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LLIANT

내가 제일 잘 나가, 그랑프리 워치

기술력과 예술성, 장인 정신이 집약된 하이엔드 워치의 세계. 그중에서도 각 부문별 최고라 일컫는 타임피스를 만나본다.

프로필 by 송유정 2025.10.24

BVLGARI

세계에서 가장 얇은 플라잉 투르비용 워치

오늘날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자랑하는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이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얇은 플라잉 투르비용 워치라는 기록을 다시 한번 갱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시계가 어디까지 얇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도전이자 해답으로 불가리는 두께가 불과 1.85mm에 불과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워치를 선보였다. 얇은 두께의 핵심은 워치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에 있다. 일반적인 워치는 케이스 안에 무브먼트를 담지만, 이 제품은 텅스텐 카바이드 소재의 메인 플레이트가 케이스 역할을 겸하며 무브먼트를 품는다. 베젤, 케이스 보디, 러그 또한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마이크로비즈 프로스티드 티타늄으로 제작해 전체 두께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브레이슬릿 역시 같은 소재를 사용해 폴딩 버클을 포함한 전체 두께가 단 1.5mm에 불과하다. 최적의 가독성을 위해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브라스 소재 다이얼에는 로듐 도금 처리한 아워·미니트 핸즈를 배치했다. 또한 이전 모델의 레귤레이터 방식과 달리 투 핸즈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직관적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메커니컬 옥토 투르비용을 시작으로 울트라 씬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시리즈만의 미학적 코드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새로운 형태로 울트라 씬 워치메이킹 타임피스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A-010’ 워치.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GR-001’ 워치.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A-010’ 워치.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GR-001’ 워치.

PATEK PHILIPPE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억’ 소리 나는 시계 중에서도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 붙은 시계가 있다. 2019년 온리 워치(Only Watch) 자선 경매를 위해 제작한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A-010’이 그 주인공으로, 낙찰가가 약 3119만 달러(약 400억 원)에 달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제작한 유일한 모델로, 직경 47.7mm의 리버서블 케이스 안에 20가지의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이는 파텍필립이 선보인 시계 중 가장 비싸고 복잡한 모델로, 내부는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며 1366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다. 다이얼에는 “The Only On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2019년에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의 타이틀은 2025년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단 한 점만 제작한 모델은 자선 경매로 누군가의 소유가 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투톤 케이스로 제작한 양면 다이얼 구조의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GR-001’ 모델을 만날 수 있다. 3개의 공을 사용해 그랑 소네리, 프티 소네리, 미니트 리피터, 자체 특허 알람, 데이트 리피터까지 총 다섯 가지 타종 기능을 갖췄으며 가격은 약 60억 원에 이른다.


CHOPARD

가장 청아한 소리를 지닌 미니트 리피터 워치

작은 해머가 금속 공을 울려 현재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미니트 리피터는 오늘날에도 소수의 메종만이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술이다. 메종마다 기술력은 다르지만 시간을 가장 청아하게 알리는 미니트 리피터는 ‘L.U.C 풀 스트라이크 리빌레이션’ 워치가 최고라 할 수 있다. 청명한 사운드의 비밀은 솔리드 사파이어 공과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단일 블록 구조로 통합한 데 있다. 기존 미니트 리피터는 금속 공과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별도 부품으로 구분해, 해머가 금속 공을 쳐서 소리를 내면 그 진동이 케이스로 전달되고 크리스털을 통해 울림이 퍼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워치는 사파이어 공과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하나의 블록 판으로 제작해 소재를 일체화했다. 덕분에 해머가 사파이어 공을 치면 진동이 전체에 퍼지며 소리가 보다 맑고 청아하게 울린다. 이 혁신적인 설계는 기존 미니트 리피터의 사운드 생성 및 전달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하며, 풍부한 음색과 탁월한 음향 강도, 청량한 소리를 동시에 구현한다. 샴페인 잔을 가볍게 두드릴 때 울려 퍼지는 듯한 맑고 투명한 소리는 2017 GPHG의 대상 격인 황금 바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러한 놀라운 기술력은 L.U.C 08.01-L 무브먼트로 구현되며, 다이얼까지 사파이어로 제작해 아름다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VACHERON CONSTANTIN

현존하는 가장 복잡한 손목 워치

8년에 걸친 개발 끝에, 무려 41가지 컴플리케이션을 하나의 타임피스에 집약한, 현존하는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새로운 매뉴팩처 칼리버 3665를 탑재한 이 워치는 직경 45mm, 두께 14.99mm의 케이스 안에 모든 기술력을 압축해 혁신과 소형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워치메이킹 역사상 한 번도 함께 구현된 적 없는 다섯 가지 천문학적 기능을 통합해 메종의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했다. 그중 시계 뒷면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시간에 따른 천체 추적 기능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이 세계 최초의 컴플리케이션은 하나의 별자리 혹은 특정한 별이 관측자의 시야 중앙에 다시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앞면에는 총 4개의 카운터가 자리하며, 12시 방향에는 네 자리 연도, 요일, 월, 윤년을 표시하는 그레고리안 퍼페추얼 캘린더를 갖췄다. 9시 방향 카운터에서는 문페이즈를 통해 달의 주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무려 122년 동안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을 만큼 탁월한 정확성을 자랑한다. 3시 방향에는 24시간 세컨드 타임존 및 월드 타임 인디케이터를 장착했고, 6시 방향 카운터에는 태양의 위치를 통한 천문학적 기능이 담겨 있다. 회전 디스크를 통해 13개의 별자리와 계절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한 더더욱 잘하라.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철학을 녹여낸 피스가 바로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JAEGER-LECOULTRE

