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옷으로 전하는 브랜드 ‘보디(Bode)'
스토리텔링과 장인 정신, 아메리칸 헤리티지로 정체성을 확립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밀리 애덤스 보디 아줄라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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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으로 연출한 2025 F/W 컬렉션 ‘The Expressionist’.
인형극으로 연출한 2025 F/W 컬렉션 ‘The Expressionist’.
최근 공개한 2026 S/S 컬렉션.
최근 공개한 2026 S/S 컬렉션.
보디(Bode)를 세 단어로 소개한다면
스토리텔링과 장인 정신, 아메리칸 헤리티지. 모든 컬렉션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는 장인 정신이 브랜드를 이끄는 정체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작업을 고수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가정이나 노동, 공동체 이야기에 매료돼 있다. 그 시대의 실루엣이나 직물, 수공예 기술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섬세하고 정교한 수작업 디테일은 보디를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다
세계 곳곳의 장인들과 협업 중이다. 그들의 기술을 지키고, 함께 발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보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도 큰 의미가 있다. 직물과 기법, 오브제 등 다양한 재료와 자료를 수집하고 아카이빙하는 건 보디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수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보디의 특성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하면
지속 가능성은 우리의 본질이다. 보디를 시작할 때부터 샘플용 모슬린 원단 대신 빈티지 원단을 사용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형극으로 연출한 2025 F/W 컬렉션 ‘The Expressionist’.
인형극으로 연출한 2025 F/W 컬렉션 ‘The Expressionist’.
2025 f/w 컬렉션 ‘더 익스프레셔니스트(The Expressionist)’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하나
미국 뮤지컬 작곡가 모리스 ‘무스’ 찰랩(Morris ‘Moose’ Charlap)에 관한 이야기를 컬렉션에 녹였다. 컬렉션 이름인 ‘더 익스프레셔니스트’는 찰랩이 작사가 에디 로런스(Eddie Lawrence)와 함께 쓴 마지막 뮤지컬에서 따왔는데, 사실 이 극은 미완성이다. 파리의 인상주의적 풍경을 배경으로 담은 한 화가의 인생에 관한 내용이다. 컬렉션을 ‘찰랩의 삶을 따라 그린 시각적 노래책’으로 규정하고 싶다. 여름철이면 포코노 산맥에서 보낸 어린 시절, 뉴욕 극장가에서 활동하던 작곡가 초기 시절, <피터 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포함해 다수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작업하던 전성기 시절까지 그의 인생 스토리를 주제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컬렉션을 모델이 입은 룩이 아닌, 인형극처럼 선보인 것도 인상적이다
어릴 적부터 인형과 오브제, 미니어처 등 ‘작은 것’을 좋아해서 이것들을 품고 살다시피 했다. 지금도 수많은 오브제와 인형 집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어릴 적에 미니어처로 방 안에 있는 선반을 꾸미며 놀곤 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인형 옷은 실제 컬렉션 의상과 거의 동일한 방식과 소재로 제작했으며, 이번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위해 높은 수준의 공예 기술을 활용했다. 일부는 스튜디오에서 손수 만들고, 일부는 실제 컬렉션 룩을 만드는 공장과 협업했다.
디자인과 철학을 함께 전공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역사와 개인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덕분에 세상을 더욱 넓게 이해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 이런 성향이 지금 브랜드를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브랜드의 방향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최근 공개한 2026 S/S 컬렉션.
디자이너 에밀리 애덤스 보디 아줄라(Emily Adams Bode Aujla).
보디는 매장 인테리어에도 진심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고스란히 투영된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남편 애런과 함께 꾸몄다. 매장 분위기는 브랜드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단순히 옷을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 살고 있는 집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간 곳곳에 이야기가 숨어 있고, 동시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집.
평소 스타일이 궁금하다
남성복을 즐겨 입고, 좋아한다. 보디의 시작이 남성복이기도 한 이유다. 그 가운데 오래 입어 물감 같은 흔적이 남은 청바지를 좋아하고, 그 위에 깨끗한 화이트 셔츠를 매치한다. 요즘 자주 입는 아이템은 보디 여성복 라인의 ‘머리(Murray)’ 셔츠. 옛 시대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이 매력적인 셔츠다. 매일 신는 신발은 미니멀 로퍼 ‘하우스 슈즈(House Shoes)’. 신을수록 멋지게 변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최근 한국을 찾았다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 토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다녀왔다. 한국은 이전부터 정말 좋아한 나라다. 이번에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서울의 멋진 곳을 많이 다녔다. 보디를 좋아하는 많은 한국 팬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보디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훗날에도 기록될 우리 이야기를 옷으로 보존하는 것이다. 옷은 기억을 담는 그릇이자,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이야기지만 앞으로도 계속 탐구할 것이며, 보디를 세상에 보여줄 예정이다.
Credit
- 에디터 김명민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COURTESY OF BODE
- ANDREW JAC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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