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아는 사람만 아는 허언가의 법칙_허언의 기술 #8

'짬바'를 동원해 성공한 허언가들의 속 사정을 들여다봤다.

BY양윤경2021.03.11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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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연식이 쌓이다 보면 인간극장처럼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겪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름대로의 인물 스캔 능력이 향상된다. 몇 번의 만남 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를 대략 간파하게 되는 일종의 투시력이 생기는 것. 셜록처럼 특별히 관찰 능력 및 직관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것은 그냥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다! '짬바'를 동원해 허언가들의 속 사정을 들여다봤다.
 
 

못다 핀 꿈의 대리 만족 - 꼰대는 날라리를 좋아해

대부분 조직의 의사 결정권자는 대표나 임원, 혹은 적어도 팀장급의 간부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어디서 똑같은 교육이라도 받고 오는지 그들에게선 동일한 취향이 발견된다. 바로 ‘날라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본 칼럼의 초반에서 ‘노란 머리’ 효과를 언급한 바 있다. 외주 업체, 특히나 광고나 마케팅 등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의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경우 가급적 외모가 튀는 사람이 발탁 당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다. ‘차림새도 이렇게 요란한데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감에서다. 특히나 선택 결정권을 가진 사람일수록 날라리에게 끌린다. 날라리 관종들은 무채색 일색의 사무실에 등장하자마자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모(예를 들면 탈색 모발)와 패션 위크 프런트 로에서 발견될 법한 과감한 옷차림(좀 신경 쓴 경우에는 명품 브랜드의 캡슐 컬렉션 착용으로 부내와 트렌디함을 동시에 과시)으로 눈도장을 찍고, 적당한 예의 바름과 격이 없는 대화 스킬로 결정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부급 이상의 꼰대들은 본인이 워낙 범생이 외길을 걸으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잘 노는 사람과 튀는 사람에 대한 묘한 동경이 있다. 내가 하지 못한 일, 내가 갖지 못한 면을 장착한 반대 급부의 사람에게 끌리는 심리 때문일까? 어쨌거나 본인과 결이 완전히 다르니,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방향으로 일을 잘 해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직관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정작 같이 일을 하게 되는 실무진들은 그간의 많은 경험을 통해 안다. 날라리는 결국 일처리 능력도 날라리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세 살 적 출신 여든 간다 - 프로 경력 곶감러  

사람이란 무릇, 지나온 경험과 경력 중에 가장 ‘자랑할만한’ 거리를 맨 앞으로 내세우는 법이다. 그래서 많은 책의 저자가, 많은 음식점의 사장님이, 많은 인스타 유명인들이 ‘저는 000 출신입니다’라고 내세울 때, 그 경력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노출할 경우, 자신이 지나온 자취 가운데 가장 잘난 흔적을 명함처럼 내세우기 때문이다. 프로 허언가이자 관종들은 필요한 경우에 경력을 곶감처럼 빼먹는 데 능수능란하다. 대체로 HR 업계에선 1년 이상의 경력만을 인정하는 게 국룰이지만, 이들은 몇 달, 심하면 단 며칠의 경력(그 정도면 컴퓨터만 연결했다 풀었을 정도이건만)도 도움만 된다면야 얼마든지 현수막처럼 내건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에게 사사받은 이력으로 패션계에 안정적으로 발을 들인 A 씨, 전직 에디터 타이틀을 내세워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B 씨, 발만 담갔다 뺀 경력으로 전문 컨설턴트로 둔갑한 C 씨, 한 대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폭망’한 전력을 버젓이 회사 포트폴리오에 걸고 있는 D 스타트업 등등. 물론 거짓말은 아니지만 사실이라 하기엔 부끄럽고 민망한 감이 있지만 뻔뻔함이 남다른 허언가들에겐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의 경력, 너무 믿진 마라.    
 
 

문희는 포도가 먹고 싶은데 -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하기  

관종들의 종특일까, 혹은 유체이탈하여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신에 취한 것일까? 그들은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마치 자신의 이름을 빌려 활동하는 제2의 배우를 만들어내듯, 자아분열로 ‘부캐’를 생산하고 그들을 ‘본캐’와 커뮤니케이션 시킨다(보는 사람은 정말 혼란스럽다). 본업은 회사원이지만 특강을 자주 나가는 E씨의 경우, 에피소드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본인’으로 호칭하지 않고 늘 ‘000 회사 팀 리더 E 땡땡’으로 부른다. “그때! E00은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고, 결국 E00을 비롯한 팀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무슨 위인전의 한 장면 같다. 성공적인 개인 블로그 운영으로 업계의 막강한 인플루언서가 된 F 씨 역시 ‘나’ 혹은 자신의 본명 대신 블로그 닉네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내가 곧 브랜드다’라는 자부심은 높이 사지만 그걸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사용하니 문제다. “네임드 인플루언서 0000인데, 나를 몰라?”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개명을 하세요.    
 
* 바야흐로 관종의 시대, 성공한 관종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았다. 그건 바로 '허언'!? 나대고 설치는 행동이 성공의 무기이자 기술이 된 이 시대를 노련하게 헤쳐나갈 노하우를 전하는 '허언의 기술'은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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