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립을 고집하는 박민희의 립스토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립 컬러는 자신의 상황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전통성악가 박민희의 숙명과도 같은 레드립 이야기::레드립,립스틱,립펜슬,립메이크업,립,박민희,추천,뷰티템,뷰티,엘르,elle.co.kr:: | 레드립,립스틱,립펜슬,립메이크업,립

Red Lip박민희, 전통성악가 & 공연예술가겔랑 325, 아르마니 400…. 내 립스틱 코드명들. 컬러는 오직 레드. 국악고등학교에 진학한 순간부터 메이크업은 좋든 싫든 숙명이었다. 무대 위에서 공연해야 하니 화장, 아니 분장은 퍼포먼스의 일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 때의 예술가 박민희는 그저 예뻐 보이고 싶었다. 한복이 지닌 전통미를 ‘요즘 스타일’의 메이크업으로 커버해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게 하고 싶었고, 행여 한복이 너무 강해 보일까 봐 일자 눈썹에 파스텔 톤의 옅고 순한 색으로 메이크업하곤 했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 무대에서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조형적인 아름다움과는 다른데, 왜 나는 예술가로서조차 단지 예뻐 보이고 싶었을까? 관객이 공연에 집중하게 하고 소리를 내는 내 입술에 표정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인데. 좀 어색해 보이더라도 강렬한 립 메이크업을 해볼까? 그렇게 레드 립을 발랐는데 공연이 끝나고 기분이 좋았다. ‘레드 립 코드명’은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내게 레드 립스틱은 일종의 총알인 셈인데 공연할 기운이 없을 때 진한 핏빛 립스틱을 선명하게 바르는 행위는 마치 장전을 하는 것과 같다. 레드 립스틱은 공연 등 특정 상황에만 어울릴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내가 몇 개째 애용하는 립스틱은 살짝 채도가 낮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발리는 타입인데 평상시에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바르면 자연스러운 혈색을 준다. 아예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날도 있다. ‘탈코르셋’ ‘꾸밈노동’이라는 요즘 담론들을 접하며 가끔은 ‘노 메이크업’으로 외출하는 연습도 해본다. 중요한 건 여성으로서의 삶이 건강해야 하며, 화장이든 뭐든 선택권과 주도권이 나에게 있음을 인지하는 것 아닐까. 나에게 립 컬러란 ‘내가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의 사회적 역할이 하나가 아닌 만큼 입술의 존재감으로 내 캐릭터를 보여주는 거다. 인간 박민희부터 기획자 박민희 그리고 무대 위의 예술가 박민희까지. 물론 내가 가장 강렬한 표정을 짓고 싶을 때 선택하는 것도 레드 립이다.1 Guerlain 키스키스 립스틱, 325 루즈 키스. 2 Giorgio Armani 스무드 실크 립 펜슬, 5호.3 Giorgio Armani  엑스터시 샤인, 400호. 4 Giorgio Armani 립 마그넷, 4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