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름다움은 악마 같은 것? 지금 꼭 봐야하는 사진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_인싸 전시 #23

미국의 현대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개인전을 꼭 봐야 하는 이유.

BY김초혜2021.03.19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개인전이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0년대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메이플소프는 패티 스미스와 첼시 호텔에 살며 당시 뉴욕의 문화계를 이루는 예술가들의 초상사진을 남겼다. 이후 남성 누드, 사디즘과 마조히즘 및 퀴어 하위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문제적 작가로 부상했다. 국제갤러리 K2 1층과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Mapplethorpe: More Life〉는 1989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기까지 메이플소프가 남긴 2000여 점 이상의 작품 가운데 시그너처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한 100여 점을 선보인다. 꽃을 조형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해 찍은 정물 사진, 고전적인 형식미로 구현한 남성 누드, 남성성과 여성성의 보편적 정의에 의문을 던지는 여성 보디빌더 리사 라이언 사진, 리처드 기어, 트루먼 카포티 등 셀레브리티의 본질적 모습을 포착한 포트레이트 등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다채로운 작업들을 유감없이 만날 수 있다.
 
 메이플소프의 1981년 작 〈클리프턴〉(Clifton). ⓒ메이플소프 재단

메이플소프의 1981년 작 〈클리프턴〉(Clifton). ⓒ메이플소프 재단

 
 
2층 전시실은 〈The Dark Room〉으로 명명해 에로스와 타나토스, 죽음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갤러리에서는 계단 입구에 안내 물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오브제처럼 다뤄진 남성 성기, 메이플소프가 일원이 되어 즐겼던 사도마조히즘, 채찍을 항문에 꽂고 화면을 응시하는 셀프 포트레이트 등 〈X 포트폴리오〉라고 분류한, 1970년대 후반 뉴욕 퀴어 하위문화를 다룬 작품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도발적인 문제작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맞서 하위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했고 인간의 양면성을 통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으며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메이플소프 작품 세계의 복합적인 레이어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서사적인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1981년 작 〈리사 라이언〉. ⓒ메이플소프 재단

1981년 작 〈리사 라이언〉. ⓒ메이플소프 재단

 
1층 전시실, 햇살이 사선을 그리며 비쳐 들어오는 코너, 커다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젊은 날의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패티 스미스의 초상 사진이 걸려있다.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메이플소프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달은 이후에는 서로에게 뮤즈가 되어 예술적 여정을 함께 한 소울 메이트였다. 패티 스미스가 처음 뉴욕에 와 로버트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패티 스미스의 자서전 〈저스트 키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1층 전시실의 이 코너에서 가슴 찡한 여운을 맞볼 수밖에 없다. 익살맞은 표정을 포착한 사진을 비롯해 수많은 대중문화적 코드의 이미지로 남은 앨범 커버 사진 등 여러 장의 패티 스미스 사진은 두 사람의 영혼의 결속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웠는지 말해준다.  
 
3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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