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필수 조건, 자랑의 기술_허언의 기술 #12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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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필수 조건, 자랑의 기술_허언의 기술 #12

사람이라면 무릇 내가 가진 것, 내가 이룬 것, 내게 생긴 좋은 일을 남들도 알아주길 바라는 욕구가 조금씩은 있다. 어쩌면 그 욕구의 크기가 관종 여부를 결정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욕구를 어떻게 드러내느냐로 관종의 계급이 결정된다.

양윤경 BY 양윤경 2021.04.08
ⓒGetty Images/iStockphoto

ⓒGetty Images/iStockphoto

자랑할 꺼리는 한 프레임에 담는다 : 긴말 곁들이지 마라    

전 국민 자랑 대회가 열리는 운동장은 단연 인스타그램이다. ‘나 오늘 이런 핫플에 갔고, 오늘 이거 샀고, 이렇게 유명한 사람 만났다’를 공개하는 장! 이 정도는 인스타그램의 덕목이기에 자랑으로 여겨지지도, 그리 거슬리지도 않는다. 다만 자랑의 레벨이 조금 높을 경우 사진과 글의 양이 주절주절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수록 자랑하는 대상의 가치가 하락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사건 남자친구가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에르메스 백 사줌  
인스타 업로드  “요즘 제가 이러이러한 일로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자기야가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기분전환할 겸 백화점에 가자네요. 그런데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주절주절 대하소설 시작됨, 이하 중략) 사진은 오렌지 박스 언박싱, 리본 푸는 사진, 박스 뚜껑 여는 사진, 착용 컷 등등 GIF로 만들어도 될 수준의 방대한 양.  
평가 백 선물 받은 건 축하드리는 바이나, 정보가 너무 길면 팔로워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인스타그램은 ‘정제된’ 일기이지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관찰 일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절제된 정보가 더 궁금증을 유발할뿐더러 임팩트 또한 크다.        
범례 선물 받은 가방을 옆에 두고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차 마시는 스냅 샷을 올림. 장소는 태그가 알려줌. 코멘트는 ‘일요일 오후, 뜻밖의 서프라이즈’ 정도.      
남들이 몰라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 마라. 단한 장의 사진에 자랑 거리가 몇 개나 숨어있는지 찾아내는 건 댓글러들의 몫이다. 그들의 질문과 답을 통해 많은 정보가 드러나게 될 거다. 에르메스 백, 선물받은 이슈, VIP 라운지,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 남자친구의 재력 등등.  
 

네 자랑과 업적은 남의 입에서 나오게 하라 : 칭찬과 잘난 척은 종이 한 장 차이  

하수들의 특징은 ‘남들이 나 잘난 거 몰라주지 않을까’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는 데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초조한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여유 있는 척 너스레를 떠는 것 또한 하수들의 특징이니까! 하지만 그들의 불안은 당사자만 빼고 모두 다 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제 딴에 자기 입으로 잘난 척을 하는데, 그것만큼 격 떨어져 보이는 것도 없다. 일단 자기 자랑을 노골적으로 하는 행위가 자연스러울 리 없다. 클리셰 범벅의 아침드라마 대사를 보는 것 같달까? 그러므로 너의 자랑거리는 남의 입에서 나오게 하라. “제가 그 프로젝트 성사시킨 거 아시죠?”보다는 “여기 이 분이 참여하신 덕분에 업계 판도가 바뀌었잖아요.”가, “제가 자라면서 압구정동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요”보다는(개인적으로 강남 출신 티 못 내서 안달 내는 것만큼 궁색해 보이는 것은 없다) “저 사람 알고 보니 압구정 토박이래요. 수군수군…” 이 자랑의 가치 상승에 기여한다. 너의 자랑을 누가 해줄 건지도 관건인데,  지금껏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인간관계를 확인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직접 자랑보다는 은근히 흘려라 :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부스러기처럼  

앞의 두 케이스와 궤를 같이 하는 자랑의 기술이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부스러기처럼 단서를 흘리면 사람들은 셜록에 빙의해 귀신같이 찾아낼 것이다.  
범례 ① 비행기 좌석에서 모바일 게임하는 사진. 코멘트는 ‘남편 출장 따라가는 중인데 이륙 직전까지 멈출 수 없네! 나란 사람 게임 폐인…’  
· 밝혀진 진실 귀퉁이에 등장한 블랭킷 컬러와 주둥이만 보인 샴페인 잔으로 비즈니스 좌석임이 드러남. 발아래 무심하게 놓인 건 신상 가방. 모바일 게임은 그저 거들 뿐이었다.  
범례 ② 차창으로 보이는 야경 사진. 코멘트는 ‘와인 한잔 마셨는데 운전하면 위험할까요? 친구들이 말려서 대리운전 불러서 오는 중인데 옆좌석에 앉으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네요.’  
· 밝혀진 진실 뒷좌석이 아닌 앞 좌석에 앉은 것을 굳이 언급. 좌석이 두 개뿐인 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짐.  
단서와 정답은 이 안에 있어! 역시 재채기와 짝사랑과 자랑 욕구는 숨길수 없다. 
 
* 바야흐로 관종의 시대, 성공한 관종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았다. 그건 바로 '허언'!? 나대고 설치는 행동이 성공의 무기이자 기술이 된 이 시대를 노련하게 헤쳐나갈 노하우를 전하는 '허언의 기술'은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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