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벽색을 잘못 정해 밤마다 불안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이사하며 티파니 블루 같은 하늘색에 빠져 과감하게 천장까지 5면을 칠해버린 것이다. 가구와 장식품까지 다 들이고 몇 밤을 자고서야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햇빛이 쨍하게 드는 휴일 오후엔 꿈꿨던 분위기가 윤슬처럼 나타나지만 해진 후 머무는 평일 밤엔 아무리 따뜻한 색 조명을 켜도 서늘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것이었다. 태양의 고도도 문제였다. 남유럽처럼 해가 비스듬하게 들고 서서히 져야 진한 하늘색이 파스텔 톤으로 은은하게 빛날 텐데 위도가 낮은 홍콩에선 해가 중천에 떴다 저녁이면 뚝 떨어지니 실내는 오히려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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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선배
숙면을 방해하는 빛 공해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지만 결과는 심각하다. 2018년 11월 15일 자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밤에도 빛에 노출되는 지역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수면제 약물치료를 흔하게, 고용량으로, 오래 받는다고 한다. 즉, 창밖에 가로등이 있거나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암막 커튼, 불투명 블라인드가 필수란 것. 또,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파랑, 빨강 등 적은 빛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니 충전은 침실 밖에서 하거나 두꺼운 상자 같은 거로 빛을 완전히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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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Plus 자료실
청소년 땐 책상도 놔야 하니 침대를 방구석에 붙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이불을 대칭되게 펴거나 침대 옆에 빠진 물건을 꺼내기 어려워 아등바등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서양에선 아주 좁은 방에 트윈베드나 이층침대를 넣은 비즈니스호텔, 기숙사가 아닌 한 침대는 헤드만 벽에 붙인다. 침실의 주인공은 침대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방문과 대각선 방향의 창문이 없는 벽에 침대 헤드가 닿게, 하지만 옆면은 벽에서 떨어뜨려 놓는다. 웬만한 가구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작은 방엔 벽면 가운데 침대 헤드가 위치하게 하고 옆에 작은 사이드 테이블만 놓는다. 다양한 쿠션과 러너로 장식하기 편하고 훨씬 멋지고 안정감 있는 침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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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매트리스 취향이 다르듯 침구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극세사나 기모 가공된 소재 없으면 못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부들부들한 느낌이 싫어서 순면, 혼방 소재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좋다더라’가 아니라 정말 자기 피부가, 기분이 원하는 침구여야 자는 내내 편안하다. 이젠 여름이니 인견(레이온)이나 대나무 섬유(뱀부)처럼 시원하고 몸에 안 달라붙는 것과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좀 더 포근한 모달, 빳빳한 리넨, 차갑고 매끄러운 실크, 전통의 강자 순면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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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져온 일거리, 못 읽은 책더미, 봐야 하는 온라인 강좌 따위가 무의식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한다. 약간 일 중독 증세가 있는 동료가 “꿈속에서마저 일을 끝내지 못해 동분서주해. 며칠에 한 번은 꾸는 것 같아.”라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본 결과 근본적 원인 외에도 일거리를 침대에까지 가져가서 하다 잠드는 습관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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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Plus 자료실
패션이, 휴가철이 그렇듯 일 년에 두 번이라도 계절에 맞게 침실 소품을 바꿔 보자.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을 못 가니 원하는 여행지 리조트, 호텔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커튼과 침대 위 장식용 쿠션 커버, 러너 등 천 종류를 세트로 바꾸면 가장 좋고, 아니면 쿠션 커버만이라도… 전등갓, 향초나 방향제를 놓는 접시, 그림이나 사진 등 작은 소품도 달라지면 금방 침실 속 계절이 바뀐다.

Anna Maiwal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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