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나댈 거면 제대로 나대던가 #허언의 기술 6

클럽하우스에서 신흥 강자가 되고 싶은 워너비 관종들이 ‘나야 나!’의 향연을 벌이는 중이다. 바야흐로 관종춘추전국시대, 누가 승리자가 될 것인가?

BY양윤경2021.02.25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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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SNS 가 인기란다. 지난 몇 달간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초대장 알림이 울린다. 듣자 하니 새로운 플랫폼에서 신흥 강자가 되고 싶은 워너비 관종들이 ‘나야 나!’의 향연을 벌인다고. 요즘만큼 관종(이라 부르고 부와 명예를 모두 획득하고픈 신분 상승 희망러를 뜻한다)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존재한 때도 없었다. 바야흐로 관종춘추전국시대, 승리의 깃발을 꽂을 자는 누구인가?  
 

성공한 관종과 실패한 관종의 차이  

여기 A와 B의 사례가 있다.  
A : 40대 중반의 개인 사업가. 나이가 있지만 미중년을 향해 가는 외모. 본인의 사업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인 취미에 관한 포스팅을 올림. 잘난 척 낭낭한 말투와 자아도취에 빠진 셀카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 분야의 덕후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음. 가끔 초보들의 질문을 너그러이 받아주기도 하고 무료 나눔 이벤트를 벌여 호감을 삼. 몇 년 간 일관된 콘텐츠를 올렸고, 나름의 아카이브가 만들어지면서 다소 정체되어 있던 팔로워 수도 증가함. ‘취향이 뚜렷한 멋진 중년’으로 포지셔닝 되며 유명세와 함께 개인 사업도 점차 확장되며 매출도 순조로움. 미디어에 간간이 등장하며 여전히 덕후 콘텐츠를 업로드 중.  
 
B : 30대 중반의 전문직 종사자. 키 크고 얼굴도 멀끔한 훈남 스타일. 낮에는 바쁜 일상을, 저녁과 주말에는 취미 생활과 캠핑을 즐기는 브이로그로 소소하게 인기를 얻음. 팔로워가 늘며 각종 행사에 초대되는 횟수도 잦아지고 외모와 직업 덕으로 데이트 프로그램 섭외 리스트에 오르기도 함. 본인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유명세를 굳이 숨기지 않고 공개함. 본래의 생활밀착형 콘텐츠는 점차 줄어들고 유명인과의 기념컷이나 브랜드 콜라보 등 기타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짐. 협찬성 콘텐츠를 강행하기 시작하면서 팬층이 눈에 띄게 얇아짐. 여전히 그의 스펙을 지지하는 부동의 여성층으로 근근이 먹고살고 있으나 초라하기 짝이 없음.  
 
두 관종의 성공과 실패 과정은 다음과 같다. A는 꽤 오랫동안 일관성 있는 콘텐츠를 유지했다. 처음에 몇 번 하면 잘난 척이지만, 그것이 한 우물을 오래 파면 정통성 있는 아카이브가 된다. 막장 연속극도 낱장으로 쓰면 쪽 대본, 회차가 길어지면 명품 드라마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 어중이떠중이는 떠나고 팬층이 단단해진다. 많은 관종들의 패착인 상업적 카드는 이때 꺼내도 늦지 않다. 개인의 브랜드화가 확실하게 이루어진 후라 그 분야에서 존재감이 생겼고, 팬들도 그의 행보를 지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B는 인기를 얻고 나름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르면서부터 유명세에 취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외모와 스펙 등 하드 웨어만 믿고 너무 성급하게 본색을 드러낸 것. 아직 팔로워들은 ‘일반인 치고 잘난 B ‘의 모습을 동경하는 단계인데, 막상 본인이 연예인이라도 된 듯 들뜬 모습을 보이니 그의 지지층은 ‘뭐야, 관심 좀 줬더니 되게 설치네?’라며 하나 둘 떠나가기 마련이다. 결국 일반인 월드를 떠나 수면 위로 부상할 줄 알았던 B는 잡음을 남기며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두 케이스에서 얻는 교훈이자 관종 꿈나무들에게 던지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나를 향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라 – 보이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할 것  
어떤 상황에도 자기 객관화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나대는 자아와 그걸 바라보는 자아를 분리하여 나의 상태를 제3자의 눈으로 항시 체크하며 조절하라.  
 
약간의 성취에 취하지 말라 – 너의 세계는 생각보다 작다  
많은 관종들이 초기에 고꾸라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너라는 존재를 좋아하는 것인지, 네가 있는 위치를 동경하는 것인지 아직 확실치 않은데 인기 좀 얻었다고 성공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한다? 관중들은 오디션 프로 심사위원 급으로 굉장히 냉정하다. “님, 그 정도는 아님. 정신 차리셈.” 관심이 떠나간다.  
 
관중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관종이 된다 – 적은 내부에 있다 
관심을 던져주는 그들은 너의 영원한 팬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를 동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질감’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손 닿지 않는 세계로 떠나버리면 ‘나와 비슷하고 만약 노력하면 내가 될 수도 있는 자리인데?’ ‘뭐 했다고 돈을 저리 쉽게 벌어?’라며 허탈감과 시기감을 쉽게 느낀다. 유명 연예인의 범법보다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 논란이 더 큰 배신감으로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이다. 관중은 늘 그 자리에서 널 지지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넥스트 관종을 꿈꾸는 도전자들이다. 관종으로 주목받는 곳, 관중들의 지지를 받는 곳, 모두 관종이 목표인 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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