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보다 빛나는 단 하나의 하이 주얼리
남들과 같다는 건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해줄 무언가를 열망하게 만든다. 나라는 존재를 빛내줄 단 하나의 프레셔스,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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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4캐럿의 잠비 아산 에메랄드에 연꽃 문양을 새긴 ‘주빌리 에메랄드 가든’ 하이 주얼리 티아라는 BVLGARI.
19.55캐럿의 쿠션 컷 파파라차 사파이어를 세팅한 ‘윙즈 오브 샤넬’ 네크리스는 CHANEL HIGH JEWELRY.
영화 속 주인공이 절대적인 돌을 두고 목숨을 내건 싸움을 한다. 판타지나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봤을 흔한 설정이다. 세상을 구할 수도 지배할 수도 있는 이 결정체는 사실 현실 세계에도 존재한다. 영화에서처럼 폭발적 파동을 일으킬 가시적인 힘은 없지만, 태양왕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을 상징한 블루 다이아몬드와 인도에서 영국까지 약 7세기에 걸쳐 왕좌의 증표로 여겨진 코이누르 다이아몬드같이 유일무이한 스톤은 소유권 전쟁에 불꽃을 일으킨다. 현대에는 메종의 하이 주얼리가 이 역할을 이어받았다. 물론 더 이상 과거처럼 정권 승리의 상징이나 지배자의 표식은 아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희소한 마스터피스는 타인과 나를 차별화하는 가장 시각적인 수단으로 소유욕을 자극한다. 또한 제작 과정부터 남다른 하이 주얼리의 여정은 각 피스의 DNA가 되어 유일무이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킨다. 하이 주얼리는 제작 첫 단계부터 일반 주얼리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보통 일반 주얼리가 디자인에서 출발해 소재를 찾고 제작으로 이어진다면, 하이 주얼리는 스톤에서 시작된다. 불가리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는 보석과 처음 마주하는 순간 발현되는 창의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고는 전 세계를 누비며 스톤을 직접 소싱하고, 젬 테이블 위에 스톤을 배열하며 패턴과 색채의 조합을 탐색한다. 구상을 마친 디자인은 수개월에서 길어지면 몇 년에 걸친 복잡하고 정밀한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렇게 세상에 공개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된 하이 주얼리 중 하나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한 ‘주빌리 에메랄드 가든’ 하이 주얼리 티아라다. 63.44캐럿의 잠비아산 에메랄드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총 1500시간 이상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여왕의 우아함과 헌신, 불가리의 헤리티지를 예술적으로 구현한 유니크 피스는 2022년 당시 세간의 많은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19.55캐럿 파파라차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날개를 펼친 샤넬의 윙즈 오브 샤넬 네크리스도 하이 주얼리의 환상적인 위엄을 보여준다. 세 가지 색조의 사파이어와 깊고 진한 블루 컬러의 36.44캐럿 사파이어에서 비롯된 쇼메의 ‘카네이션’ 네크리스는 어떠한가. 총 1500시간을 들여 한 땀 한 땀 완성한 트랜스포머블 네크리스는 배경을 몰라도 그 공과 장인 정신을 상상할 수 있다. 단 한 점에도 영혼을 끌어모으는 하이 주얼리의 가치는 소유의 개념을 넘어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 선상에서 공급이 희소한 하이 주얼리는 가격 방어력이 높다. 여기에 이미 천문학적 가격으로 거래되는 희귀 스톤을 제하고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젬스톤이 점차 고갈되면서 이 희소성에 프리미엄이 더해지는 추세다. 혹 디자인이 같은 피스가 생산되더라도 스톤이 달라 독자성이 손실되지 않고, 미술품과 달리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적 관점에서 매력적이다. 잠깐 커스텀 주얼리 이야기도 해볼까. 하이 주얼리가 희소성과 예술성의 정점을 찍는 원 오브 어 카인드라면, 커스텀 주얼리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며 유일해진 원 오브 어 카인드의 또 다른 카테고리다. 올해 가장 떠들썩했던 커스텀 주얼리는 단연 주얼리 메이커 마크 크루즈가 제니를 위해 제작한 네크리스다. 48.9캐럿 에메랄드 컷 루비에 9mm 두께의 체인을 더한 네크리스는 제니와 그녀의 앨범을 상징하는 시그너처 피스로서 스토리텔링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커스텀 주얼리는 러브 시그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25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착용한 허벅지 체인은 주얼리 메이커 로레인 슈워츠가 제작한 커스텀 주얼리로 60캐럿 이상의 천연 루비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대중의 흥미를 끈 건 체인 끝에 달린 T 이니셜 참이었다. ‘What if he’s written ‘mine’ on my upper thigh(만약 그가 내 허벅지 위에 ‘내 것’이라고 썼다면)’라는 그녀의 노래 가사가 암시하듯,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 본인의 이니셜이기도 하지만 당시 공개 연애 중이던 트래비스 켈시의 이니셜이기도 해 매체와 대중 사이에서 더 많은 ‘썰’을 생산해냈다. 권력의 상징으로 시작해 예술품, 미래 가치가 보장된 투자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불멸의 스톤은 메종, 주얼리 메이커, 컬렉터 등에 의해 계속 그 의미를 달리한다. 그래서일까, 남다른 여정을 거친 원 오브 어 카인드는 절대적인 돌처럼 세상을 지배하지는 못하지만, 희소성과 예술성을 정복하고 소유욕을 지배한다. 그 자체로도 걸작이지만, 헤리티지가 더해질수록 더욱 빛이 난다.
Credit
- 에디터 김아라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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