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즐거운 일기>, 최승자, 문학과지성 어느 월간지에서 최승자의 새로운 시집이 발간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를 실은 기사를 보았다. 7년 만에 이 시가 주는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7년 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임을 깨달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렇게 매력적일 때가 있다. 결코 즐겁지만은 않았던 날들의 기록임에도 우리가 <즐거운 일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기록되기까지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거치는 어떤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리라. 나는 감히 그 과정을 가늠하며 간접적으로나마 그 분의 생을 체험한다.
2 <벌레 이야기> 이청준, 열림원 <벌레 이야기>는 1985년에 발표된 이청준의 단편소설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도 가혹해서 의지할 무언가를 찾아냈지만 결국 모순에 봉착하자 이내 무너지고 마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그것을 담담하게 응시함으로써 나 자신의 삶에 대입할 객관적 시각을 가져본다. 가장 소중해야 할 나의 인생에 대해.
3 <내 여자의 열매> 한강, 창작과비평사 4년 전 단편집 <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 난 후, 한강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부인이 나무로 변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에선 일종의 경외감마저 들었다. 물의 생이 주는 보편적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그것을 우리 삶에 접목했을 때 우리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존경한다.
4 <일기일회> 법정, 문학의 숲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어도 막상 그것을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그 실천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가신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는 어떤 새로운 깨달음보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일깨우고 실천을 향한 첫 발을 내딛게 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그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은 늘 내 삶의 한가운데 자리한다. 일기일회, 모든 것은 생에 단 한 번이라는 제목처럼 말이다.
5 <변신> 프란츠 카프카, 문학동네 “그레고르는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한 마리의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는 첫 문장이 문학사에 끼친 중대한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이 소설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주는 힘은 엄청나다. 나는 유독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를 담은 <변신>은 그런 내 성향을 스스로 알게 한 소설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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