4개의 페이스를 갖춘 최초의 워치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가 세상에 첫 공개되었을 때의 놀라움을 지금도 기억한다. 세계 최초로 4개의 페이스를 지닌 워치이자 리베르소 역사상 가장 정교한 모델로 손꼽히며 2021년에 공개한 이후 오늘날까지도 기록을 뛰어넘은 사례가 없다. 51mm×31mm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담긴 콰드립티크는 각 면마다 독립적 기능이 있다. 첫 번째 페이스에서는 플라잉 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캐린더를 통해 정밀한 시간 측정의 본질을 드러낸다. 뒷면에는 버튼을 조작하면 맑은 소리가 시간을 알리는 하이 컴플리케이션인 차임 기능을 탑재했다. 무음 구간 없이 유려하게 이어지는 음향은 메종의 사운드 엔지니어링 역량을 증명한다. 세 번째 페이스는 삭망 주기, 교점 주기, 근점 주기를 아우르는 3개의 달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구현해 일식과 월식, 슈퍼문 같은 천문학적 현상을 예측 가능케 한다. 마지막 네 번째 면은 북반구와 대비되는 남반구의 문페이즈를 표시해 리베르소 고유의 듀얼 콘셉트를 계승한다. 초소형 워치메이킹 기술력을 통해 손목 위에 우주를 담아낸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는 워치메이킹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진정한 마스터피스다.


 ‘No.1160’ 워치. ‘No.160’ 워치.

‘No.1160’ 워치. ‘No.160’ 워치.

BREGUET

역사상 제작 기간이 가장 긴 워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주시오. 값이 얼마가 되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소.” 이 한마디의 주문이 브레게의 전설적인 시계 ‘No.160’을 탄생시켰다. 1783년 마리 앙투아네트를 동경하던 한 추종자가 왕비를 위해 당시 알려진 시계의 기능을 모두 탑재한 가장 화려하고 획기적인 시계 제작을 의뢰했다. 그 결과물은 이퀘이션 타임과 퍼페추얼 캘린더, 미니트 리피터, 온도계, 크로노그래프,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등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을 모두 갖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 아름다운 타임피스를 끝내 눈에 담지 못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34년, 제작 의뢰 후 44년이 지난 1827년이 되어서야 시계가 완성되었기 때문. 이후 시계는 예루살렘 박물관에 보관하다가 1983년 도난당했으며 2007년에 극적으로 회수되었다. 한편 브레게는 시계를 도난당한 2004년부터 원본과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재현한 정밀 복원 워치를 제작하기 시작해 2008년 No.1160을 완성했다. 현재 아카이브와 장인 정신을 토대로 현대적 기술까지 담아낸 No.1160은 브레게 박물관에서, 역사 속 전설로만 남을 뻔했던 No.160은 예루살렘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VAN CLEEF & ARPELS

예술의 정수를 입증한 아트피스 워치

시간 위에 스토리를 녹여내는 메티에 다르 워치의 명가, 반클리프 아펠이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 워치를 통해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 베젤, 일체형 러그, 미들 케이스 프로파일, 크라운까지 모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해 극강의 화려함을 자랑하며, 입체적인 다이얼을 통해 메종의 예술적 기교를 한껏 드러냈다. 마케트리 기법으로 조립한 튀르쿠아즈 소재 다이얼 위에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꽃을 따는 우아한 요정이 자리한다. 요정의 날개는 진줏빛 플리크-아-주르 에나멜로 제작해 투명하게 빛나며, 자체 개발한 파소네 에나멜 기법으로 끝없이 펼쳐진 꽃밭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다이아몬드와 옐로 사파이어, 오렌지 톤의 스페사르타이트 가닛으로 완성한 태양 위에는 블루 핸즈로 시간을 알리고, 태양 광선은 리프트 세팅 기법을 통해 마치 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연출한다. 푸셔 버튼을 누르면 요정이 꽃을 따는 동작을 감상할 수 있으며, 케이스 뒷면에는 요정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정교하게 조각해 한 편의 생동감 넘치는 서사를 완성했다. 예술적 정교함, 혁신적 기술력과 시적인 스토리텔링까지 두루 갖춘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 워치는 2024년 GPHG 아티스틱 크래프트 상 수상으로, 메종의 장인 정신과 창의적 비전을 구현한 아트피스 워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Credit

  • 에디터 송유정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