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이 있다는 굳건한 믿음
」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을 때, 베를린으로 떠났다.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킬 변화와 배움이 필요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베를린에서 산다고 하면 “와, 힙한 도시에 사네요!”라는 반응이 따라왔다. 그러나 팬데믹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던 국가의 위상을 확실히 무너뜨렸다. 독일의 복지 정책은 여전히 감동적이었지만, 일부 낙후된 시스템은 분명 혼란을 안겼다. 여행과 음식 콘텐츠를 만드는 내 일에 대한 패러다임 역시 변화의 직격탄을 맞이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 일상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럼에도 베를린에서의 경험이 내게 알려준 것은 명징하다. 피부색이나 사용하는 언어, 종교 등에 따라 ‘구분’ ‘분리’되지 않고 각기 다른 사람들이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세상, 그 누구도 섣불리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한국에 돌아오니 혐오와 갑질 논란 같은 한국적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게 느껴진다. 다른 세상과 사회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뉴 노멀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