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EAM & MAGIC
 
 1 피에르 아펠과 조지 발란신.
 2 서커스 피에로의 모습을 형상화 한 부쉐론 인스피리아 컬렉션 네크리스.
 3 발레리나의 유연한 동작을 재현한 반클리프 아펠의 ‘발레 프레사유’컬렉션.
 4 부쉐론 인스피리아 컬렉션의 ‘알레그리아’를 모티프로 한 네크리스.
 5 총 2218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샤넬 오뜨 꾸뛰르 목걸이.
 
 아주 어릴 적에 마당에 핀 분꽃의 까만 씨들을 모아 바늘로 구멍을 뚫어 외할머니께 가져가 “목걸이~!”하고 조르면, 외할머니께서는 돋보기 안경 꺼내 쓰시고, 실로 씨들을 구슬처럼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주셨다. 돌이켜보면 보석에 대한 욕망은 여자의 타고난 본능일지도 모른다. 블링블링한 주얼리로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젊음’이라는 보석만으로 충분히 빛났던 10대, 20대 시절을 지나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나니, 이건 무슨 까마귀도 아니고 반짝이는 것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중년이 지나면 무조건 번쩍번쩍한 게 좋더라던 어머니의 말씀, 틀리지 않더라. 세월이 지나면 피부는 보톡스로 영원을 꿈꿔야겠지만 보석은 영원히 빛나니, 그 영원한 아름다움에 앞에 여자는 대리만족과 꿈을 품게 되는 것이 아닐까? 비단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스타일을 완성하는 액세서리나 소품 차원이 아닌, 여자의 로망과 꿈의 원형을 보여주는 화룡점정인 것이다.
 
 여자의 이런 꿈을 다이아몬드로 표현한 가브리엘 샤넬. 그녀는 “자신의 별을 믿지 않고서는 위대한 운명이 있을 수 없다.”며 자신의 운명을 밝혀주는 별자리와 혜성을 파인 주얼리로 표현했다. 그렇게 해서 1932년 파리의 방돔 광장에 탄생한 것이 바로 샤넬 화인 주얼리‘비주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 컬렉션에서 샤넬은 아주 희귀하고 특별한 최고의 하이 주얼리 작품을 선보였는데 무려 2218개의 다이아몬드(총 70캐럿)을 환상적으로 유연한 18K 화이트 골드 곡선 루프 위에 별처럼 뿌려놓은 것이다! 비주 드 디아망 컬렉션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작품은 바로‘혜성’을 일컫는 단어를 붙인 ‘코메트(Comete)’컬렉션. 그녀의 말에 따르면 커메트는 시간을 뛰어넘은 ‘영원히 현대적인’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꼬메뜨를 주요 테마로 삼았다. 그녀는 주얼리에 대한 꿈을 이렇게 피력했다.“나는 여성들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장식하고 싶었다. 천체로! 모든 사이즈의 별들로!”
 
 여자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떠나 어떤 매직과 몽환적인 세계, 현실과는 확연히 다른 꿈의 세계, 판타지를 표현한 주얼리 하우스로 부쉐론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쉐론은‘태양의 서커스’로 유명한 시르크 뒤솔레이유(Cirque du Soleil) 25주년을 기념하면서 ‘인스피리아 INSPIRIA’라는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서커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20개 작품을 선정하고 그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마술적인 감성이 담긴 20개의 주얼리들을 제작한 것이다. 대표적 작품인 ‘알레그리아(Alegria)’의 경우, 네크리스 중앙에 크리놀린 드레스를 입은 알레그리아의 주인공의 모습이 핑크 오발 사파이어와 155개의 다이아몬드(총 무게가 4 캐럿이 넘는다!) 등으로 구성했다. 이렇게 화려하게 제작된 스무 개의 작품들로 구성된 컬렉션의 수익금 일부는 시르크 뒤솔레이유 창립자 가이 라리베르테(Guy Laiberte) 회장이 수자원 문제 해결을 위해 1987년 설립한 원드롭 재단(One Drop Foundation)에 기부된다. 인스피리아 컬렉션은 시르크 뒤솔레이유 재단으로 이전되기 전 몬트리올 미술관(Montreal Museum of Fine Arts)에서 2010년 3월 31일부터 8월 29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예술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주얼리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얼리에 영감을 받아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20세기 최고의 발레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는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의 3막 구성 작품인 ‘주얼(Jewels)’이 바로 대표적인 예. 러시아 태생의 조지 발란신은 1961년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반 클리프 앤 아펠 부티크 옆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아 총 3막으로 구성된 발레 ‘주얼(Jewels)’를 만들었다. 3막으로 구성된 최초의 발레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주얼(Jewels)’의 제 1막은 프랑스 파리의 로맨티시즘을 표현한 에메랄드, 제2막은 뉴욕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표현한 루비, 제3막은 러시아의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정통 발레의 클래식함을 표현한 다이아몬드로 구성됐다. 이렇게 탄생한 발레 ‘주얼(Jewels)’의 초연 60주년을 기념하며 2007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론칭한 하이 주얼리 ‘발레 프레시유’ 컬렉션 또한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등 세 가지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눈부신 빛의 움직임 속에서 서로를 쫓아가는 발레리나의 스탭들, 아라베스크와 솟아오르는 비약 등의 동작들과 서정적인 동작 하나하나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발레리나 클립은 1940년대 선보인 빈티지 피스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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