이는 트라우마가 있는 쪽이라고 생각해요. 상자 안에서 발견됐을 때 다른 세 마리는 이미 죽었고, 생후 2개월 된 흑당이가 혼자 형제들을 핥고 있었으니까요. 동물병원에서도 사람이 안기만 해도 소리를 질렀고, 처음 저희 집에 왔을 때도 작은 먼지처럼 구석에 엎드려 있었죠. 처음엔 같은 걱정을 저도 했어요. 이 아이의 특징이 내 인생을 안 좋게 흔들 수도 있고, 둘만 있던 공간에 또 다른 생명체가 생긴 것 자체가 낯설었거든요. 하루에 두 번 산책을 나가야 한다거나, 가구나 벽을 물어뜯는 것도요. 그런데 지금은 의자에 남은 아기 시절 흑당이의 이빨 자국이 저희에겐 너무 큰 보물인 거예요. 예상치 못한 기쁨들이 모든 걱정을 덮어버렸죠.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상처와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생기지 않나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함께 이겨내며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동물들과 산 지난 몇 년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오늘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고, 이 아이가 나를 사랑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는 게 더 중요해요. ‘내가 저런 일을 겪었다면 트라우마가 생겼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생각도 들고요. 동물들은 현재를 살거든요. 생각보다 더 멋지게.
만약에 티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렇게 태어난 강아지의 성격이 너무 맑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행복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국의 분양 시스템이 정말 티 없이 행복한 환경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더 사고를 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도요.
 
흑당이와 꼬마를 담은 윤예지 작가의 그림과 흑당이.

흑당이와 꼬마를 담은 윤예지 작가의 그림과 흑당이.

동물권 문제에서 꼭 개선되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동물 학대에 대한 기준이 확실해지고, 처벌이 강화됐으면 해요. 그래야 동물 학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질 것 같거든요. 파주에서 지내다 보면 인적이 드문 농가에 개를 거의 겨울 한 철 내내 방치한다거나, 짧은 줄에 묶어두는 걸 정말 많이 봐요. 보다 못한 이웃이 개를 구조하기 위해 나서면 원래 주인을 좋게 설득하고, 합의금을 건네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죠. 사회적으로 학대의 기준이 명확해지면 구조 활동도 원만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법의 모호한 부분을 피해 눈감아주는 것은 개 농장 운영도 마찬가지죠.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일부러 개들을 개발 예정지에 사육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어요. 꼭 철폐됐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진도믹스를 향한 편견에 관심이 많아요. 성격적 특징은 있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닐 텐데, 편견을 강화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하죠.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 진돗개는 여전히 남은 밥을 먹으며 묶여 지내다가 죽으면 그냥 치우면 되는 개로 여겨지니까요. 교외에 사는 여성이 혼자 진도믹스를 산책시길 때 듣는 폭력적인 언어와 시선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저놈 맛있겠다” 이런 말을 한대요.
흑당이도 아마 진돗개일 텐데 산책하러 나가면 다른 견주가 자기 개에게 “너, 쟤한테는 한 입 거리야” 같은 말을 하기도 해요. 흑당이는 어떤 공격성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죠.
언제 ‘우리 넷이 가족이구나’ 하는 걸 느끼나요
흑당이는 집에 다른 사람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가 누군가를 초대하면 경계하면서도 나름 손님 대접을 하죠. 꼬마도 마찬가지고요. 재미있는 건 저희 부부도 내향형이라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한편, 결국엔 어느 정도 지치거든요.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마치 짠 것처럼 침대에 넷이 모여 기절하듯 잠들어요. 정말 가족다운 순간이죠.
단독 공연을 하고 와서 아무리 지쳐도 새벽 두 시에 꼬마에게 장난감 낚싯대를 흔들어야 할 때. ‘이게 엄마인가?’ 싶습니다(웃음).
 
 

What is 'Love, Mix!'

두 사람의 귀여운 가족, 흑당이와 꼬마가 그려진 작품이 궁금하신가요?  2022년,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특별한 프로젝트 'Love, Mix!'가 시작됩니다. 카카오톡 앱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Klip'의 NFT 플랫폼 클립 드롭스 dFactory에서 위 작품들을 NFT로 소장할 수 있답니다. 엘르와 함께 내 생애 첫 NFT 아트를 구입하고, 판매금을 전액 기부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판매 일정과 NFT 구매방법까자지 세심하게 정리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하세요
 
판매기간: 1월 29일부터 2월 4일까지.
참여 아티스트: 김은영, 김혜정, 도원, 류은지, 서서, 서영, 손정민, 쉬시턴, 윤예지,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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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류가영
    사진 맹민화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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