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누군가의 정체성은 옳고 그름의 대상이 될 수 없다_라파엘의 한국살이 #44

우리는 언제까지 성 소수자들에게 비인간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BY김초혜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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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의 주인공인 엘리엇 페이지가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선언했다. 워낙 유명 인사라 전 세계적인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그렇구나’ 지나치면 될 것을 마치 큰일이나 난 것처럼 사람들이 열심히 의견을 주고받는지 의문이다. 한국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에서도 난리다.
 
“걍 정신병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자가 남자인 척하는 것일 뿐. 여자로 태어났으니 평생 여자입니다.”
“가정을 파괴하고 변질시키는 동성애... 악을 선하다고 하는 세상..”
“백화점에서 쇼핑하듯이 성을 선택하나요? 어이가 없네요” 
 
이런 댓글이 한국 사람들 모두의 생각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슬프다. 한국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유사한 댓글을 발견할 수 있다.  타인의 삶에 공개적으로 참견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의견을 갖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이 당사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면, 이를 표현하는 일을 멈추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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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성 정체성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적 지향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아무런 이유 없이 성별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 또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하기로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선택할 수 있었다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길을 스스로 걷지 않았을 거다.
 
살면서 자신에 대해 확신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삶 전체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성 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들이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춰야 하는 사회적인 환경이다. 왜냐하면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다양한 인간의 집합체다. 다수가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잡이인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은 키가 작다. 피부색과 눈동자 색깔도 다양하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들도 차이점이 있다. 이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양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태어났을 때 갖게 된 생물학적 성별이 본인의 젠더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타고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개인의 정체성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사진 라파엘

사진 라파엘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미지의 존재에 대해 쉽게 위협을 느낀다. ‘성기가 있나, 없나?’, ‘음경이 있나, 없나?’ ‘애초에 있었어? 없었어?’ ‘수술했어? 안 했어?’ ‘실제 남자야?, 아니면 여자?, 동성애자야?’ 등등. 온갖 예상과 추측이 난무한다. 또한 사람은 본인이 예상했던 바와 다른 상황을 마주하면 당혹감을 느낀다. 그래서 본인이 알고 있던 누군가의 성 정체성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일반적인 사회적 관습과는 다르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한국 사람들의 교육 수준은 매우 뛰어나다. 배운다는 개념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알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나는 일부 사람들이 성 소수자들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 짓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그간의 통념에만 의존해서 의견을 피력하는 자체가 경솔하고 편협한 행동이다.
사진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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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들을 마치 사회악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은 근거가 없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파괴되는 게 있다면 구시대적인 관습과 잘못된 믿음뿐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견과 차별을 일삼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위협이다.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나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겐 심각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왼손잡이는 차별의 대상이었다. 당시 학교 교사들은 왼손잡이 학생을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는 것을 하나의 의무로 여겼다. 현시점에서 보면 얼마나 비인간적인 접근인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성 소수자들에게 비인간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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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10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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