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안에서 홀로 즐기는 것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욕조 안에서 홀로 즐기는 것

둘보다 강력한 만족감

ELLE BY ELLE 2018.02.01


긴장 넘치는 하루다. 언젠가부터는 떠들썩한 모임에서 공로를 축하 받기 보다는 홀로 느긋해지는 시간을 택하곤 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갑옷 같은 옷을 벗어버린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진 옷 위로 나를 압박하던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떨어뜨릴 때의 해방감을 만끽한다. 욕실로 들어가 조금 뜨거울 정도의 물을 욕조에 받아둔다. 거품으로 뒤덮인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체온이 오르길 기다린다. 데워진 몸은 기분 좋게 예민해진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긴장이 풀어지길 원하는 몸은 다리 사이부터 움찔거린다. 평소대로라면 손가락을 가져가 물과 다른 질감의 미끈한 액체가 베어 나온 몸을 만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신속하게 끝내고 숙면을 취하고 싶었다.


욕실 수납장에 넣어둔 녀석을 꺼냈다. 콘돔 하나를 뜯어 녀석에게 씌웠다. 준비는 간단했다. 다시 욕조 안으로 들어와 자극이 필요한 부위에 진동을 가했다. 클리토리스 주변으로 다양한 방식의 진동을 주다 보니 지금 이 순간 원하는 모드가 정해졌다. 그걸로 강하게 클리토리스 부위를 압박하듯 눌러주니 피가 한 곳에 확 몰리면서 몸의 즐거움과 마음의 기쁨이 느껴졌다.


그 정도로 충분할 때도 있지만 좀 더 탐욕스러워지는 날도 있다. 실체가 없는 진동만으로 즐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빈 틈을 헤집고 들어가 직접적으로 감각을 자극하고 싶어졌다. 내 손에 쥐고 있는 녀석은 몸 안으로 밀어 넣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길고 두터웠다. 내 몸 역시 그런 녀석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젖어 있었다. 매끄럽게 들어온 녀석은 보통의 섹스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곳까지 닿았다. 피스톤 운동을 해서 밀어붙여야 겨우 와 닿아 자극하는 평균의 페니스와 달리 가장 최고조의 쾌락을 선사해줄 지점에 쉽게 닿았다. 그 부분을 지긋이 눌러주는 것만으로 호흡은 가빠지고 탄성은 새어 나온다.


딜도형 바이브레이터가 가진 장점이었다. 섹스 토이 산업이 점점 발달해서 초소형이지만 강력한 진동을 자랑하는 제품이나 흡입 기능을 장착하여 30초 안에 초특급 오르가슴을 선사해주는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피를 차지하는 이 제품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신경을 자극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섹스의 느낌을 재현해 내길 원했다. 좀 더 실제와 가까운 것들을 느끼고 싶었다.


이런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앞으로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한 섹스 토이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AI(인공지능)을 갖춰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섹스 판타지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성기의 자극을 통한 쾌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그루밍하면서 느끼는 안정감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인공 피부를 덧입힌 섹스용 로봇도 출시될 것이다. 아직은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있어 사람이 손으로 붙잡고 움직여야 하는 바이브레이터를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이미 기계에서 진 것 같다. 사람마다 섹스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육체적 즐거움, 오르가슴의 획득에 그 목적이 있다면 완벽하게 인간은 패배했다.


섹스 토이를 사용하면 성병에 감염될 위험도, 관계성에서 비롯되는 위협도 없이 오직 순수한 쾌락에만 집중할 수 있다. 섹스 토이는 소위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다고 주장하는 남자들에게 충분할 만큼의 양적 만족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여성에게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깨닫게 해주고 여성으로서 자기 몸을 긍정하며 여성이 가진 힘을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질적 만족까지 충족시켜 줄 것이다.


사회가 바라는 여성성에 갇혀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억누르며 섹스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는 남자에게 감정적 소모를 하는 것보다 섹스 토이를 사용하면 혼자서도 쉽게 환희에 도달할 수 있다. 인간은 호모 파베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 우리가 오늘 밤 섹스 토이를 사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라 하더라도 오늘 밤은 둘보다 강력한 만족감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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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은정
    글 현정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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